대한민국을 가스라이팅하다(1)
  • ▲ 2019년 11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 2019년 11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문 정부 출범으로 노골화된 한일 갈등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외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것은 한일관계였다. ‘과거사 문제’에서 촉발된 양국 간의 갈등은 결국 경제와 안보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문 정부의 대일외교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계기는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이었다. 2018년 10월, 대법원은 하나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되어 일본의 제철회사(신일철주금 등)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해당기업이 위자료(1인당 1억 원, 총 4명)를 배상하라고 선고를 한 것이다.(대법 2013다 61381) 이후 일본 제철회사 중 미쓰비시중공업 등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대법원 판결이 이어졌다(대법 2018. 11. 29. 2013다67587/ 2015다45420).

    일본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아베 정부는 이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대법원의 결정을 비난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19년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열안정성 강화필름)에 대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에 있어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손상됐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았다.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8월에는 전략물자 수출심사우대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도 한국을 제외했다.

    일본은 우방국을 백색국가로 지정해 무기개발 등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에 대한 수출심사 절차를 간소화해주는데, 대상 국가는 미국과 영국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었다. 2004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백색국가로 지정된 우리나라는 그 대상에서 빠지는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문재인 정부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섰다.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2019년 8월 22일에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등 협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한일 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양국 간의 관계는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 배상문제 관련 일지>
    · 1974. 12.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률 제정
    · 1975.~1977. 박정희 정부, 피해신고자 8만3519명에게 약 91억 8700만원 지급
    · 2005. 2. ~ 2006. 강제동원 피해자 접수(약 22만 건 신고)
    · 2005. 8. 26.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 개최(이해찬 국무총리 주재)
    · 2006. 3. 8. 민관 공동위원회의 지원 대책 확정
    · 2008. ~ 2015. 강제동원 피해신고자 7만2631명에 6184억원 지급
    · 2012. 5. 대법원 파기환송(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 개인청구권 인정하며 파기환송)
    · 2013. 7. 서울고법 배상판결(일본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 1명당 1억씩 배상)
    · 2018. 10. 대법원 전원합의체, 서울고법 판결 확정
    · 2019. 7. 1. 일본 경제산업성, 한국에 공급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작용 일부 부품 및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조치 발표(7월4일부터 즉시 시행)
    · 2019. 8. 28. 전략물자 수출심사우대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
    · 2023. 3. 6. 윤석열 정부, 강제징용피해자 배상관련 해법 발표(제3자 변제 방안)
    · 2023. 5.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배상금 지급(총 15명 중 10명 수령, 1인당 2억)
    · 2023. 5. 31. 일본 경제산업성, ‘수출무역관리령 일부를 개정하는 정령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 완료(6월 중 한국 화이트리스트 재지정 예정)

    노무현의 정치적 결정을 뒤집은 문재인 사법부


    한일관계에 있어 강제징용 배상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도에 만든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공동위원장 이해찬, 양삼승)의 활동을 통해 ‘개인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반영됐다’고 발표했다.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한인, 조선인 원폭피해자를 제외한다는 단서(但書)가 있었으나, 강제징용 피해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강제징용 배상문제가 한일관계의 갈등 소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발단이 된 것은 2012년 5월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능환)의 판결(2009다68620)이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1997년 신일본제철사(신일철주금)를 상대로 일본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뒤, 2005년 우리 법원에 같은 소송을 제기했는데 1,2심에서도 패소를 했다. 그러나 상고심을 맡은 민사1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는지의 여부에 대해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는 일본 최고재판소(우리나라의 대법원)의 판결과 삼권분립 원칙, 빈 협약 등 국제법에도 벗어난 것이었다. 식민지배를 불법이라고 전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과거사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에서 했다는 비판의 소지도 다분하다.

    2013년 7월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 민사1부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원고 승소 판결(2012나44947)을 내렸다. 이에 대해 피고인 신일본제철이 대법원에 재상고(再上告)를 했고, 6년이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원고의 승소가 확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익과 외교 현실을 고려한 대승적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장악한 사법부가 뒤집은 것이다.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은 한일관계를 파탄 낼 수도 있는 폭발력을 가진 사안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위기의식을 갖지 않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이 민관공동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사안의 본질과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수수방관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뭔가 섬뜩한 생각마저 들게 된다.

    문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는 일본의 협의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채 ‘사법부 결정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스스로 퇴로를 끊어버리는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대통령부터 참모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일본과의 협의에 나섰을 것이다. 대일청구권 포기 조항에 서명한 당사자도, 배상금을 수령한 주체도 한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모른 척 외면하며 시간만 끌었다. 그러는 사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근거로 2019년 1월 8일부터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동결과 압류 절차를 개시하자, 일본이 보복에 나선 것이다.

    무지와 무능을 드러낸 한일 GSOMIA 파기

    문재인 정부의 한일 GSOMIA 파기 발표는 악수(惡手) 중의 악수(惡手)였다. 문 정부가 외교에 대해 얼마나 무지(無知)했고 무능(無能)했는지 그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문 정부의 협정 파기 발표가 나온 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한미 간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미국은 ‘강한 우려와 실망’(strong concern and disappointment), ‘부정적 영향(negative effect)’, ‘심각한 오해’(serious misapprehension), ‘거짓말’(lie), ‘문 정부(Moon administration)’ 등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문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과 불신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협정 파기 결정 직후 “미국은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지만, 미국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여러 경로를 통해 항의를 표명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군사력 증대 같은 위협을 문 정부가 간과하고 있기에 한미일 삼각 협력 구도를 깨버렸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일 GSOMIA는 단순한 한일 양국 간의 협정이 아니다. 한일 GSOMIA에는 동북아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한미일 공조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한일 GSOMIA는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 시절, 수차례 한일 정부를 설득한 끝에 2016년 11월 체결됐다. 오바마는 중국의 굴기를 막으려 했고 그 일차저지선이 바로 한미일 삼각 안보 축이다. 쉽게 말해 주한미군의 병참 역할을 하는 주일미군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본이 GSOMIA를 통해 한국의 대북 정보를 잘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초당적인 이 안보구상은 중국과 경제전쟁을 치르던 공화당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 당시에도 달라진 게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국은 GSOMIA, 상호군수지원협정, 지역 미사일방어체제의 3단계가 한미일 군사동맹의 실질적인 과정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강한 불만을 표출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을 한일 갈등에 끌어들이는 큰 실수를 저지른 문 정부는 GSOMIA 중단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원상복구를 해달라는 미국의 거센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이전까지 한국은 일본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었는데,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상황이 역전돼 오히려 일본이 ‘징용 해법을 가져오라’고 큰소리를 치게 만들어 주었다. 다급해진 문 대통령은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총리를 특사로 보내고 아베 총리에게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하는 등 화해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굴욕외교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결국 문 정부는 2019년 11월 23일 0시를 기해 발효될 예정이던 GSOMIA 파기 통보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고, 일본의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와 관련해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도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그렇게 일본을 적대시하던 입장을 바꾼데 대한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은근슬쩍 반일 깃발을 내렸다.

    <한일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군사정보보호협정)>
    · 한일 GSOMIA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 중 하나로서 다양한 정보자산을 활용하여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양국의 정보능력을 상호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 협정을 맺은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으로, 영어 약자를 따서 ‘지소미아(GSOMIA)’라고도 한다. 국가 간 정보 제공 방법, 정보의 보호와 이용 방법은 물론 제공 경로와 제공된 정보의 용도, 보호의무와 파기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협정을 체결해도 모든 정보가 상대국에 무제한 제공되는 것은 아니며, 상호주의에 따라 사안별로 검토해 선별적인 정보 교환이 이뤄진다.
    · 우리 정부는 현재 34개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군사정보보호협정 및 약정을 체결한 상태다. 이 중 일본과는 2016년 11월 23일 33번째로 군사정보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나라가 앞서 32개국과 맺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또는 약정에서는 유효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거나 5년으로 정했다. 그러나 일본과의 유효기간은 국내반발 여론 등을 감안해 1년으로 정했다. 단, 기한 만료 90일 전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 2019년 8월 문재인 정부의 파기 발표 이후 유명무실해졌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돼 2023년 3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 정상화됐다.

    [편집자 주]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문재인정권이 5년 동안 남긴 커다란 상흔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문재인정권이 대못을 박아놓은 반시장·친사회주의 정책들이 윤 정부 앞에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나라를 망가뜨렸다. 대한민국은 경제·외교·국방·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그 상처도 깊다. 국격(國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나라 곳간도 거덜났다.

    떼쓰기로 헌법을 농락하는 이른바 ‘촛불정신’을 팔아 반시장주의자의 입맛에 맞는 ‘적폐청산’에 돌입했다. 전체주의 국가의 공포정치가 그렇듯 법치와 상식을 벗어난 뒷방인사와 여론재판으로 사법부와 언론마저 장악했다. 문재인정권의 도를 넘은 ‘편 가르기’ 정책으로 국민들 간 정치적 반목과 대립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이데올로기 대혼돈의 시기로 되돌아간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특히 상식과 공정을 파괴한 문재인정권에 분노했다. ‘조국사태’로 대변되는 문대통령과 586 운동권 인사들의 ‘내로남불’과 ‘아시타비(我是他非)’는 이제 민주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정부를 포함, 앞으로 들어설 정권들이 다시는 이 같은 무지와 오기, 당파적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문 정권의 정치적, 정책적 과오들을 낱낱이 기록하고 기억해야만 한다. 문 정권의 패악질은 정권이 바뀌었다거나 더 강력한 패악정권이 나타났다고 해서 잊어서는 안 될 만큼 심각하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기에, 대한민국 국민의 기억에 일목요연하게 저장해 놓아야 한다. 뉴데일리는 문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기막힌 실정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