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학부모단체 휘문고 앞 긴급회견… "국가반역, 용서 못해" 휘문고 교사 정씨 파면 요구
  •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NS에 천안함 망언을 올린 정 모 교사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NS에 천안함 망언을 올린 정 모 교사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해 "천안함 함장이 벼슬이냐"고 막말을 한 휘문고 교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14일 휘문고 정문 앞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학부모·교육단체들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에게 어떻게 이런 모욕적인 망언을 할 수 있느냐"며 해당 교사의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베이직포럼·자유민주통일교육연합·미라클웨이브 등이 연합해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한 망언들의 문제점을 성토하면서 "교육의 장인 고등학교 앞에서 이런 기자회견을 연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한탄했다.

    "제복 입은 사람 홀대하는 나라 반드시 망해… 망언 퍼붓는 자들은 반역자"

    자유발언자로 나선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는 "우리나라에서는 천안함이나 연평해전 관계자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우리나라의 군인 예우를 비교했다. 

    "수많은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최강의 나라로 군림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물은 한 공동대표는 "군인이나 경찰관·소방관 등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예우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 공동대표는 "휘문고 교사라는 자가 차마 입에 입에 올릴 수 없는 비난을 천안함 함장에게 퍼부었다"면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홀대하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망언을 퍼붓는 자들은 나라를 망치려고 작정한 반역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 생존자 함은혁 씨(예비역 해군 하사)도 참여해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함씨는 "천안함 함장님께 상처가 되는 말은 자제해 주기 바란다"며 "루머나 댓글은 우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다. 천안함 희생·생존 장병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가 바란다"고 호소했다. 

    함씨는 "당시 현장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사람들의 말들로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며 "어떻게 교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 ▲ 천안함 피격사건의 생존장병 함은혁 씨가 14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 천안함 피격사건의 생존장병 함은혁 씨가 14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원일 전 함장에 대한 모독을 그만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휘문고 정모 교사를 즉각 파면하고, 천안함 망언방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은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의 막말에 이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한민국 교사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욕설을 해서 온 나라가 큰 충격에 빠져 있다"며 "이 나라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그런 가치관으로 공개적인 SNS에서 버젓이 천안함 함장에게 욕설을 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청와대·민주당,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입장 명확히 밝혀야"

    박 대표는 그러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이제라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더 이상 천안함 희생자와 생존자들이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법적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1일 휘문고 교사 정모 씨는 자신의 SNS에 "천안함이 폭침이라 치면 파직에 귀양을 갔어야 할 함장이란 XX가 어디서 주둥이를 나대고 XX이야"라며 "천안함이 벼슬이냐. 천안함은 세월호가 아냐, X신아. 욕 먹으면서 짜져 있어 XX아"라고 적었다. 

    이는 지난 7일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채널A 뉴스톱10에 출연해 "최원일 천안함 함장도 승진했다. 장병 처우개선 등을 말할 자격이 없다. 생때 같은 자기 부하들은 수장시켜 놓고"라고 말한 것과 관련됐다. 

    당시 조 전 부대변인은 사회자 등이 '위험한 말'이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자기 부하들 수장에 책임이 있다. 심지어 작전 중 부하들이 폭침당하는 순간까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매우 무능하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교사 정씨는 최 전 함장과 생존장병들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자 자신의 글을 삭제하고 "앞에서 뵈었으면 하지도 못했을 말을 인터넷 공간이라고 생각 없이 써댄 행위를 반성한다"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휘문고는 교감 명의의 성명을 SNS에 올리고 "본교 선생님의 천안함 관련 글로 인해 놀라움과 분노를 느끼신 분, 이 일로 고통받고 계시는 분들에게 죄송하다. 전체 선생님들에게 수업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언어 사용에 신중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하며 정씨를 1학년 담임에서 교체했다.
  •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SNS에 천안함 망언을 올린 정 모 교사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SNS에 천안함 망언을 올린 정 모 교사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 같은 해명에도 최원일 전 함장은 14일 정씨를 '모욕죄' 혐의 등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했다. 최 전 함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전 부대변인에 이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까지 사회 지도층의 망언과 욕설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이렇게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원일 "사회 지도층 망언과 욕설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최 전 함장은 "천안함 전우, 유가족뿐만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군인 전체의 명예를 위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군인의 분노가 희망으로 바뀔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조상호 부대변인은 제명, 교사는 제적, 학교 징계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휘문고 동문 사이에서도 정씨를 파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서초동에 거주하는 이모 (휘문고 90회 졸업생) 씨는 "정씨의 글로 100년 이상 된 휘문의 역사와 전통이 싸그리 무너졌다"면서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모교에서 벌어졌다"고 한탄했다.

    "'큰 사람이 되자'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떳떳함과 정직함을 최우선으로 삼던 동문들에게는 정말 수치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한 이씨는 "휘문고 측에서도 정씨 제적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동문들 사이에서도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며 "다시는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문회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휘문고 교사 자격증 박탈' 청원 등장… 하루 만에 5100명 이상 동의

    한편,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해 막말을 한 '휘문고 교사의 교사자격증 박탈을 청원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랐다. 

    고교생 아이를 둔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은 "이 교사는 휘문고 파면뿐 아니라 영원히 교단에 설 수 없어야 하는 사람"이라며 "한창 공부하고 뛰어노는 청소년에게 저런 입의 소유자가 교사랍시고 수업을 한다는 것이 소름끼치는 일이고 망국의 지름길"이라고 질타했다. 이 글에는 하루 만에 5100명 이상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