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세월호 괴담에 드러난 집단 감정… 중국 우한 잊혀지고 신천지에 '화풀이'
  • ‘화풀이(火--)’, 화난 감정을 푼다는 뜻이다. 기쁨을 의미하는 ‘희풀이(喜--)’나 행복의 ‘복풀이(福--)’란 단어는 없다. ‘화풀이’ 또는 ‘분풀이’만이 단어로 고착된 현상은, ‘화(火)’는 풀지 않으면 거센 화마(火魔)가 됨을 내포하는 게 아닐까.

    2008년 거센 촛불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MBC PD가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고 말했다. 그 거짓말이 분노가 되어 거대한 촛불 행진을 일으켰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죽은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지만 화마(火魔)는 대한민국을 집어삼켰다. 화(火)의 감정만 존재할 뿐, 이성의 진실은 없었다. 무엇을 위해 분노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2016년 또 한 번의 촛불이 일어났다. 응집된 화(火)는 매우 강력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무너졌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미용 수술을 했다, 마약을 했다, 애인과 밀회를 즐겼다 등의 화(火)가 일었다. 그건 말이 아니었다. 분노 그 자체였다. 진실은 중요치 않았다. 이성 또한 불필요했다. 그 속에 존재하는 건 오직 화풀이(火--)였다.

    화풀이의 정신세계, 그렇게 촛불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이를 ‘2016년 촛불혁명’이라 불렀다. 촛불은 무엇을 위해 불타올랐는가. 저들이 ‘혁명’이라 칭하는 화(火)의 결말은 또다시 촛불이었다. 문재앙, 조국 사태에 분노한 대학가의 촛불, 신천지를 향한 분노.

  • ▲ 작년 8월, 조국에 분노한 대학생들은 조국 사퇴촉구를 위해 촛불을 들었다. ⓒ뉴데일리 DB
    ▲ 작년 8월, 조국에 분노한 대학생들은 조국 사퇴촉구를 위해 촛불을 들었다. ⓒ뉴데일리 DB

    ‘우한 코로나’의 재난 가운데 ‘신천지’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31번째 확진자인 신천지 교인으로 인해 30여 명에 머물던 확진자가 8천 명대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후 신천지는 ‘슈퍼 전파자’로 낙인찍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중국 우한은 잊혀졌다. 1번 확진자가 중국인 여성이라는 사실은 사라졌다. 높은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에서 마스크가 동난 상황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신천지만이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화풀이가 불필요한가. 절대 아니다. 화(火)의 감정에 이성이 마비되는 상태, 그래서 거대한 피바람을 일으키는 화마(火魔)가 두려울 뿐이다. 화마 속에서 진실은 잿더미가 된다.

    35년간 한민족을 지배한 일본에 치 떨리는 분노를 표하지만, 조선왕조부터 일제강점기 직전까지 한반도를 억압한 중국에 분노하지 않는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반일구호로 분노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 앞에선 조용하다. 청와대는 일본에 강경한 언행을 일삼지만, 중국에는 “한중은 동반자”, “우한 짜요!”라며 엎드린다. 반일의 논리라면 반중 또한 당연하다. 이처럼 화(火) 앞에 논리는 없다.

    화(火)의 감정이 대한민국의 정신문화를 조종 중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분명한 건 촛불혁명이 화(火)의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이다. 분풀이의 자극적인 용어만이 이 나라에 나부끼고 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정치의 언어는 화(火)의 감정을 고취하는 데만 쓰인다. 정의, 통합, 민주, 복지 등등. 국민의 분노를 결집할 수만 있다면 거짓말도 상관없다.

    분노가 모여 타오르는 불길이 되었다. 진실 공방은 중요치 않다. ‘걸리면 죽는다’는 사고로 모두가 서로를 향해 화(火)의 칼부림 중이다. 향방을 모르는 불길이 터뜨릴 대형 화마가 대한민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미 문화가 되어버린 거짓의 화마는 그렇게 다가오는 중이다.

  • ▲ 작년 8월, 조국에 분노한 대학생들은 조국 사퇴촉구를 위해 촛불을 들었다. ⓒ뉴데일리 DB
    성채린 (1995년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회원
    (사) 대한민국 통일건국회 청년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