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역지침 묻지않고 진단키트·시약만 요청…전염병 연구 무관심하던 정부 50억원 책정하고 생색
  •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밤 G20 정상들과 특별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밤 G20 정상들과 특별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9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과 화상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G20 정상들에게 “한국의 성공적인 우한코로나 방역모델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우한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내놓은 자화자찬의 절정이었다. 정말 한국 정부의 방역모델은 성공적이었을까.

    “세계가 한국정부를 찾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자화자찬

    문 대통령이 G20 정상들에게 자랑하기에 앞서 정부는 “한국만이 외국인 입국을 막지 않은 채로 방역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외신 보도의 일부분을 인용해 “전 세계로부터 한국에 지원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자화자찬이 나오면 소위 ‘친문진영’이 대통령 찬양에 나섰다.

    친문진영은 JTBC가 지난 25일 보도한 “세계 각국 지원요청 쇄도…한국, 방역에 결정적 역할”이라는 기사를 곳곳으로 퍼날랐다. 방송은 “코로나19(우한코로나) 진단 키트를 수입하고 싶다며, 우리 정부나 업체에 정상들이 직접 지원을 요청한 나라도 있다”면서 “수입 대신 무상으로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나라도 39개국이나 된다”고 전했다. 덴마크는 한국 업체의 진단 키트 제공을 거부했다가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했고, 독일은 한국의 검사 방식과 확진자 추적 방법을 따라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전염병 대응 무관심했던 문재인 정부, 뒤늦게 투자 약속하며 생색

    친문성향 언론은 “세계 각국이 한국에게서 우한코로나 방역을 배우려 한다”는 청와대와 외교부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세계 각국은 한국의 방역 지침을 배우려는 게 아니라 진단키트와 시약 재고가 있는지 물어온 것이었다.

    우한코로나를 진단하려면 검사 키트와 함께 진단 때 쓰는 시약이 필요하다. 이 시약은 스위스 로슈에서 독점 생산한다. 그런데 세계가 검사 회수를 늘리면서 부족해지는 와중에 한국이 대체 시약을 개발했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 ▲ 세계 각국이 놀라는 것은 청와대나 정부가 아니라 한국의 의료진과 바이오업체다. 사진은 지난 2월 대구 계명대 구동산병원 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의료진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계 각국이 놀라는 것은 청와대나 정부가 아니라 한국의 의료진과 바이오업체다. 사진은 지난 2월 대구 계명대 구동산병원 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의료진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이오업체들은 진단키트와 시약 부족 상황을 예견하고, 지난 1월부터 시약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정부 승인이 문제였다. 승인을 못 받으면 수출은커녕 국내공급도 못한다. 정부는 국내 우한코로나 환자가 수백 명을 넘어선 3월에서야 국내에서 개발한 진단시약을 승인 했다. 진단키트 또한 유사한 과정을 거쳐 승인을 얻었다.

    그동안 바이러스 대응에 별 관심이 없던 문재인 정부는 2월 7일에야 우한코로나 치료제, 진단키트·시약을 개발하라며 긴급예산 1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 25일에는 “추경예산 40억원을 더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료제를 제외하고는 업체들이 이미 개발을 끝낸 뒤였다. 즉 우한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요청은 문재인 정부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참고로 미국은 우한코로나 백신·치료제·진단키트 개발에 30억 달러(3조633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민간 주도로 전염병 대응 연구를 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매년 1000억원을 더 투자한다. 반면 한국은 신종 플루가 대유행한 2009년부터 전염병 대응연구를 시작, 매년 22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마저도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지원을 안 했다는 지적을 했다.

    트럼프가 한국에 도움 요청? G20 회의를 문 대통령이 제안?

    청와대는 지난 2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의료 장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친문진영’은 문재인 대통령을 ‘외교의 신’이라 찬양하며, 온라인과 유튜브, SNS를 도배했다. 그러나 미국언론에 소개된 내용은 좀 달랐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의 대사관에 의약품과 의료 장비를 구할 수 있는데 까지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무부가 구하라는 장비는 인공호흡기부터 진단 시약, 의약품 등 우한코로나 대응에 필요한 일반장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중에서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보내줄 만한 나라에 연락을 한 것이다.
  • ▲ 2009년 6월 스탠포드대학 학보. 신종플루(H1N1)의 대유행에 대비해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시험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스탠포드 학보사 홈페이지 캡쳐.
    ▲ 2009년 6월 스탠포드대학 학보. 신종플루(H1N1)의 대유행에 대비해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시험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스탠포드 학보사 홈페이지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더 오래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문 대통령 요청으로 G20 회의가 열렸다는 것도 사실과 달랐다. 사우디 국왕이 지난주 G20 정상회의 개최를 요청하고, 날짜까지 정했다는 것이다.

    ‘친문진영’과 정부가 자랑하는 ‘드라이브 스루 진단소’ 역시 한국이 세계 최초가 아니다. 신종플루(H1N1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2009년 6월 미국 스탠포드 의대 병원에서 처음 실시했다.

    청와대의 자화자찬 가운데 가장 사실과 다른 것은 정부의 방역 지침을 해외에서 배우려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특별검역절차’만 실시할 뿐 해외에서의 입국을 막지 않고 있다. 또한 시민들의 이동도 통제하지 않는다. 반면 북미와 유럽, 아시아 나라 대부분은 한국과는 전혀 다르게 방역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입국을 금지하고, 시민들의 이동까지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다수의 해외 언론이 내놓는, 한국에 대한 칭찬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확진자를 치료하고 전염병 확산을 막은 한국 의료진, 진단키트와 시약 개발을 위해 정부 지원이 없이도 먼저 나서서 개발하는 기업들, 패닉에 빠지지 않는 시민들을 향한 것이다.

    한국 정부를 칭찬하는 기사는 친중매체와 중국 관영매체를 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