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시, 질본 발표 1시간 뒤 현황 발표… 통계 인용 혼선에 국민 불편 가중… 재난을 정치적 이용 지적
  • ▲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 따로 브리핑을 열면서 보건당국 통계와 차이를 보여 혼선을 빚고 있다. ⓒ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와 관련, 따로 브리핑을 열면서 보건당국 통계와 차이를 보여 혼선을 빚고 있다. ⓒ뉴시스
    "과잉이 늦장보다 낫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외쳐온 구호다. 박 시장은 '구로구 콜센터' 집단발병사태와 관련, 이 구호를 솔선수범하며 지켜나가기 위해 애쓰는 듯하다.

    그는 방역당국이 추가 확진자 현황을 발표하는데도 매일 브리핑을 열고 관련 현황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린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오전 10시와 오후 4시 등 두 차례에 걸쳐 확진자를 발표하다 10일부터 당일 오전 0시 기준 통계만 발표하기로 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확진자 통계로 인한 국민적 혼란을 방지하고, 지방자치단체 통계 발표와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방역당국 발표에도 박원순, 따로 브리핑… 오히려 확진자 통계에 혼선

    이 같은 보건당국의 확진자 현황 발표에도 서울시는 또 다른 확진자 현황을 발표한다. 보건당국의 '0시 기준'이 아닌 '오전 10시 기준'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보건당국과 서울시의 확진자 수치가 달라 언론은 물론 국민도 혼란을 겪는다는 것.

    실제로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이날 0시 기준 50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64명이 확진판정받았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11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구로 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총 90명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확진자가 93명으로 집계됐다고 했고, 이후 중랑·서대문·마포구에서 각 1명씩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12일 역시 중대본과 서울시의 발표는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는 관련 확진자가 총 102명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대본은 현재까지 99명의 관련 확진자가 확인됐다고 했다. 13일에도 서울시의 '나홀로' 발표는 계속됐다.

    서울시의 '무원칙'은 또 있다. 매일 오전 11시에 정례 브리핑을 하면서도, 거의 매일 오후에 추가 브리핑을 하는 것. 물론 정례적인 게 아니다. 각 구청에서 나오는 확진자를 다시 종합해 발표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구로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이번 사태는 수도권에서 일어난 최대규모의 집단감염이라는 그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현재의 상황과 또 향후 서울시의 대응방안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직접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게 있으시면 무엇이든 지원하겠다' 이런 말도 했다"고도 자신했다.

    불안감 이용한 이름 알리기 그만… 과유불급 뜻 생각해보기를

    그러나 전문집단인 방역당국의 통계와 차이를 보이면서, 박 시장이 정부기관 발표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기관보다 자신의 '이름 알리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런 때에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신뢰를 얻기 위해 국민이 정부의 말을 믿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정부로 단일화해 정부가 발표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따르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국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아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하다 보면 한쪽은 거짓말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서 "성과를 가로채 자신의 홍보나 과시용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힐난했다.

    박 시장의 ‘나 좀 봐주세요’식 행보는 국민의 안전이 아닌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과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한 정치행보를 펼치기 전에 시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누구로부터 비롯되는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뜻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