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7일 18~23번 이동 경로 공개… 21번 종로 명륜교회, 23번 롯데百 본점·프레지던트 호텔 방문
  • ▲ 질병관리본부는 7일 19~23번째 우한폐렴 확진자들의 이동 동선 일부를 공개했지만, 정보 공개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대처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시스
    ▲ 질병관리본부는 7일 19~23번째 우한폐렴 확진자들의 이동 동선 일부를 공개했지만, 정보 공개 논란이 확산되자 뒤늦게 대처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시스
    질병관리본부는 7일 19~23번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의 동선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나 지역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환자들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논란이 확산하자 뒤늦게 대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귀국한 우한 교민 중 두 번째 확진자가 발생해 전체 우한폐렴 확진자는 24명으로 늘었다.

    질본에 따르면, 19번(36·남성·한국인) 환자는 증상 발현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5일까지 일주일간 54명과 접촉했다. 그는 17번(37·남성·한국인) 환자와 싱가포르에서 같은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19~23번 환자 동선 제한적 공개… 추가 확진자도 나와

    19번 환자는 지난달 30일 종일 집에 머물렀다. 다음날인 31일에는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성남시 분당구 소재 회사에 출근, 낮 12시쯤 분당구 부모님 집에 들렀다. 퇴근 후 오후 7시쯤에는 파리바게뜨 헬리오시티점을 방문했고, 이어 교촌치킨 가락2호점을 찾았다. 지난 1일 오전 9시40분쯤 파리바게뜨 헬리오시티점을 재방문, 낮 12시쯤 가족 모임차 서울 강남구의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찾았다. 3일에는 출근해 회사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그러다 5일 자택격리 중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됐다. 2일과 4일에는 종일 집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20번(41·여성·한국인) 환자는 15번(43·남성·한국인) 환자 가족으로, 지난 2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는 5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보건소를 찾아 검사받고 귀가 후 확진 판정을 받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21번(59·여성·한국인) 환자는 6번(55·남성·한국인) 환자 접촉자로 지난달 31일부터 자가격리를 시행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6시20분쯤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를 방문하고 약 2시간 뒤 귀가했다. 30일에는 집에 머물렀고 31일 자가격리 이후 보건소 차량을 이용해 서울 성북구보건소를 방문했다.

    22번(46·남성·한국인) 환자는 16번(42·여성·한국인) 환자의 가족이다. 접촉자로 확인된 지난 4일 오후부터 집에 머무르다 6일 확진 판정을 받고 조선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됐다.

    23번 환자 방문 롯데백화점 본점 임시휴업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에서 관광차 입국한 23번(57·여성·중국인) 환자는 '우한 폐쇄' 이전에 한국에 왔다. 이 환자는 지난 2일 12시쯤 서울시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퇴실한 뒤 중구 롯데백화점을 방문했다. 이후 오후 1시쯤 서대문구 숙소를, 오후 2시20분쯤부터 2시간가량은 마포시 이마트 마포공덕점을 방문한 뒤 서대문구 숙소로 돌아왔다. 그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롯데백화점 본점은 7일 오후 2시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은 방역조치 뒤 오는 10일 문을 열 계획이다.

    정부가 이날 우한폐렴 확진자들의 동선을 공개했지만 어쩔 수 없이 늑장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주요 감염경로가 '지역사회'로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는데도 그간 정부가 환자들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 ▲ 우한폐렴 23번째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롯데백화점 본점은 7일 오후 임시휴점을 결정했다. ⓒ뉴시스
    ▲ 우한폐렴 23번째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롯데백화점 본점은 7일 오후 임시휴점을 결정했다. ⓒ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6일 오후 브리핑에서 "경증 환자를 통한 감염이 확산하면서 지역사회 전파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차관도 같은 날 "지역사회로 확산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따로 공개해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자체에 '개별적으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우한폐렴 확산 우려와 관련, 코레일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 정보를 알려주면 이들의 KTX 탑승을 제한하겠다"며 지난 2일 질본에 정보공유를 요청했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4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요즘은 코레일톡(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표를 사니 (확진자가 나오면) 좌석과 주변 좌석 승객을 90% 이상 특정할 수 있다"며 "(질본이) 자가격리자 정보를 주면 (만에 하나 자가격리자가 열차를 이용해 돌아다녀도) 예약 때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본은 컨트롤타워로서 함부로 개인정보를 넘겨줄 수 없고, 이미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절했다.

    20번째(41세 여성·한국인) 환자가 거주하는 수원시도 질본의 정보 미공개 방침에 불만을 나타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4일 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상황점검회의에서 "증상이 나오기 이틀 전부터 확진 판정까지만 동선을 공개하는 질본 지침도 문제가 있다"며 "증상은 개인의 감각에 따라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한에서 온 사람 중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귀국 시점부터 모든 동선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전파' 우려에도 확진자 동선 숨긴 정부에 비난 쇄도

    정부의 이 같은 늑장대응을 두고 SNS에서는 국민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최소한 인과관계 유추는 가능해야 그 주변에 있던 사람도 스스로 관찰하고 조심하지. 이제 전 국민이 조심해야 하는 단계로 가고 있잖나."(jh1r****)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이제 가짜 정보도 아닌 상황에 대해 함구하라니 늦게 대응해 우한독감 걸리길 바라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네."(yanu****)라고 비꼬았다.
    "이 정권은 도대체 공개하는 것이 뭔가? 공소장도 비공개, 확진자 동선도 비공개. 언제는 국민의 알 권리라며? 이 정권의 내로남불식 행태의 끝판이 어떻게 될지 진짜 궁금하다."(jpsi****)라거나 "정부가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했다. 감당 안 되니까 동선 못 밝히는 거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그렇듯 각자도생이다."(j993****) 등의 글도 올랐다.

    한편 7일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해 임시 격리생활 중인 교민 가운데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귀국한 우한 교민 중 두 번째 확진자이자 국내 전체로는 24번째 확진자다.

    이날 정부 관계자 등의 말에 따르면, 6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생활 중이던 교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지난달 31일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28세 남성으로, 첫 번째 우한 교민 확진자(13번째· 28세 남성)의 직장동료로 전해졌다. 24번째 확진자는 지난달 중순 13번째 환자와 함께 중국 출장을 갔다 같은 1차 전세기편을 통해 귀국했고,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할 때도 같은 버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