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세계의 단물은 다 빨아먹으면서, 공산·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을 ‘쓸모 있는 바보들’(Useful Idiots)이라 부른다”
  • 386(현 586) 주사파 세력의 탄생에 대해 다룬 책 「82들의 혁명놀음」의 한 대목을 소개하며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책은 주사파의 대부로 알려졌던 ‘강철서신’ 김영환 씨의 과거에 대해 다루고 있다.

    <김영환은 한국 사회에서는 주사파들을 출생시킨 산파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그 산파가 자신이 꺼내 놓은 아이가 태어나서는 안 됐던 아이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니면 스스로 뿌린 씨앗에서 나온 나무가 독나무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서 이를 뽑아 버리려 한 격이었다. 그러나 산파가 출산시킨 아이도 세월이 지나 자라면 다시 어머니 뱃속으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 농부가 뿌린 씨앗에서 자란 나무를 다시 씨앗 속으로 집어넣고 땅에 묻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p. 223)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김영환은 중학생이 되면서 일찌감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신문과 부친의 가르침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통치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얘기를 보고 들으며 자랐다. 그는 1982년 서울대 법대를 진학해 ‘고전연구회’라는 서클에 가입했고, 자본주의는 잘못됐고 사회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최선이며 필연이라는 이념 교육을 받는다. 마르크스주의자로 점차 변모해가던 시점, 교내 시위에서 경찰에 끌려가 단체 기합을 받고 발길질을 당하며 정권의 억압 속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운동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시점이었다.

    김영환은 주체사상에 바탕을 둔 ‘반제민중민주화운동’을 주도해갔다. 대한민국을 제국주의 미국이 지배하는 식민지라 정의했고, 한국 사회가 처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제국주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민족해방투쟁’을 내세웠던 NL노선은 서울대뿐 아니라 전국 대학 운동권 세력을 잠식해갔다. 김영환은 대학 내에 주체사상을 주입하며, 서클과 분파 간의 투쟁을 막고 역량을 모으는데 집중했다. PD노선(마르크스·레닌주의)이 잡고 있던 학생 운동의 주도권은 점차 NL노선으로 넘어가게 된다.

  • ▲ 주사파의 대부로 불렸던 김영환과 그의 글 ‘강철서신’ ⓒ뉴시스
    ▲ 주사파의 대부로 불렸던 김영환과 그의 글 ‘강철서신’ ⓒ뉴시스

    김영환은 한발 더 나아가 ‘구국학생연맹’(이하 구학련)을 결성, 조직원들에게 “한반도의 분단과 민중억압, 착취하는 미제와 그 괴뢰 정권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으로 싸워나가자”고 선동했다. 구학련은 북한에서 들여온 주체사상 교재와 북한 방송의 지령에 따라 움직였다. 김영환은 이른바 ‘강철서신’을 통해 한국 사회에 주체사상을 전파했고, 북한 선전 책자보다 더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묘사했다. 이에 김일성도 감동했다고 한다.

    1989년 7월 김영환에게 윤택림이라는 북한 공작원이 찾아온다. 김영환은 혁명에 성공하기 위해 북한과 연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북한 노동당에 입당했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관악산 1호’라는 대호(암호명)를 받는다. 평양방송을 통해 1992년 선거에서는 민중당을 지지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미국의 북한 핵시설 폭격 보도가 있던 1994년 전쟁위기가 고조 될 때는 전쟁에 대비해 간부들은 피신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김일성이 볼 때 김영환은 사회주의 학생운동의 흐름을 일거에 주체사상 친북 노선으로 바꿔놓은 거물이었다. 김영환은 김일성의 초청을 받아 1991년 5월 강화도에서 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한다. 강철서신에서 발전된 사회주의 국가, 지상낙원으로 묘사했던 북한 땅을 실제로 밟게 된 것이다. 그가 17일 동안 북한을 관찰하며 발견한 것은 꽉 막힌 관료주의 체제, 창의적 연구 활동이 불가능한 사회 분위기, 죽음과 같이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는 어둠뿐이었다. 베일 속에 가려졌던 환상의 나라는 그에게 환멸만을 가져다줬다.

    북한 방문 후 주체사상으로 남한 사회에 공산 혁명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옳은가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다수의 조직원 동지들은 고시를 봐 판검사로 자리를 잡는 등 안정된 생활로 돌아갔다. 이들의 혁명놀음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동지인 정대화에게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문제다. 북한은 관료주의가 심하다. 북한에서는 오히려 주체사상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등 북한 체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영환은 ‘푸른사람들’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반미(反美)’에 대한 반성을 표했다. 그는 주체사상은 철학일 뿐 남한 혁명의 지도 이념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일각에선 김영환 그룹이 반북(反北) 노선을 택한 것은 확실하나,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향을 한 것이 맞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가 주체사상이라는 독을 한국 사회에 퍼뜨린 것을 진정 회개한다면, 더 이상의 의혹이 없도록 더 분명히 정체성을 밝혀줬으면 한다. 아울러 ‘주사파’에서 전향했음을 밝히지 못 했던 임종석 씨 등 ‘전대협’ 출신들, 안희정 씨가 몸 담았던 ‘반미청년회’ 출신들, 최근 조국 씨로 인해 자주 거론됐던 ‘사노맹’ 출신들도 전향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색깔 논쟁이 싫다면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면 된다. 또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싫다면 한국 사회에서의 분란을 그치고 북한 김정은의 품으로 가면 된다. 자유세계의 단물은 다 빨아먹으면서, 공산·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이들을 서구 사회에선 ‘쓸모 있는 바보들’(Useful Idiots)이라 부른다. 이용 가치가 있어 공산 세력에게 쓰임 받지만, 혁명이 성공하고 나면 버려질 운명인 자들, 이 얼간이들을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 명명한 것이다. 월남 공산주의자들의 운명이 그러했고, 대한민국이 적화된다면 친북·주사파 세력의 말로가 그러할 것이다.

  • ▲ 2015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시위를 벌였던 한 여고생이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 2015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시위를 벌였던 한 여고생이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동영상을 보고 계시는 분들이 강력한 힘을 가진 부르주아 계급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다. 사회구조와 모순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뿐"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 캡쳐

    몇 해 전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한다는 한 여고생이 “이 동영상을 보고 계시는 분들이 부르주아 계급일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시작한 짧은 영상이 유튜브를 달궜다. 여고생은 서울대 82학번들이 지하서클에서 죽기 살기로 외쳤던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을 끄집어냈다. 마르크스 이념이 나온 지 170년이 지났다. 세계적으로 공산주의가 폐기된지도 오래다. 아직도 공산주의자들에게 속아 이용당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도 수시로 이런저런 이유로 미사일을 쏴댄다. 정부는 미사일을 불상 발사체라 부르며 감추고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을 손에 쥐고 국민의 알권리를 막고자 한다. 과연 이 나라의 안보는 지켜지고 있는지, 음지(陰地)에서 벌어졌던 지하서클 운동권들의 혁명놀음이 이제 제도권 양지(陽地)까지 올라와 대놓고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신의주까지 철도를 복원한다는 뉴스가 나올 때 저 기차에 주사파들 다 태워서 꿈에 그리던 북한에 가서 살게 해야 한다며 남편이 쓴 소리를 했다. 친북·주사파와의 싸움.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이겠지만, 친북·주사파 세력을 몰아내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북한 독재정권의 철장문을 깨트려 북한 동포들을 구해내는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정경화
    청년한국 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