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훈 검사, 이재수 기무사령관, 조진래 전 의원 등 극단 선택… 황교안 "文정권 너무 잔혹"
  • ▲ 홍준표(왼쪽)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조진래 전 의원. ⓒ뉴데일리 DB
    ▲ 홍준표(왼쪽)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조진래 전 의원. ⓒ뉴데일리 DB
    오랜 기간 이어진 수사 압박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자유한국당 조진래 전 의원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이라며 강도 높은 규탄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진래 수사의뢰는 문 정부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조 전 의원의 측근들은 "정말로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생투쟁 대장정 복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를 받는 중에 그렇게 명을 달리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람을 살리자고 수사하는 것인데, 사람을 살리자고 정치하는 것인데 이렇게 죽어나가니 정말 괜찮은거냐"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보복에 수사압박으로 자살한 사람이 과연 몇인가. 좌파는 돈받고 자살하면 영웅이 되고 우파는 근거없이 시달리다 자진하면 침묵해야 하는 세상"이라며 "조진래 경남 정무부지사가 2년 간 당하는 것을 보며 힘이 되어 주지 못한 내 무기력함과 무능함이 참 한탄스러웠다"고 했다.

    민주당 "한경호 부지사가 수사 의뢰해" vs 洪 "좌파의 뻔뻔함"

    25일 경남 함안의 형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진래 전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그는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홍 전 대표가 경남지사로 재직할 때 정무부지사, 정무특별보좌관으로 홍 지사를 보좌했다. 조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경남도청측이 경남테크노파크 채용 비리 의혹 수사를 검경에 의뢰하던 과정에서 검찰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직후 홍준표 전 대표는 "정권이 바뀐 직후 문재인 정권이 2년 동안 내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였던 홍 전 대표가 경남지사로 재직한 4년 4개월간의 뒷조사를 했다는 것인데 "경남도 공직자들은 아직도 조사를 계속받고 있고 심지어 대법에서 세번이나 승소한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 조사도 하고 있다"고도 했다.

    2년 전 문재인 후보와 나란히 대선 승부를 펼쳤던 홍 전 대표의 이같은 폭로에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의원 수사는, 당시 홍준표 지사와 같이 일했던 한경호 행정부지사가 의뢰한 것"이라고 맞받으며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8년 1월은 이미 정권 교체 이후의 시점이다. 당시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하고 있던 한경호 부지사의 탓으로 돌리는 민주당의 이같은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홍 전 대표는 "좌파들은 뻔뻔한 거짓말도 태연하게 한다"며 "한경호 권한대행은 나하고는 같이 일한 적도 없고 문 정권이 임명한 사람이다. 특히 그 자가 권한대행으로 1년 간 무엇을 했는지 경남 공무원들에게 물어 보라"고 꼬집었다. 홍 전 대표는 "우리가 정권을 반드시 다시 잡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도 덧붙였다.

    적폐 몰이로 벌써 5명이 스스로 목숨 끊어

    현 정부 들어 전 정권 인사가 '적폐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조진래 전 의원의 사망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김 모 임원, 국정원 소속 정 모 변호사,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에 이어 다섯 번째다.

    정권 교체 직후인 2017년 9월 한국항공우주산업 임원이던 김씨는 방산 비리 의혹에 휩싸여 목숨을 끊었다. 한달 뒤 10월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씨는 '국정원 댓글 사건 방해 의혹'을 받다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놓였던 변창훈 당시 서울고검 검사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 투신했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받다가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이 전 사령관의 변호를 맡았던 석동현 변호사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생전 "아들 방도 수사했다는데, 아들 취직 건도 조사하는 것 아니냐" "정부가 어떻게 군을 이렇게 매도하고 범죄자 취급을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야권 인사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이 점을 언급하며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이 된 5명 인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황 대표는 "'조 전 의원께서 수사 압박 괴로움을 주위에 호소했다고 한다. 가슴 아프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 그 이름으로 너무나 잔혹하고 비정한 정권이 됐다"며 "정말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수사 소환 재수사 재소환...누가 버티겠나"

    한국당은 조 전 의원이 수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취지로 강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눈물이 난다. 문상을 마치고 나오는데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뭐가 그토록 미워서 1년 6개월간 이리 사람을 괴롭히나. 수사, 소환, 재수사, 재소환...어느 누가 버티겠나. 결국 죽어서야 끝이 났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장 의원은 최근 KT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태 의원을 거론하며 "수사기관이 털고 또 털고 있다. 또 다른 부음이 들려오지 않을까 봐 전화벨 소리가 겁이 난다"며 "사람 사는 세상인지, 사람 죽이는 세상인지 그 세상으로 나는 또 돌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이날 "홍준표 전 대표가 대선 때 '막말' 소리 들으며 문재인 후보를 시원하게 공격했던 것이 빌미가 된 것 같다"며 "홍준표 경남지사 시절 조 전 의원이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는 게 문제가 됐다. 6년 전의 경남도 채용비리 수사를 받던 중, 고향집에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제 54세.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독한지 죽음으로 보여줬다"고 개탄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물론 정권이 바뀌면 정부 요직 곳곳이 물갈이되고 때로는 수사를 받기도 하고 그런 것이지만 이 정권은 사람 목숨을 뭘로 보길래 집권 2년만에 이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느냐"고 비판했다. '조진래, 홍준표 후임이 수사했다'는 민주당 논평과 관련해서는 "어떻게든 책임론을 피하겠다는 의도다. 근데 문 정권 하에서 일어난 수사다. 사람 잡아놓고 도리어 엉뚱한 사람에게 누명 씌우는 격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