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하야하라는 외침이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   김태우-신재민 사태를 계기로 정치투쟁의 전선(戰線)을 거짓과 위선과 범법이냐, 아니면 진실과 정직과 파사현정(破邪顯正, 邪를 깨고 正을 드러내다)이냐로 설정해야 한다. 여-야, 보수-진보가 아니라, 김태우-신재민의 폭로가 진실이냐 아니냐로 싸움판을 짜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김태우는 말했다. “청와대의 범죄가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 신재만은 또 이렇게 말했다. “내 죽음으로 나의 진심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에 대해 집권측은 말했다. 개인(김태우)의 범죄를 덮기 위해 하는 짓“ ”소신과 정책조율은 다른 것(김동연)“ 운운.

     그렇다면 이 상충하는 두 입장 중 어느 게 옳은지를 피차 목숨 걸고 가려볼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이 싸움에서 충분히 치열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당의 평소의 웰빙 기질을 돌아볼 때 그 평판은 새로운 게 아니다. 으레 그럴 사람들이다.

     이에 비한다면 자유를 수호하는 변호사들(고영일·고영주·권우현·김기수·김병철·김용진·김태훈·도태우·박성제·부상일·백승재·엄태섭·우인식·이순호·이인철·장재원·정선미·정종섭·정수경·조선규·진형혜·황성욱)이 이언주 의원과 함께 김태우 신재민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집권측은 말로 부인(否認)하고 부정(否定)만 할 게 아니라, 특검과 국정조사를 열어 실체적 진실을 샅샅이 뒤지자는 데 응해야 한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신재민 사무관에게 ”정책조율은 소신과는 다른 문제다“라고 말할 게 아니라, 자신이 한 짓이 정책조율인지 위법행위인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차라리 솔직하게 ”야, 내가 이 정부에서 월급 타먹는 신세로서 정무(政務)적 판단을 좀 했기로서니 네가 그렇게 빳빳하게만 따지고 들면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고 하소연 하는 편이 한결 나을 것이다. 정책조율? 말이 좋다. 그러나 그건 정책조율이 아니라 규칙을 어긴 가벌(可罰)적 일탈행위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 ‘정책조율이라? 퉤!!

     거듭 강조하지만 이게 만약 보수 쪽이 저지른 일 같았으면 광화문 광장이 들썩했을 것이다. 하야하라는 외침이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10대 애들까지 하야하라, 단두대로 보내라며 악을 쓰고 난리 부르스를 추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를 떠나 아스팔트에 나앉았을 것이다. 강남좌파 끼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미디어들이 온갖 ’거짓 특종‘들을 만들어 지면과 화면을 뒤덮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디어와 아이들과 야당은 별로 싸우는 바가 없다. 그야 몇 마다 지껄이고들 있지만, 그 강도(强度)는 죽은 놈의 콧김 정도일 뿐이다. 일감은 태산 같은 데 일꾼이 없구나. 전쟁은 터졌는데 강한 아군(我軍)이 없구나. 져도 싸다고나 할까.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9/01/0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