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과 협상학-14) 상대 움직일 '실제 이해관계', 다양한 질문으로 끄집어내야
  • 북핵이든 노조협상이든 질문 속에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벌써 해가 바뀌었다.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번의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급진전될 것처럼 보였던 북비핵화 협상이 지금은 미북이 물러섬 없는 대치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로선 미북의 요구조건들이 결국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직결되어 있어 제대로 된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예상되어온 내용들이다. 다만 우리정부가 이런 상황을 미북과 달리 염두에 두지 않고 잘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만 전세계와 남북한 국민에게 강조해온 결과이기도하다. 심지어 북한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북한의 수석부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호의를 베풀고, UN제재 국면 속에서도 남북철도착공식까지 개최하며 북한 개발과 지원의지를 표명하였음에도 우리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협상가일수록 자기주장과 상대의 표면적인 주장에 연연하기 보다는 상대에게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과 요구를 통해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실제 이해관계와 요구사항을 이끌어낸다고 한다. ‘실제 이해관계’야 말로 협상에서 상대를 움직이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질문은 많았다. ‘국제사회 눈치를 보며 경제협력을 할 것인지?’ ‘비핵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의 연례적인 군사훈련조차 9월 군사합의 위반이 아닌지?’ ‘자신들의 선제 조치에 대한 보상은 무엇인지?’ 일관되게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완화와 남한의 역할과 변화를 묻고,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끊임없이 북한에는 구체적인 목록 제출 등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요구하며 확인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지난 해 완료된 FTA 재협상 외에도 방위비 대폭 인상 요구 등을 통해 우리의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미국과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은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대응에 급급하고 오히려 양측의 입장을 이리저리 전달하는데에만 주력해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미국과 북한은 사실 그간 벼랑 끝 전술의 달인들이라고 한다.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1930년대부터 동맹이자 비자도 없이 드나드는 캐나다조차 압박을 서슴지 않으며 NAFTA 재협상을 이끌어냈다. 지금은 중국과 벼랑 끝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 역시 지난 20년간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펼치는 협박외교로 유명하다. 이런 상대들이라 정상적으로 요구와 질문을 하기 어려운 현실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갈등과 협상을 위한 ‘질문’ 방식이 익숙치 않아 보인다. 우리 사회 전반의 숱한 갈등과 분쟁도 결국은 상대방과의 질문 형식이 아니라 일방적인 주의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이미 세계신기록의 불명예를 세운 택시노조 고공농성과 파인텍 굴뚝농성 등 숱한 갈등의 현장에서도 서로에 대한 내 주장만 있지 상대가 한 번 더 자신의 입장과 이해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질문형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서 상대가 답이 없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질문은 내 속마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방식 보다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협상 방식이다. 질문에는 답을 해야하는 의무감도 심어 준다. 상대의 반응을 통해 절실한 속마음과 이해를 분석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미북 양쪽에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보다 우리의 요구사항을 질문하고 답을 요구해야 한다. 양방향 소통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그동안 상대의 질문들 속에서도 절박한 그들의 속마음 이해와 질문들을 찾아낼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북한 경제개발에 목마른 미북 정상들의 절실한 이해를 이용해 질문해야한다.

    /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