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초계기 조준' 논란… 관건은 그 멀리 있는 北 목선 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 하는 것
  • 구글 맵에서 찾아본, 독도 북동쪽 100km 지점 해역과 해군 제1함대 사령부가 있는 강원도 동해시 간의 거리. ⓒ구글 맵 캡쳐.
    ▲ 구글 맵에서 찾아본, 독도 북동쪽 100km 지점 해역과 해군 제1함대 사령부가 있는 강원도 동해시 간의 거리. ⓒ구글 맵 캡쳐.
    우리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간 마찰과 관련, 국방부가 “해군 구축함이 인도주의 차원의 작전을 펼친 것이며, 日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사격통제용 레이더인 STIR-180을 조준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인도주의 차원의 구조작전 대상인 북한 목선 정보를 누구로부터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대답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일 간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한 사건이 일어난 곳은 독도 북동쪽 100km 해상, 해군 제1함대가 있는 강원도 동해시에서의 거리는 약 300km나 떨어진 곳이다. 광개토대왕함이 전속력(55.56km/h)으로 간다고 해도 5시간 20분이 걸린다. 

    광개토대왕함은 대체 그곳에 왜 갔을까? 그곳에 가기 전에 초계기를 먼저 보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한국 해군이 한일공동관리수역에서 인도주의적 작전을 실시하는데, 日해상자위대가 그걸 왜 모르고 있었을까?

    한일어업협정 중간수역에서 발생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일어난 사건은 지난 20일 오후 3시, 독도 북동쪽 100km 해상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1998년 6월 새로 맺은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독도 중간수역’으로 설정돼 있는 대화퇴어장 근처다. 일본 측이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해역이다.

    한국군에 따르면, 당시 해군 제1함대 소속 구축함 광개토대왕함(KD-1)은 남쪽으로 표류해 온 북한 목선의 탐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같은 시간 日해상자위대 제4항공군 소속 P-1 초계기가 현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양측의 주장은 여기서부터 엇갈린다.

    한국군은 “북한 목선을 탐색·구조하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MW-08 대함·대공 레이더를 켰다”고 주장했다. 日해상자위대 측은 “한국 해군 구축함이 있는지 모르고 해당 지역으로 접근 중이던 P-1 초계기에 ‘락온(Lock On, 조준사격을 위한 레이더 조사)’ 경보가 울렸다"고 했다. "日초계기는 적의 위협으로 판단, 채프(Chaff, 레이더 유도 미사일을 교란하는 금속 가루)와 플레어(Flare, 적외선 유도 미사일을 교란하는 불꽃)를 뿌리며 긴급 회피기동을 했다”고 자위대는 주장했다.

    日자위대에 따르면, 초계기에서는 이후로도 몇 분 동안 ‘락온’ 경보가 울렸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해상자위대 측의 주장을 토대로 “우호국에 이런 식의 행동을 해도 되느냐”며 한국을 맹비난하고 있다. 양국은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 지난 10월 제주관함식 당시 해군 광개토대왕함. 함교 위로 레이더들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 지난 10월 제주관함식 당시 해군 광개토대왕함. 함교 위로 레이더들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문제가 확산되자 우리 국방부는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재차 이를 해명했다. 국방부는 “우리 해군 구축함은 인도주의적 작전을 수행하던 중 크기가 작은 북한 목선을 추적하느라 탐지 레이더를 사용했을 뿐으로 일본 측이 오해한 것”이라며 “금일 외교부에서 있을 한일 국장급 협의를 비롯해 외교·국방 당국은 일본 측과의 소통과 협의를 통해 이번 논란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합참 “日초계기 위협 조준한 적 없다” 

    합동참모본부는 국방부보다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이날 브리핑에 나온 해군 준장(진) 안상민 합동참모본부 작전 2처장은 당시에 있었던 상황에 대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안상민 합참 작전 2처장은 “日해상자위대 초계기의 통신을 인지하기는 했으나 감도가 미약하고 잡음이 심해서 ‘코리아 코스트…’ 정도의 단어만 알아들었다”면서 “당시 광개토대왕함 옆에 해경 함정이 있어 해경을 호출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안상민 처장은 “日초계기가 우리 구축함 위로 저공비행을 했다”면서 “통상적으로 군함 상공으로 다른 나라 군용기가 저공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추적 레이더(STIR-180) 옆에 있는 전자광학장비(EO)를 사용해 日초계기의 움직임을 추적·감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이후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것과 달리 “STIR-180 사격통제 레이더를 사용한 적은 없으며 레이더 전파를 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해군과 일본 자위대 '소통문제' 아닌가?

    한편 일본 언론들은 해상자위대 측의 주장을 토대로 “자위대 초계기의 보고대로라면, 한국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보도하고 있다. 日후지-산케이 그룹 계열 FNN은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해군과 日해상자위대 간의 통신부터 전반적인 소통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FNN은 이어 “한국과 일본은 공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기준(CUES) 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인데 왜 이 절차에 따르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CUES에 따르면, 공해상에서 접촉한 미확인 상대에게 사격용 레이더 조준 등의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이처럼 우리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주장이 전혀 달라 논란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 해군은 광개토대왕함에 장착된 MW-08 대함·대공 레이더만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日해상자위대는 “한국 구축함이 STIR-180 사격통제 레이더를 우리를 향해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2015년 10월 日관함식에서 플레어를 뿌리는 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10월 日관함식에서 플레어를 뿌리는 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해군 구축함 레이더, 수상용-대공용 분리 안돼

    韓해군의 광개토대왕함은 한국형 구축함의 첫 번째 종류(KD-1)로 1998년 7월 실전배치 됐다. 대함·대공용 레이더 MW-08, 사격통제용 STIR-180 레이더, 대공용 AN/SPS-49(V) 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광개토대왕함을 비롯한 韓해군 구축함들은 수상용과 대공용 레이더가 별도로 나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사격통제레이더도 종종 탐색용으로 사용한다.

    반면 日해상자위대의 호위함은 대부분 대함용과 대공용을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 광개토대왕함과 비슷한 급으로 분류되는 ‘아사기리’급 호위함은 대함용으로 OPS-28 레이더를. 대공용으로 OPS-14 또는 OPS-24 레이더를, 사격통제용으로 FCS-2를 갖추고 있다. '무라사메'급 호위함도 대함용으로 OPS-28C, 대공용으로 OPS-24를 별도로 탑재·사용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북한 목선 탐색구조 작업과 관련해 북한이 관련 정보를 통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드릴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 목선의 표류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韓해군과 日해상자위대가 접촉한 곳은 해군 1함대 사령부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한국 해군이 이곳에 있는 북한 목선 정보를 어떻게 알고 출동했는지가 이번 논란을 해결할 열쇠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