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과 협상학<12>
  • 지난 주 연말 모임이 한참인 시기에 카풀을 규제하라는 택시업계의 파업은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었고, 국민들에게 택시업계와 정부의 협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택시업계는 택시업계의 생존권과 카카오라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내세웠고, 야당을 포함해 일부 정치인들이 동조했다. 정부와 해당 기업은 공유경제라는 세계적인 트랜드와 기본요금 인상 등 당근책을 내놓았지만 택시업계의 생존권보장 요구를 잠재우진 못했다.

    이 협상에서 문제는 정작 택시를 이용하는 일반국민의 이해가 소홀히 다뤄진 점이다. 어찌 보면 택시서비스에 대한 불만 여론과 공유경제라는 트랜드라면 벌써 도입됐어야할 카풀이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파업과 택시기사의 분신에 이르기까지 큰 갈등상황으로 이어진 것은 이용객인 국민의 절실한 이해를 대변하지 못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눈치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흐르다가는 기본료를 30%가까이 인상하고, 공유경제라는 이해까지 놓치게 되어 일반 국민으로서는 최악의 결과가 예상된다.

    올 한해 전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북핵협상도 자칫 남한의 중요한 이해를 놓치는 결과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고들이 켜지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남한 생존권 이해 보다 북한이 늘 주장해오던 한반도의 비핵화 주장과 제재완화가 더 요란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지 않은 미군의 핵우산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남한이 최소 수천억에서 수조 원씩, 소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용이 남북철도착공식,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각종 남북 공동 조사나 활동 등으로 지출되며 북한 제재도 다양한 수준에서 완화되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주장해오던 핵개발의 입장과 이해 즉 핵전력만 완성되면 남한과 전세계가 돈을 가져올 것이라는 북의 잘못된 이해만이 실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한 국민으로서는 최악의 결과인 셈이다.

    협상의 원칙 가운데 하나는 ‘입장’ 보다 ‘이해’에 집중하라는 원칙이 있다. 입장과 이해는 같을 수 있지만 다른 경우가 많다. 1970대 후반 절대적으로 불가능해보였던 이스라엘과 이집트 평화조약 이면에는 겉으로 드러난 ‘입장’을 이면의 ‘이해’를 조율해낸 미국의 공이 컸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를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다고 하자 다시 전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더 큰 이해는 맞닿은 시나이반도를 빼앗기면 노출될 국가안보였고, 이집트는 영토 주권이었다. 이러한 이해를 반영해 이스라엘은 점령한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주되 해당 지역을 비무장화하는 서로의 양보안을 이끌어냈다.
  • 택시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생존권 주장의 배경은 사실 10년 넘게 택시요금이 동결되고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 속에 카풀까지 도입되면 정말 죽을지 모른다는 절박한 입장과 이해의 산물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도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공유경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민, 나아가 외국인 방문객의 이해까지도 반영해야한다는 의무이자 입장을 강조하되, 업계 지원방안도 이야기했어야 했다. 무책임하게 수년 간 동결만 하다가 찔끔 올려주고 기약 없이 동결한다면 질 낮은 서비스가 또 발생할 것이다. 기본료 인상을 단순히 800원만 해줄 것이 아니라 OECD 상위권국가 수준의 파격적인 인상률로 풀어줄 수도 있다. 저가서비스 택시로 공유 운송 수단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고급 그리고 특화된 택시 서비스로 경쟁토록 해야 했다. 개인의 공공교통수단을 택시산업에만 독점적으로 보장해주는 시대는 이미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유운송 수단과 택시의 공존은 미국에서부터 일본,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개인 공공운송 정책이다. 

    택시업계도 자신들의 이해만 이야기하기보다 택시 이용객인 국민들의 이해도 고려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들의 택시에 대한 불만여론을 다독일 수 있고, 지지 여론과 사랑을 얻을 것이다. 우리와 다른 현실도 있다지만 일본 택시처럼 전문직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

    결론으로 돌아와 북핵 협상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어떤 이해가 핵심인지를 공략해야 한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로 입장을 내세우든 속마음으로서 이해는 ‘경제’이다. 당장 핵이 완성됐으니 먹고 살게 해달라는 북한 주민의 절실한 요구를 풀어내야하는 지도층의 다급한 입장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온 바 있다. 지난 주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시간은 미국편이며, 북한은 경제발전에 대한 욕구가 높음을 북한의 당간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불만을 해소해야하는 북한 지도부의 절박한 이해를 공략해야 한다. 입장과 이해는 다를 수 있다. 택시기사가 목숨까지 내던지는 실제 절박한 요구에서부터 북한의 허풍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협상에서 이해는 잘드러나지 않는다. 북한에서 그 말이 절대적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이 왜 자신의 공언처럼 연내 남한을 답방하지 못했는가? 이번 답방에서는 당장에 주민들에게 무엇인가 먹고 살만한 것을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속마음이 명확해 졌다면, 때로는 UN제재 때문이라는 불가피성도 활용하되, 북한의 절실한 이해가 드러나도록 하는 협상의 수단을 늘려야 한다. 경제 개발과 개방 요구가 북한 내부로부터 분출되도록 채널을 다양화 할 수 있다면 북한체제는 한발 더 비핵화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과 다른 나라들도 경제적 이해를 이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권신일 前 美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