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미디어, '김정은 교구' 팔며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 '박근혜 조롱' EBSi도 논란
  • 지난달 EBS미디어가 협력사 스콜라스와 함께 출시한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지도자 4인' 입체 퍼즐. 북한 김정은이 지도자 4인에 포함됐다. ⓒ교구업체 스콜라스
    ▲ 지난달 EBS미디어가 협력사 스콜라스와 함께 출시한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지도자 4인' 입체 퍼즐. 북한 김정은이 지도자 4인에 포함됐다. ⓒ교구업체 스콜라스

    북한 김정은을 향해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라고 미화하는 아동용 교육자료가 만들어진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방송' EBS의 자회사 EBS 미디어에서 만든 자료다. 최근 EBS 계열사들의 '비교육적 파행'이 잇따르면서 '교육방송 폐지론'까지 나온다.  

    EBS미디어는 지난달 역사교구 사업 협력사인 '스콜라스'와 함께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지도자 4인' 입체 퍼즐을 출시했다. 입체 퍼즐은 종이 및 우드락 등으로 이루어져 뜯어서 조립하는 형태의 8세 이상 어린이들의 놀이용 교구다.

    문제가 된 제품 시리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정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등을 '평화의 주역'으로 꼽고 이들의 얼굴과 몸, 해당 국가의 대표 건축물을 조립하는 상품이다. 

    제품들은 '스콜라스'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각 3300원에 판매됐다. 출시 당시 스콜라스 측은 "아동 및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올바른 역사 의식을 갖출 수 있게 하는 제품을 제작한다"는 홍보를 앞세웠다.

    김정은이 '위인'으로 둔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바로 김정은 퍼즐이다. 상품에서 김정은을 소개한 문구들을 살펴보면,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와 영화, 컴퓨터에 관심이 높았다' 등이다. 심지어 '미국 트럼프와 함께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 등에 합의를 하며 세계 평화로 나아가는 새 지표를 마련했다' 등의 글도 덧붙여졌다. 반면 '독재' 및 '인권'에 관련한 언급은 전무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말라죽이는 악질적인 3대 독재자라는 점은 왜 언급되지 않느냐", "이 사회에는 균형감이라는 게 없다", "김일성이 지하에서 '남조선 혁명화 결실'을 축하하겠다" 등의 목소리다.

    26일 현재 스콜라스 홈페이지에는 김정은 퍼즐이 보이지 않는다. 제품은 지난 25일까지 판매되고 있었으나 오후 8시경 이후 판매 대상으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EBS 인물시리즈 김정은'을 검색하면 스콜라스 홈페이지 링크가 뜨지만, 판매게시글은 삭제돼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안내가 뜬다.

  • ⓒEBS '빡치미' 홈페이지 화면 캡처
    ▲ ⓒEBS '빡치미' 홈페이지 화면 캡처
    도대체 어디까지... 불거지는 EBS 책임론

    EBS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EBS 교육방송에서는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을 제작, 동성애를 옹호하는 내용을 방영해 학부모들의 프로그램 폐지 요구에 직면했다. 비슷한 시기 EBS '지식채널e'를 두고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이념적인 메세지를 담았다"는 지적이 국회 차원에서 제기된 바도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올해 6월경에는 '빡치미'라는 방송이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이외에도 현 정권 핵심인사를 다수 배출한 참여연대 소속 인사들이 출연, 마치 EBS가 정부·여당의 기관지 및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정점을 찍은 것은 최근 인터넷 교육사이트 EBSi에서 고교생과 수험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던 강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저년이' 등의 욕설 섞인 조롱을 했다는 사실이다. 60만 수험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내보냈다는 점에서 'EBS 책임론'까지 일었다.

    해당 사태가 채 한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김정은 미화' 사태가 발생하자, EBS를 둘러싼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그러나 오늘날 EBS 정치편향 논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일부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EBS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씨의 누나 유시춘씨이며, 장해랑 EBS 사장 역시 대표적인 친노 세력으로 알려진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친(親)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6일 제35차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디는 공영방송에서 김정은을 위인의 반열에 올려놓고 미화했다"며 "도대체 누가 이런 기획을 하고 승인했는지 재발방지 및 주의를 촉구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EBS 미디어 측은 "남북 평화 모드가 조성되면서 제품을 출시하게 됐는데 시기가 조금 일렀다"고 해명, "관련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시장에서 전량 회수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EBS측은 빗발치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에 "자회사에서 한 일이라 모른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