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김종천 비서관 음주운전 경질… 임종석, 기강잡기 메일 통해 '경질설' 돌파 시도
  •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상윤 기자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상윤 기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오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전 직원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고 내부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직원들이 잇단 공직기강 해이 문제로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종석 비서실장 측근으로 정평이 난 김종천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은 지난 23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공개된 메일을 통해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라면서 "(하지만) 최근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들 아실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계속해서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했다.

    '공직기강 해이' 논란에 내부 이 메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이러한 메일을 보낸 것은 '기강잡기의 일환'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이외에 ▲대통령경호처 5급 공무원의 주민 폭행,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제기된 송인배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의 검찰 기소 위기, ▲홍일표 대통령정책실 선임행정관의 부인 장 모 감사원 국장의 ‘한미연구소(USKI) 청탁 이메일 논란', ▲정한모 대통령정책실 행정관의 '경기도 산하기간 폭언' 등이 여론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면 여권 안팎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내부 메일을 보낸 것을 다르게 해석했다. 최근 여의도에 돌고 있는 '임종석 비서실장 경질설'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교체설' 임종석, 기강잡기로 돌파 시도?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2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당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교체하자 주변에서는 '다음은 임종석 비서실장 차례'라는 얘기가 돌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측근으로 알려진 김종천 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했다. 이는 '임종석 교체설'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임종석 교체설'을 임종석 비서실장 본인이 모를 리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강을 다잡는 내부 메일을 보내 청와대 내 본인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의 한 대의원은 같은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장하성 정책실장 교체가 이뤄지자 임종석 비서실장을 교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임종석 비서실장은 '측근 음주운전' 뿐 아니라, 이전 'DMZ 시찰' 때 '황제의전'으로 구설에 오르지 않았나. 이런 점과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시기가 맞물린다. 인적쇄신으로 지지층을 다시 결집할 시기가 '내년 초'라고들 한다"고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둘러싼 DMZ 시찰 논란은 이렇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달 17일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비무장지대를 시찰했다. 이 과정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단독 선글라스 착용' 및 '장관 대동'이라는 야권의 질타를 받았다.

    文 임종석 메일 보낸 날 '공직기강' 거론 안해

    한편 임종석 비서실장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공직기강 관련 메일을 보내서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전 비서관들과의 차담회 때 공직기강 관련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차담회 때 공직기강 관련 어떤 말도) 없었다"고 했다.

    다음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전 지구언들에게 보낸 내부 메일 전문이다.

    <전문>

    일에 몰두해 계절이 변하는 것도 모르고 바쁘실 여러분들께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듭니다.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들 아실 것입니다. 청와대 구성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저로서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번 일이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게 해야겠기에, 스스로 몇 가지 다짐을 하면서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일이 손과 눈에 익었을 것입니다. 그런 상태로, 관성이 이끄는 데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입니다.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십시오.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입니다. 더 나아가서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입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밉시다.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비서실장 임 종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