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쓴소리라 생각 말고 관심 가져달라” 靑에 요구… 당청갈등 우려 나와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데일리 DB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뉴데일리 DB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후 정치지형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권 청와대의 ‘문기친람(文機親覽)’ 행보가 빠르게 줄어든 형국이다. 문기친람은 사자성어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에서 비롯된 말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정사를 보살핀다’는 뜻을 지녔다.

    실제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비상대책위원회 때 문 대통령의 8·30 개각 관련 “총리와 장관 패싱 일상화가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진짜 문제는)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청와대의 만기친람 국정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지난 4월 5일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직에 ‘문 대통령 40년 지기’ 박종환 전 경찰종합학교장이 내정될 움직임을 보이자 “현 정권이 공직에 ‘친문(親文)’ 인사들을 줄줄이 기용한 것도 모자라 이젠 민간단체까지 제 식구로 채워 넣으려고 한다. 무소불위 권력이 인사 칼을 휘두르는 그야말로 ‘문기친람의 시대’”라고 논평했다.

    그동안 다양한 문제 발생 시,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의사결정을 내려왔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초 불거진 ‘외교부발 가나 해역 피랍사건 엠바고 논란’은 문기친람 국정운영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외교부는 지난 3월 27일 가나 인근 해역에서 우리 선원 3명이 탄 마린711호 선박이 피랍된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출입기자단에 알렸다. 그리고 선원 구출이 이뤄질 때까지 엠바고(한시적 보도 중지)를 걸었다. 이 와중에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해부대를 가나에 급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외교부 방침을 제멋대로 변경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의 목소리’ 주장하는 이해찬

    다만 현 정권의 문기친람식 국정운영은 최근 잠잠해졌다. 이해찬 의원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후를 기점으로 현 정권의 이 같은 움짐이 무뎌진 것이다. 실제 이 당대표는 다양한 현안에서 ‘당의 목소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 간담회 때 “주택임대등록 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과하다. 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해찬 당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토부가) 세제 대책을 강구한다고 했으나 더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이 세제 강화를 거론한 다음날, 이 당대표가 ‘선공급’으로 정책 제동을 건 셈이다.

    이 당대표는 당대표직 취임 5일만에 열린 첫 고위 당정청회의 땐 “당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이라며 “(따라서) 쓴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정부와 청와대 인사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안팎에서는 ‘강한 여당’을 기치로 내세운 이해찬 당대표 행보가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해찬 당대표는 당내 중진이자 ‘호통’과 ‘호랑이’ 등의 별명을 가진 분”이라며 “이해찬 당대표의 쓴소리가 당정청 관계에 혹여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