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싫어하는 말은 사용하지 말기로 한다면, 없애야 할 말이 너무나 많다
  •  “더불어 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납북자’ 표현을 ‘전시실종자’로 변경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고 했다.“-조선 닷컴 2018/8/16.

     이에 대해 이미일 ‘6. 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이사장은 ‘납북인사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송갑석 의원 등의 말인즉, 납북자란 말은 북한이 싫어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북한이 싫어하는 말은 사용하지 말기로 한다면, 없애야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사실과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말이라면 북한이 싫어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납북자’란 말은 사실과 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6. 25 남침 때 북한당국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인사들의 신병을 확보했다가 북으로 달아날 때 강제로 끌고가 수용했다. 이게 납북 아니면 뭔가? ‘보쌈’인가? 북은 “그들 스스로 입북했다”고 우기지만, 월북자와 납북자는 엄연히 구분된다.

     북이 그러는 것이야 그들의 상투적인 짓거리라 치자. 그러나 대한민국 집권당이란 사람들은 왜 ‘납북인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북한의 용어조작 전술에 합세하는가? 원만한 남북관계와 ‘평화’를 위해서? 말은 좋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하나의 체통 있는 국가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이걸 내동댕이치는 ‘평화’란 평화가 아니라 굴종이다. 자존을 버린 국가는 국가도 아니다.

     말 같지도 않은 말 집어치워야 한다. ‘실종자’ 아닌 ‘납북자’는 엄연히 있다. 여당의원 몇 몇이 아무리 지우려 해도 있는 건 있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해서 있는 해가 없는 게 되나? 쯧쯧쯧.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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