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뒤집혔다. 국명만 아직은 대한민국일 뿐, 오늘의 대한민국은 영 딴 판의 대한민국이다
  •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만든 탈북민 정성산 감독이 페이스 북을 통해 자신의 냉면집 평광옥 운영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세력이 자신의 동업자들의 신상을 파악해 ‘탈북자 정성산은 위험인물이며, 평광옥에 투자한 당신들을 꼭 국세청에 신고해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협박 해 동업자들이 도저히 이런 상태로는 안 되겠다며 건물주와 상의 후 가게를 정리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테러다. 폭탄을 던지는 것만이 테러가 아니다. 극렬한 협박도 공포의 테러다. 왜 이런 테러가 가능해졌는가? 그들이 “이젠 우리 세상이다”라고 믿게 되었기에 그게 가능해졌다. 세상이 뒤집혔다. 국명만 아직은 대한민국일 뿐,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제의 대한민국과 영 딴 판의 대한민국이다.

     탈북민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남쪽에 오면 북쪽의 수용소 체제를 마음껏 고발해도 괜찮으려니 하고 내려왔는데, 어럽쇼, 여기서도 그렇게 하다가 패가망신할 판이니,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느님, 거기 계세요?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어찌 그리 무심하시오?

     ‘납북자’란 말도 이젠 쓰지 말잔다. 태영호, 박상학 같은 탈북 투쟁가들을 향해선 “잡았다, 요놈들”이란다. 맥아더 동상엔 불길이 치솟았다. 이젠 자기들 세상이 왔다고 믿기에. 

     정성산 감독, 요덕 공연 때 우리 처음 만났지요? 마음고생이 크십니다. 그래도 버틸 밖에 달리 수가 있습니까? 죽을 각오 하면 혹 살지 누가 압니까? 천지의 이치는 세(勢)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랍니다. 바뀌기 전에 우리가 쫄딱 망할 수도 있지만, 그게 불가피하다면 망하는 것도 삶이지요. 요새 2030이라는 젊은이들이 586과는 다르답디다.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지만 좌우간 어디가 달라도 다르기를 바라면서 한 생(生) 메우지요, 뭐.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8/17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