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이 신음하고 있다.

    8월 1일 찾은 대구 달성군 논공읍 위천리 소재 고령교. 대구와 거창을 잇는 고령교 밑을 흐르는 낙동강은 한눈에도 수량이 적어보였다. 열흘 전 이곳을 강타한 ‘물폭탄’과 ‘도깨비 폭우’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모두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강바닥에 쌓인 토사가 밀려들면서 강변 쪽은 검붉은 땅을 드러내고 있었다.

    “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녹색뉴스포털 그린투데이 한재욱 대표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말했다. 그린투데이는 이날 4대강 순회탐방의 첫 번째로 낙동강을 찾았다. 지홍기 영남대 교수와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구성된 그린리포터 20여 명이 참가했다.
     
    낙동강은 수많은 지류들이 본류로 유입하는 8차수 하천. 방대한 하계망으로 구성돼 있다. 상주·안동·선산·김천·구미·성주·고령·대구·경산·거창·합천·창녕·밀양·진주·김해·양산 등 경상남북도 주민들의 소중한 생활무대다.

    “물폭탄을 맞았는데도 수량이 이렇게 적다면 가을 갈수기에는 더 이상 강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낙동강이 아닌 ‘낙동천’쯤으로 불러야 맞을 겁니다.”

    한 대표는 “낙동강의 지류들은 이미 메마른 곳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홍 진주산업대 교수는 지난 4월 한 강연에서 “낙동강은 모래채취 등으로 하상의 편차가 매우 심해져 과다퇴적 구간에는 하상정비가 반드시 필요하고 낙동강 배수위 영향을 받는 본류와 지방하천을 연계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 대구와 거창을 잇는 고령교 밑을 흐르는 낙동강은 한눈에도 수량이 적어보였다. 열흘 전 이곳을 강타한 ‘물폭탄’과 ‘도깨비 폭우’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 뉴데일리
    ▲ 대구와 거창을 잇는 고령교 밑을 흐르는 낙동강은 한눈에도 수량이 적어보였다. 열흘 전 이곳을 강타한 ‘물폭탄’과 ‘도깨비 폭우’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 뉴데일리

    강변의 물이 썩어가는 곳도 보였다. 검게 변한 물에선 악취가 심했다.

    그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강바닥이 높아지면 제방도 높게 쌓아야 한다. 이미 아열대기후로 급속히 변해가는 남부지방. 특히 낙동강 일대는 지난 7월에 경험한 물폭탄이나 도깨비폭우가 잦다. 가파르게 기후변화가 빨라지는 앞으로는 더욱 잦을 것이다. 한국은 태풍도 자주 찾는 지역. 그러면 강은 범람하게 된다. 그리고 범람한 강물은 주민들의 소중한 삶을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파괴한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낙동강 홍수 피해로 212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6조7000억원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전체 피해액의 55%가 경남에 집중되어 있다.

     

    강의 범람을 막으려고 제방을 높이 쌓는 것은 미봉책이다. 강은 사람과 친근하고 조화롭게 공존해야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라도 강을 볼 수 있는 강 조망권 아파트나 층은 프리미엄이 붙지 않습니까? 강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근한 공간이라는 얘기죠.”

    이원호 이클린연대 대표가 알기 쉽게 예를 들었다.

    담을 쌓으면 그 이웃과 몸도 마음도 멀어진다. 제방을 쌓으면 바라보고 생각에 젖을 강과 멀어진다. 사람이 다가서기 힘든 강은 강이 아니다. 제방을 낮추고 강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폭우가 와도 견뎌낼 큰 물주머니를 만들어야 한다. 그 물주머니는 강바닥을 준설하고 수중보를 만들어 적절한 수량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항상 꾸준한 수량으로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 한강. 한강의 서울 구간에도 잠실과 신곡 두 곳에 수중보가 설치돼 있다. 이들 수중보가 아름답고 풍요한 한강을 만든다. 그리고 그 강변에서 우리는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잠자리의 비행을 보며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수중보나 바닥 준설이 환경을 해친다고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반대를 위한 억지 논리이죠. 친환경 자재를 쓰면 수중보는 절대 환경 파괴적이지 않습니다. 바닥 준설이 미생물들의 생태계를 해친다지만 쉽게 복원됩니다. 태안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어요.”

    한 대표는 “치명적인 ‘원유 폭탄’을 맞은 태안의 바다가 살아났듯이 바닥을 준설한다고 생태계가 영구히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강이 흐르지 않고 썩어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더 환경파괴”라고 덧붙였다.

    동행한 안종상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가 한마디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강에 배가 다니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배가 다니지 못하는 강은 죽은 강인데….” 안 교수는 얼마 전 중국 하얼빈을 찾았을 때의 경험담을 덧붙였다. “하얼빈 시장이 한국 사정을 들어서 알더라고요. ‘한국에서 운하를 가지고 말이 많다는데 그게  왜 그렇게 문제가 되냐’고  고개를 갸우뚱해요.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얼버무렸어요.”

    중국에도 유명한 운하가 있다. 항주와 북경을 연결하는 경항 운하. 중국도 비행기가 있고 고속도로도 있지만 수나라 양제가 건설한 이 운하는 지금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낙동강 플랜은 낙동강 유역의 물 부족 해소와 홍수예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2억㎥ 용수량 확보로 물 부족을 해소하고 407㎞의 생태하천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을 증설해 홍수 조절능력을 높이고 영강과 광산천, 금호강 합류부에 도류제를 설치해 물의 흐름을 개선한다. 도류제란 하구(河口)에서 물길을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제방형 구조물로 이를 통해 홍수를 방어할 수 있다.

    또 함안보 상류 하천 환경을 정비해 자연과 사람이 함께 호흡할 공간을 만들고 함안보와 3개의 댐을 건설하고 농업용 저수지를 31곳 늘려 10.2억㎥의 물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여러 소하천이 낙동강으로 유입하는 경남 창녕군 이방면의 한 주민은 “낙동강 본류와 함께 지류도 정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낙동강은 지난 3월 용존산소량(DO)이 13.42㎎/ℓ, 수소이온농도(pH)가 9.7로 조사됐다. 용존산소량이 10을 넘고 pH가 9를 넘으면 식수원으로 적절치 않아 정수가 힘들다. 본류 정비와 함께 하천 주변, 농경지 등에서의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현지 주민 입장에서 정부가 치수사업을 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서둘러 작업에 착수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빨리 첫 삽을 떠야 한다”는 바람이다. “미디어법보다 더 급한 것이 4대강 사업”이라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 주민의 친근한 자연으로, 소중한 생활공간으로 다시 흘러야 한다. 한 여고생 그린투데이 리포터가 이동을 위해 버스에 오르며 한마디 했다. “한강만 보고 자랐는데 여기 낙동강은 너무 달라요.” 그럴 것이다. 우리가 버려둔 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