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계약 4년 만에 8배…장부 밖 부채가 공식 부채 넘어BIS "기술보다 금융이 더 빨리 달린다"…닷컴버블과 닮은 투자 구조GPU·데이터센터 선점 경쟁이 만든 '숨은 빚'…AI 금융 리스크 부상AI 수혜 기대 커진 K-반도체…투자 사이클 변화도 함께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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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빅테크 관련 일러스트.ⓒ연합뉴스
인공지능(AI) 경쟁은 이제 반도체와 알고리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생성형 AI 패권을 잡기 위한 미국 빅테크의 투자 경쟁이 격화하면서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인프라 확보를 위한 천문학적인 자금이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문제는 이 투자 상당수가 재무제표에 즉시 드러나지 않는 계약 형태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장부 밖에서 불어나는 이른바 '그림자부채'가 AI 시대의 새로운 리스크로 지목된다.◇ AI가 아니라 돈이 먼저 달렸다…재무제표 밖에서 커진 '숨은 빚'AI 경쟁은 기술 개발보다 자금 동원 능력이 승부를 가르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빅테크들은 미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수년치 GPU를 미리 확보하고 데이터센터를 장기 임차하는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나섰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거대한 선투자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오라클의 최근 재무제표와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5개 기업의 AI 관련 장부 외 부채(오프밸런스 부채)는 총 1조6500억 달러(약 2455조원)에 달했다. 이는 4년 전보다 약 8배 증가한 규모로 이 기업들의 재무상태표상 실제 부채(약 1조3500억 달러)를 웃돈다.수년치 GPU 구매 선계약과 데이터센터 장기 임차 계약은 아직 인도되지 않은 설비나 가동 전 리스 계약이기 때문에 보통 대차대조표가 아닌 분기보고서 주석에만 기재된다.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지고 있는 실제 부채 규모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숨은 부채'라는 지적이 나온다.5개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메타의 오프밸런스 부채는 약 4200억 달러로 장부 상 부채의 약 2.8배에 달했다.오라클은 오픈AI와 추진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영향으로 오프밸런스 부채가 2733억 달러까지 불었다. 4년 전 대비 3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닛케이는 AI 산업이 엔비디아, 빅테크, 데이터센터 운영사, AI 스타트업 간 자금이 순환하는 구조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수요보다 공급 확대가 앞설 경우 과잉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 통신장비 업체들이 인터넷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며 투자 경쟁을 벌였던 구조와 닮았다는 진단이다. -
- ▲ 아마존 데이터센터.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BIS의 주시 대상은 AI가 아닌 '금융구조'국제결제은행(BIS)은 AI를 가능하게 만드는 금융구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최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BIS는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자금 유입과 복잡한 자금조달 구조가 맞물릴 경우 그 충격이 신용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해 기업 신용이 급격히 위축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초기와 비슷한 시장 경색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다.AI 투자 속도 역시 과거 혁신 산업과 비교해 두드러진다. 알파벳, MS,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부족한 자금은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들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 1049억 달러에서 올해 175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 추산했다.그러나 현실의 인프라는 아직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구글이 메타가 요청한 AI 연산 용량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고 일부 프로젝트도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알파벳의 미이행 클라우드 수주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4600억 달러에 달한다. 데이터센터, GPU, 전력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시장에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닛케이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데이터센터 장기 리스 계약 증가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분석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가동 전 리스 계약 확대가 기업의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
-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출처=APⓒ뉴시스
◇ 운하·철도·닷컴버블…AI 투자도 같은 길 걷나혁신은 언제나 경제를 바꿨다.그러나 혁신보다 자본이 더 빨리 달렸을 때 시장은 예외 없이 대가를 치렀다. BIS가 19세기 운하와 철도 투자, 2000년 닷컴버블을 다시 꺼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보고서에 따르면 1830년대 미국 운하 투자, 1840년대 영국 철도 투자, 1990년대 인터넷 산업 모두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금융시장에서 먼저 확산되면서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하지만 투자 속도가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앞지르자 결국 시장은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이번 AI 투자 사이클은 속도 면에서 과거의 사례를 뛰어넘는다. BIS는 운하 투자가 5년간 4.1배, 철도는 4년간 2.7배, 닷컴버블 시기 정보기술(IT) 투자는 5년간 1.9배 확대된 반면 AI 관련 투자는 불과 3년 만에 약 4.5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기술 발전보다 자본 확장이 더 빠르게 진행될수록 미래 기대가 현재 가치에 과도하게 반영되고 금융 취약성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BIS는 AI 생태계가 반도체 업체, 하이퍼스케일러, AI 기업, 데이터센터 운영사, 사모자금, 비은행금융기관(NBFI)까지 하나의 금융 네트워크처럼 연결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투자와 차입, 공급 계약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특정 기업의 투자 축소나 AI 수요 둔화가 발생하면 충격이 회사채와 하이일드 채권, 신용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AI 기업의 크레딧 스프레드는 확대되기 시작했고 BBB등급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MS, 알파벳, 아마존은 대규모 클라우드 수주 잔액을 근거로 장기 계약 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시장은 AI 산업의 성공을 의심하진 않지만 그 성공을 전제로 한 막대한 투자와 자금조달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로 관심을 옮기는 모양새다.이는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분명 수혜 요인이지만 향후 투자 사이클이 둔화하거나 자금조달 환경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메모리 수요와 AI 서버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BIS는 시장 참여자들을 향해 AI 시대에는 기술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구조의 안정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