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혐의 입증에 불필요" 채증 직후 파기법원 "도박장 직원 진술만으로 유죄 인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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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뉴데일리DB
    경찰이 불법 도박장 단속 당시 촬영한 채증 영상을 삭제한 가운데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2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권소영 판사는 지난 9일 도박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2월 서울 노원구의 한 불법 텍사스 홀덤 도박장에서 90만 원 상당의 칩을 교환해 도박한 혐의로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칩을 교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게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속 당시 A씨는 게임 테이블과 떨어진 흡연실 인근에 있었으며,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관들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경찰이 단속 현장에서 촬영한 채증 영상에 도박에 참여하지 않은 모습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영상을 재판 증거로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채증 직후 영상을 삭제해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경찰 내부 메모에는 도박 행위자들의 자백과 도박장 직원 진술, 칩 교환 내역 등으로 혐의 입증이 가능하고, 영상 대부분이 피의자들의 고성과 욕설을 담고 있어 수사 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파기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A씨가 실제 도박에 참여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도박 행위를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는 도박장 직원들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했지만, 이들은 법정에서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짧은 영상도 재판 증거로 채택됐다. 법원은 해당 영상과 도박장 직원들의 법정 진술 등을 종합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도박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경찰이 채증 영상을 증거 가치가 없다고 자체 판단해 삭제하면서 피고인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있는 자료가 재판 과정에서 검토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