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우라늄 농축시설, 연합비밀 … 공개 제한"국회 자료 요구에도 '기밀'이라며 거부"이미 알려진 사실" 정부 해명과 배치
  • ▲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현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현 기자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정보가 한미 '연합비밀'로 묶여 공개 자체가 제한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시 핵시설' 발언 이후 불거진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중단 논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해명했지만 군 당국의 이번 답변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본부는 전날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사항은 한미 연합비밀로 공개가 제한된다"고 밝혔다.

    국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정보는 한미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기밀 범주에 속한다는 이유로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연합비밀은 한미동맹이 공동으로 수집·분석하거나 교환하는 군사·안보 정보로, 정찰위성·감청장비 등을 통해 확보한 북한 및 주변국 동향과 연합작전 관련 자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비밀(secret)'은 한국의 군사2급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약 일주일 전부터 하루 50~100장 규모로 이뤄지던 대북 정보 공유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미국의 항의 조치로 풀이된다. 평안북도 구성시의 핵시설은 한미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는 기밀 사항이다.

    기밀 유출에 따라 미국의 정보 공유가 중단됐다는 논란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정 장관 '구성 핵시설'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며 정 장관을 두둔했다.

    정 장관도 자신의 '구성시' 발언의 출처를 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의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발언을 근거로 지목했다. 다만 실제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도 해명의 근거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제시했으나 작성 당사자로 거론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가 "그런 보고서를 쓴 적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논란은 오히려 증폭됐다.

    이에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 미국 측 정보 라인의 기밀 유출 항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장관이 '정책 설명을 정보 유출로 모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도리어 큰소리 치는 모습은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전날 한미 간 정보 공유 제한 논란의 경위를 따져 묻겠다며 더불어민주당에 긴급 현안질의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은 일정상 하루 만에 현안질의를 열기는 어렵다며 거절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직접 항의했다는 주장에 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