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2연전 코트디부아르-오스트리아전한국 K리거 필드 플레이어는 단 2명, 나머지 모두 해외파국내파보다 해외파가 더 인정받는 흐름 거부할 수 없어
  • ▲ 홍명보 감독은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K리거 필드 플레이어 2명을 발탁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 홍명보 감독은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K리거 필드 플레이어 2명을 발탁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한국 프로 축구 K리그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없는 시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28일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 4월 1일 유럽의 복병 오스트리아와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평가전의 의미는 크다. 오는 5월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기 전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의미다. 즉 이번 대표팀에 포함된 선수단이 큰 변화 없이 월드컵 본선으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 

    홍 감독은 국내파보다 해외파의 손을 더 많이 잡았다. 이번 대표팀 명단 27명 중 조현우(울산HD)와 송범근(전북 현대) 등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에서 K리거는 단 2명에 불과하다. 김진규(전북)와 김문환(대전하나시티즌)이다. 

    지난 시즌 K리그1 'MVP' 이동경(울산)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동경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발탁됐던 서민우(강원FC)나 이명재(대전) 등 다른 K리거들도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K리거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형국이다. 

    시대가 변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전에는 K리거가 대표팀의 중심이자 기둥이었다. 그러나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의 대륙 '유럽'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대표팀의 중심은 유럽파로 바뀌었다. 박지성, 이영표라는 공격과 수비의 상징적인 선수들이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흐름은 더욱 급격하게 유럽으로 흘렀다. 유럽파가 중심을 잡고 K리거가 가지를 구성했던 흐름은 이제 가지까지 해외파가 점령하는 시대가 됐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K리그에 있는 선수보다 해외, 특히 유럽에 진출한 선수가 더욱 큰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를 받는다. 한 선수의 경쟁력을 바라볼 때 국내와 해외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다. 

    당연하다. 유럽은 세계 최고의 클럽 축구 무대다. K리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진화됐다. 또 그곳에서 펼쳐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은 선수의 경쟁력 또한 높인다.  

    과거에는 유럽 5대 리그에 열광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에 세리에A,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1 등 최고 무대에 입성해야 한국 대표팀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지금도 이런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조금 변한 게 있다면 유럽 5대 리그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리그라도 유럽에만 있으면 가치를 인정받고,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큰 길이 열린다. 

    이번 대표팀 명단을 봐도 오현규(베식타시)가 뛰고 있는 튀르키예 리그를 비롯해 조규성(미트윌란)의 덴마크 리그, 양현준(셀틱)의 스코틀랜드 리그, 홍현석(헨트)의 벨기에 리그,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의 오스트리아 리그,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세르비아 리그까지 다양한 유럽 리거가 태극마크를 달았다. 

    1부리그가 아니라도 상관이 없다. 잉글랜드 2부리그 버밍엄 시티-스토크 시티-스완지 시티의 백승호-배준호-엄지성이 있다. 독일 2부리그의 권혁규(카를스루에SC)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고 K리거를 제외한 선수들이 모두 유럽파는 아니다. 미국의 손흥민(LA FC)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 클럽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에게 밀린 K리거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일본 J리그에서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과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 2명이 포함됐고, 아랍에미리트(UEA) 샤르자의 조유민도 발탁됐다. 중국 저장FC의 박진섭도 홍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아시아 리그 선수들에게 밀린 것은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유럽파에 밀린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확실하다. 비슷한 실력이면 당연히 유럽파에 눈길이 더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유럽에 진출한 것 그 자체가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 K리그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이다. K리그의 경쟁력, 자긍심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축구 선수 성공의 큰 부분이 대표팀 발탁이다. K리그에 있으면 대표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좁다. 너무나 좁다. 앞으로 더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조규성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랬던 것처럼, 과거에는 월드컵에 출전한 K리거가 좋은 활약을 펼쳐 유럽으로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면, 지금은 먼저 유럽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는 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K리거 월드컵 스타는 이제 볼 수 없는 시대다. 

  • ▲ 지난 시즌 K리그1 MVP 이동경이 A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지난 시즌 K리그1 MVP 이동경이 A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현재 K리그1 1위를 질주하는 FC서울. 현재 K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이지만 서울에 한국 A대표팀 선수는 단 1명도 없다. 

    이에 김기동 서울 감독은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K리그보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뽑히는 흐름이 있다. 젊은 선수들도 결국 해외 진출을 대표팀 진입의 조건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올 시즌 서울이 내놓은 최고 작품은 18세 '신성' 손정범이다. 그는 최근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골 1도움)를 기록하며 최고 신인으로 떠올랐다. 

    손정범은 "양민혁, 박승수 등 유럽에 진출한 이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해외 진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해외 진출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유럽 진출을 시도한다. 경쟁력을 인정받고, 가치를 인정받고, 돈으로서도 인정을 받으면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묻지마 유렵 진출'이 횡행하고 있다. 유럽 진출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으로 준비 없이 도전했다 실패한 사례가 많다. 헐값에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도전은 선수 생명을 줄이는 악수가 된다. 한국 축구의 미래 자산이 줄어드는 것이다. 개인에게도, 한국 축구에게도 피해를 줄 뿐이다.  

    지금으로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유럽 진출은 대세고,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K리그 발전을 위해 붙잡을 수도 없다. 더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해야 한국 축구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도 맞다. 

    K리그와 한국 축구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K리그 경쟁력을 살리면서도 유럽 진출의 올바른 과정을 돕는, 그런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 최강이라 평가를 받는 일본 축구도 비슷한 흐름이다. 

    일본은 유럽파 배출에 있어서 한국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일본 J리그가 유럽파 앞에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대표팀은 오는 29일 스코틀랜드, 4월 1일 잉글랜드와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총 28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골키퍼 2명, 하야카와 토모키 (가시마 앤틀러스)와 오사코 케이스케(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중 J리그 소속은 단 1명이다. FC 도쿄의 사토 류노스케가 유일하게 발탁됐다. 

    나머지는 모두 유럽이다. 아시아 다른 국가 클럽의 선수는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코틀랜드, 덴마크 등 다양한 국가 클럽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부상 등의 이유로 엔도 와타루(리버풀), 미나미노 타쿠미(AS모나코), 쿠보 타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등 간판 선수들이 빠졌지만 흔들림이 없는 일본이다. 

    비슷하지만 한국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일본 J리그는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아시아 클럽 최고 무대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K리그와 J리그 클럽들의 성과를 보면 다른 점이 보인다. J리그는 여전히 동아시아 최강을 자랑한다. 

    이런 J리그의 행보는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