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기업, 하청 노조와도 교섭 테이블 앉아야현장 대혼란 불가피 … 노동계는 벌써 총파업 예고교삽 대상 여부는 건건마다 노동위 판단 기다려야경영계는 파업 피해 보상 위한 손배 길도 막혀
  •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2026년 민주노총 신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2026년 민주노총 신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청 노동조합들의 교섭권이 확대됨에 따라 원청 기업에도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돼 노동 현장을 중심으로 노사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청 기업, 하청 노조와도 교섭 테이블 앉아야

    8일 고용노동부 등은 오는 10일 노조법 개정안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자성 해석 지침과 교섭절차 가이드라인 마련 등 준비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의 확대다. 그간 노동계는 하청 근로자의 처우를 사실상 결정하는 원청 대기업, 즉 '진짜 사장'과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기존법이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만 한정해,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으면 교섭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의 범주에 새로 포함시켰다. 

    원청이 하청업체의 노동 환경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라면,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고개를 맞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정부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가르는 결정적 잣대로 '구조적 통제' 여부를 꼽고 있다. 원청 사업자가 하청 소속 근로자의 업무 및 휴게 시간, 특정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 규모 등 근로조건의 결정권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될 공산이 크다.

    특히 산업 안전 분야에서의 책임이 엄격해진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일하면서, 위험한 시설이나 장비를 원청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청 업체 스스로 안전 시설을 고치거나 장비를 바꾸기 힘든 구조라면, 그 관리 권한을 가진 원청이 직접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임금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청이 투입 인원이나 근로시간을 따져 사실상 하청의 인건비를 결정하거나, 임금 인상률 및 각종 수당의 기준을 직접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상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정부는 일반적인 도급 계약에서 일어나는 통상적인 지시나 업무 조율은 계약상의 관리일 뿐, 법이 말하는 구조적 통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경영계는 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 포함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제조업 공장 이전 결정도 노조와 협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청 기업의 교섭 대상이 되는 하청 노조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 만큼, 경영계와 노동계는 원청 기업의 '실질적·구체적' 개입 정도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선 개별 사건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1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2026년 민주노총 신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1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2026년 민주노총 신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벌써부터 시작된 노동계의 투쟁 예고

    경영계는 모호한 기준으로 산업 현장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벌써부터 노사 간 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직 법 시행 전임에도 하청노조가 원청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불법적인 실력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노동계는 원청기업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총은 "정부와 노동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해석 지침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교섭 절차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노동계의 교섭 요구나 쟁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엄정한 판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원청을 상대로 대규모 교섭 요구를 예고하며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원청에 대한 투쟁 및 총파업 계획을 밝혔다.

    민주노총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에선 이미 수십개 하청 사업장의 노동자 수만명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 공고문을 발송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노란봉투법 시행을 맞아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분석해 원청 교섭을 준비하는 소속 하청 노조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전 대우조선해양 하청 용접공)이 지난해 8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자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전 대우조선해양 하청 용접공)이 지난해 8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자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파업노동자 손해배상 청구 길도 막힌다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핵심은 파업 등 쟁의행위와 관련된 손해배상 책임 규정이다. 

    그간 기업들은 노조의 불법 점거나 조업 방해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노조 뿐만 아니라 개별 노동자에게도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통해 대응해 왔다.

    그러나 개정안 3조에서는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을 시에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조건에 단체교섭, 쟁의행위 외 선전전·피케팅 등 노조법에 따른 정당한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을 추가했다

    또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손해를 가한 경우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조항과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즉 노동자의 쟁의행위와 관련해 경영계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에 제약이 생기고, 책임을 묻더라도 노동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 여부, 실제 행위와 손해 사이의 관계 등을 따져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노동계는 과도한 손배 소송으로 인한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기지만, 경영계의 표정은 어둡다. 불법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전받을 길이 막히면서 산업 현장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