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첫 성악가 상주음악가로 선정…'페르소나' 주제로 4번 연주회
  • ▲ 성악가 최초로 2026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 바리톤 김태한.ⓒ금호문화재단
    ▲ 성악가 최초로 2026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 바리톤 김태한.ⓒ금호문화재단
    2023년 6월 벨기에 브뤼셀 콘서트홀에서 개최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결선. 412명의 후보 가운데 바리톤 김태한(26) 등 12명이 결선에 올랐다. 김태한은 바그너 '탄호이저'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 말러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제3곡 '타는 듯한 단검으로',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 '나의 열망, 나의 집념', 베르디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등 네 곡을 불렀다.

    당시 23살이었던 김태한은 역대 최연소 1위와 더불어 1988년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로는 최초의 우승자가 됐다. 소프라노 홍혜란(2011)과 황수미(2014),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015), 첼리스트 최하영(2022)에 이어 다섯 번째 한국인 우승자이기도 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실제 연주회처럼 진행된다. 심사위원들께서 맨 뒷쪽에 계시고 앞쪽에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경연 이후 떨리지 않았다고 인터뷰했는데, 경연보다는 연주회의 느낌에 가까웠다. 그래서 조금 더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준비했고, 운이 따라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바리톤 김태한이 성악가 최초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됐다. 김태한과 금호아트홀의 인연은 깊다. 2022년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 독창회을 열었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이후 2024년 금호라이징스타로 첫 독창회를 가졌다. 그는 6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첫 성악가 상주음악가인 만큼 의미가 있고 부담도 되지만 더 좋은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금호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상주음악가 제도'를 국내 공연장 최초로 시행해 실력있는 아티스트를 지원해 왔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박종해·김수연·김준형,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양인모·이지윤·김동현,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아레테 콰르텟 등 13명(팀)이 활약했다.

    김태한은 올해 '페르소나'를 주제로 △1월 8일 '독백' △4월 23일 '관계' △7월 2일 '사랑' △10월 15일 '고독' 네 번의 연주회를 펼친다.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의미하며, 한 사람이 무대 위와 일상에서 드러내는 여러 자아를 가리킨다. 그는 노래를 통해 자신 안에 깃든 다양한 페르소나들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 ▲ 성악가 최초로 2026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 바리톤 김태한.ⓒ금호문화재단
    ▲ 성악가 최초로 2026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 바리톤 김태한.ⓒ금호문화재단
    "직접 프로그램을 꾸리고 연주하는 것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지만 젊은 음악가로서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성악가와 오페라 가수라는 직업적 특성을 한 단어에 담아내고 싶어서 '페르소나'로 결정했다. 신년음악회에서는 따로 부제는 없지만 공연 전체가 아리아와 독창으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독백'으로 정하게 됐다."

    첫 무대에서는 8명의 작곡가들이 쓴 오페라 독창 아리아들을 독백처럼 엮어 14곡을 들려준다.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피가로의 결혼'·'마술피리', 슈트라우스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푸치니 '에드가',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샤를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 앙브루아즈 토마의 '햄릿' 등의 곡을 만날 수 있다.

    이어 '페르소나 II. 관계'에서는 소프라노, 테너와 함께하는 오페라 갈라 무대가 꾸며진다. 인물과 인물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아리아와 이중주, 짧은 장면들을 엮어 작은 극의 모음을 선보인다. 소프라노 김효영, 테너 김성호, 피아니스트 한하윤이 호흡을 맞춘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페르소나의 집합처럼 느껴진다." 세 번째 '사랑'은 프랑스 가곡으로만 채운다. 라벨, 포레, 드뷔시, 레날도 안, 앙리 뒤파르크 등 쉽게 들어볼 수 없는 19~20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가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비올리스트 신경식이 협연한다.

    김태한은 "프랑스 가곡은 독일에 비해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하다. 멜로디 자체가 아름답고, 프랑스 특유의 음색이 매력적이다. 정말 좋아하지만 언어가 예외가 많고 발음이 까다로워서 그동안 선보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욕심을 냈다. 독일 가곡은 시를 낭송하는 느낌이라면 프랑스 가곡은 노래하는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무대 '페르소나 IV. 고독'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로 채워진다. 이전의 공연이 여러 인물, 관계, 사랑의 다양성을 비췄다면 이날 김태한은 오직 한 명의 화자가 돼 그의 긴 여정을 노래한다. 스페셜 아티스트가 함께 무대에 오르며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 ▲ 성악가 최초로 2026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 바리톤 김태한.ⓒ금호문화재단
    ▲ 성악가 최초로 2026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 바리톤 김태한.ⓒ금호문화재단
    김태한은 중학교 시절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록가수를 꿈꿨다. 고음이 나지 않았지만 가요 부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하고 싶으면 학문으로서의 노래인 성악을 공부해 보라는 어머니의 권유로 중학교 3학년 때 성악을 시작했다. 이후 선화예고에 입학한 김태한은 피셔 디스카우, 요나스 카우프만의 음반을 들으며 성악에 흥미를 느꼈고, 생애 첫 오페라 '라 보엠'을 보고 성악과 사랑에 빠졌다.

    "롤 모델인 요나스 카우프만을 안타깝게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그와 같은 오페라계의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 막연히 스타 가수가 되기 보다는 꾸준하게, 천천히 성장하면서 언젠가는 그 반열에 오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려고 한다. 제가 생각하는 슈퍼스타의 의미는 '믿고 듣는 가수'입니다."

    김태한은 스페인 비냐스·독일 노이에 슈팀멘·이탈리아 리카르도 찬도나이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무대에 두각을 나타냈다. 2023년 서울대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그해 9월부터 2년간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젊은 성악가 육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어 멤버로 다양한 무대에 섰다. 2025년 9월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의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베를린 슈타츠오퍼는 독일에서 손에 꼽히는 극장이다. 한 시즌 6~8개 작품에서 50회 이상 공연했다. 비록 작은 역할들이었지만, 제가 오페라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며 "프랑크푸르트는 약 40명의 솔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베이스 심기환 선생님께서 이곳에서 13년째 활동하고 있다. 제가 배역을 정할 순 없지만, 극장의 장점은 솔리스트들의 목소리를 잘 알고 활용해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첫 주요 배역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에서 굴리엘모 역을 맡은 김태한은 다가오는 시즌 '카르멘'(모랄레스·단카이로 역), '나비부인'(야마도리 역), '트리스탄과 이졸데'(멜로트 역) 공연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부족함을 느낀다. 2027년에 2026년을 되돌아 봤을 때 후회 없는, 더할 나위 없는 한 해를 보냈다고 여기는 것이 목표이자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