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종묘 주변 개발정책 변화 면밀히 모니터링""한국 정부에 관련 공식 정보 제출 요구""내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 문제 다뤄질 수도""유산영향평가 반드시 필요"…위험유산 목록 상정 가능성도
  • ▲ 유네스코 본부 홈페이지 모습
    ▲ 유네스코 본부 홈페이지 모습
    유네스코가 '종묘 앞 개발 논란'과 관련해 내년 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종묘의 보존 상태에 대한 심사가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14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유네스코 측은 종묘 일대 개발 논란과 관련해 여러가지 사항을 모니터링해왔고 필요할 경우 종묘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은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가 악화되거나 선정 당시 중요하게 인정된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 세계유산위원회가 하는 조치로 해당 목록에 오르면 개선 의무가 강화되며 시정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 

    앞서 본보는 서울시가 최근 승인한 세운4구역(최고 145m) 재개발 계획과 건축 배치도, 조감도 등을 첨부해 유네스코 본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소에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 영향에 대한 공식 입장을 질의했다.

    유네스코는 13일 대변인 명의로 보낸 답변서에서 "최근 종묘 주변 개발정책 변화, 특히 신축 건축물의 허용 높이 증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공식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며 "해당 사안은 2026년 7월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종묘 보존 상태 심사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를 감독하는 국제기구로 등재 이후 관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세계유산 등재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 ▲ 종묘 주변 개발 계획과 관련한 뉴데일리 질의에 유네스코 본부가 보내온 답변.
    ▲ 종묘 주변 개발 계획과 관련한 뉴데일리 질의에 유네스코 본부가 보내온 답변.
    현재 오세훈 시장은 종묘 일대 개발과 관련해 유산영향평가를 대신해 보존상태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채택한 상태다.

    이와 관련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주변 개발 사업은 반드시 엄격한 유산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는 "유산영향평가는 인근의 변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핵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절차"라며 "평가 결과 개발 사업이 종묘의 핵심 요소에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세계유산위원회는 종묘의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 등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가 세계유산의 등재 가치 위협에 대해 내리는 가장 강한 수준의 경고로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등재 취소 절차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다.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 계곡'의 경우 경관을 가로지르는 교량 건설이 강행되자 2007년 위험목록에 오른 뒤, 시정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2009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13일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심의를 통해 종묘를 중심으로 한 91필지, 약 19만㎡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면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법에 따라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공식 요청할 수 있으며 종묘에 잠재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 전반이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4월부터 세운4구역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에 세 차례 영향평가를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12월 중 행정 절차를 완료해 세계유산영향평가 요청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