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황 전 총리에 영장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부족" 단언 박성재 전 장관에 대해서도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 또 기각특검의 무리한 영장 청구 도마에, '헌법상 국민 기본권' 침해 비판 커져
-
-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로 체포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인민 재판식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내란 특검의 행위가 줄줄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가담'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또 한 번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려 내란 선동 등 혐의로 체포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역시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이쯤되면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원론적 비판을 넘어, 국민의 인권이 걸려 있는 인신 구속에 대한 판단이 '내란'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황 전 총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영장 기각 판정을 내렸다. 이유는 다툼의 여지 자체가 없어 보일 정도로 명확했다.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고,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황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선동 및 공무집행 방해, 내란특검법위반(수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청구 사유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사실 특검의 이번 행위는 처음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황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작년 12월 3일 페이스북에 계엄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려 내란 선전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황 전 총리는 게시물에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지금은 나라의 혼란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썼다.특검은 이런 행위가 다분히 '내란 선동'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봤다. 정통 공안검사 출신이자 법무부 장관·여당 대표·국무총리를 역임한 황 전 총리가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내란 선동의 고의를 갖고 글을 썼다는 얘기다.법조계에서는 특검의 이런 판단이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내란 동조라는 프레임 속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자체가 매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원 역시 '구속의 필요성'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실제로는 영장 기각의 사유에 이런 우려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도 큰 틀에서 비슷하다.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종전 구속영장 기각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또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및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특검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정도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추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벌이며 '위법성 인식' 입증을 보강하는 데 주력했다.이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바탕으로 일부 새로운 범죄 사실을 특정해 지난 11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영장 기각 후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박 전 장관 측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도 위법한 지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권한 남용 문건 관련' 등 문서들도 예상되는 국회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당시 상황을 정리한 것일 뿐, 계엄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박 전 장관 측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두 번의 신병확보 시도가 모두 무위에 그친 만큼, 특검팀은 향후 추가 조사 없이 박 전 장관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