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포기에 혼란 … 무기력 지도부·무반응 조직張, 정청래와 웃으며 사진 … 의총은 돌연 연기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9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9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대응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직결된 사안에 일사불란한 대응이 아닌 혼란만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충청도 현장 최고위원회의 일정을 이유로 국회를 비웠다. 그는 오전 충북 도당에서 최고위를 시작으로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 간담회,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가지는 일정을 줄줄이 예고 했다. 제1 야당 수장이 국회에서 구심력을 발휘해 당의 총의를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후 2시에 개최되는 의원총회 참석도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의원총회 시점도 지나치게 늦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날 오후 4시에 개최하기로 한 의원총회는 별다른 설명 없이 10일로 연기됐다. 정권의 도덕성과 법치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제1야당은 조직적 대응 대신 '각자도생'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의원총회 무산 사유도 도마에 올랐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이재명 정부는 개인 사법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사법시스템을 파괴 중"이라며 "국민께 위기를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모두 참여해 달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의원총회 개최 1시간 전 "의원총회를 하루 연기한다"는 통지만 남기고 일정을 미뤘다. 지방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지역구를 찾았던 의원들의 불만이 가장 문제가 됐다. 당내에서는 참석률 저조로 회의가 무산됐다는 말이 돌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건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고, 강력한 입장 표명이 있었어야 했다"며 "이게 지도부뿐 아니라 우리가 의원총회를 통해 목소리를 모아 나가야 그나마 힘이 있는데, 성사되지 않아 아쉬워 한 의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우왕좌왕은 검찰의 항소 포기 사실이 알려진 순간부터 시작됐다. 언론 보도로 항소 포기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 7일 오후 10시30분 무렵이었고, 검찰은 항소 시한인 이날 자정까지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등에 5명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아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한 전 대표는 "대한민국 검찰이 자살했다"고 직격했지만,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8일 오후에야 입장을 냈다. 실제로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 민간업자들의 항소 기한인 7일 자정 직전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는 동안, 국민의힘에서는 누구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 시각 장 대표는 항소 포기 파문이 퍼진 8일 오전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열린 한국 사진기자협회 주최 행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후 발표된 당 논평도 지나치게 김이 빠져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외압에 굴복했다"고 논평했지만, '이재명 방탄'을 정면으로 지적하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대응했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면서 부랴부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로 이재명 정권이 '대통령 재판 지우기 프로젝트'의 몸통임이 드러났다"며 "국회 차원의 긴급현안질의를 즉시 열자"고 제안했다.

    이어 "국정조사부터 신속히 진행해 대장동 비리의 전모를 국민께 밝히기를 제안한다"며 이번 항소 포기 사태의 외압 주체 및 이유 등의 진상을 규명하자고 촉구했다. 

    야당 내부에서도 급조된 대응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107석에 불과한 의석의 한계 탓에 현실적으로 당이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관철하기 어려운 만큼,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맨날 싸우라고 하고 있지만 정작 지도부가 뭘 갖고 싸우는지 방향이 없다. 자기들이 헤매고 있는데 의원들 맨날 기껏 하는 건 의원총회 한 다음에 한 30분 있다가 피케팅 하는 것밖에 더 있나"라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강도 높은 메시지도 나오고 실질적인 움직임도 사실은 있었어야 했다. 국민들이 호응할 수 있을 내용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해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이 정권의 외압 가능성을 인식하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