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대장동 항소 막았다" 폭로에 중앙지검장 사의 야권, 檢 대장동 항소 포기에 일제히 포화"李대통령 방탄 목적…외압 윗선 용산인지 수사하고 법무장관 사퇴해야"주진우 "李대통령 등 성역 없다…명백한 탄핵 사유"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가 야권의 반발을 넘어 사법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파동'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권력형 수사외압·국기문란·탄핵 사유'라는 비판과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장관 등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고발 당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정치공세 수단으로 삼지 말라"며 이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서고 있지만, 내주 초에는 정치권 뿐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 전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의 물결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검사들 "상부, 대장동 항소 막았다" 폭로...중앙지검장 전격 사의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 검사들은 8일 오전 긴급 입장문을 통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입장문을 보면, 이번 항소 포기 사태에 '부정의 입김'이 있었다는 점을 의심할 수 있다. "6일 대검 지휘부 보고가 끝날 때까지도 이견 없이 절차가 마무리돼 항소장 제출만 남겨둔 상황"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기다려 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해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공소유지를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이런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압축,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그는 "항소장 접수를 위해 법원에서 대기했으나 중앙지검 4차장검사로부터 대검이 불허하고 검사장도 불허해 어쩔 수 없다고 답변받았다"고 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항소 절차가 끝난 마당에 지휘부가 결정을 뒤집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이런 지시를 한 '몸통'이자 '가장 윗선'이 누구인지가 핵심 쟁점인 셈이다. 

    내부 반발이 커지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지검장이 일단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지만, 사태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어 '꼬리 자르기'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번 사태가 수면 아래에 있던 검찰 내부 갈등을 증폭시키는 동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검사장만 하더라도 검사장 전결로 항소를 제기한 뒤 사의를 밝히는 것이 순서였으며, 사의가 '면피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반발이 커지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의사 결정에 관여한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이는 또 한번의 '사법 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수사팀 의견을 무시하고 법무부 의견에 사실상 '굴종'한 검찰 지휘부이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연출하고도 검찰 개혁 논의에서 보완수사권를 달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대장동 관련자들 환호...항소 포기에 수천 억 배임액 환수도 막혀

    법원은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하는 한편, 정영학 회계사에게는 징역 5년, 남욱 변호사에게 징역 4년,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 원, 추징금 37억2200만 원이 선고한 상황. 피고인 측은 전원 항소했지만, 검찰의 항소 포기로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상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1심의 형량이 유지되거나 감경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항소 포기로 검찰이 추정한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을 국고로 환수하는 일도 물 건너 갔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원을 가져간 반면, 민간 업자들은 7886억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검찰은 부당이득이라며 1심 재판부에 전액 추징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며 특가법상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 인정된 뇌물액도 473억3200만원으로 줄었다. 항소심에서 이를 다퉈야 하는데, 항소 포기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野, "李 대통령 방탄용 권력형 수사외압, 탄핵 사유" 

    야권은 주말인 8일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해 전면전을 펼쳤다. 항소 포기가 "이재명 대통령 방탄용 권력형 수사외압"이라며 친명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의 사퇴와 함께 외압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윗선'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동혁 대표는 "항소 포기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공범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전제, "애당초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이 공범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포기했어야 하고, 항소 여부를 검찰이 법무부와 상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특히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에 대해 "죄는 아버지가 저질렀는데 아들이 감옥 가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권력형 수사 방해, 수사외압 의혹"이라고 규정,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처벌을 방해하기 위해 국가 사법 시스템을 뒤흔드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 국기문란 범죄다. 항소 금지 외압의 윗선이 법무부 장관인지, 용산인지 진상규명 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 포기를 한 검찰을 향해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고 비판했다. "권력 오더(명령)를 받고 개처럼 항소 포기해주는 이따위 검찰을 폐지하는데 국민이 반대해줘야 할 이유는 뭔가"라며 자신의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아예 "나라가 미쳐돌아간다"고 했고, 주진우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명백한 탄핵 사유다. 이재명 대통령, 정성호 법무부 장관,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그 누구도 성역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대장동 사건은 대통령과 연관된 사건이고, 누군가 검사의 칼을 거두게 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불의가 하수구처럼 흐르고 있다"고 직격했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항소 포기 사태에 李 대통령 등 '직권 남용' 등으로 고발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고발전은 가로세로연구소가 불을 당겼다. 가세연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장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을 8일 오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직무유기죄, 검찰청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을 사유로 적었다. 

    고발장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사들이 되도 않는 걸 기소하고, 무죄를 받으면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며 사법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항소를 제한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세연은 "대통령의 발언 이후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대행, 중앙지검장 등이 일련의 지휘 체계를 통해 검찰의 항소권을 실질적으로 차단한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한 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