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감서 연일 막말·욕설 등 논란 계속동료 의원 문자와 전화번호 공개하기도선진화법 이후 물리 폭력 대신 언어 폭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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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질의 전 최민희 위원장에 의해 언론 비공개로 전환된 가운데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기를 띠고 일어서 있다. ⓒ뉴시스
국회선진화법 이후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던 국회가 새로운 방식의 '동물국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물리적 폭력만 사라졌을 뿐, 막말과 인신공격이 속출하고 있어 민의의 정당다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1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조폭들이 말다툼하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여야가 서로를 배려하고 동료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안 보인다"고 혀를 찼다.이러한 한탄이 나오는 것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언어 폭력이 난무하기 때문이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에게 보낸 욕설 문자를 전화번호도 가리지 않은 채 국감장에서 공개하면서 감정 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이다.자신의 전화번호와 문자가 공개되자 박 의원은 지난 14일 과방위 국감장에서 "한심한 새끼"라고 말하자 김 의원은 언성을 높였다.공방은 이틀 뒤에도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두고 계속해 언쟁을 벌이던 두 사람으로 인해 국감은 급기야 비공개로 전환됐다.비공개회의에서도 박 의원은 "네가 옥상으로 따라오라며"라고 했고, 김 의원은 "네가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며?"라는 등의 말다툼을 벌였다. 서로 '한 주먹거리'라며 상대방에게 먼저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논란이 계속되며 이날 국정감사는 오후 4시 30분이 돼서야 시작됐고, 결국 새벽 1시에 종료됐다. 이날 국감 대상이던 우주항공청 직원들은 새벽 5시가 돼서야 경남 사천에 있는 자신의 일터로 복귀할 수 있었다.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막말이 쏟아졌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절대로 곽규택 같은 인간은 발언 기회를 주면 안 된다"면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막말을 했다.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추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윤석열 꼬붕 앉으세요"라고 말했다.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똥 이야기'가 이슈가 됐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가 싸놓은 똥을 치워야 하는 입장"이라고 포문을 열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정부가 똥을 싸고 있다"고 맞섰다.정치권에서는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추락한 국회의 품격을 우려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서로 '치고 박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상대방을 할퀴며 감정을 긁는 언어 폭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다수당의 일방적인 입법을 막고자 2012년에 제정된 법이다. 주요 내용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쟁점 법안 통과를 위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여야 간 갈등의 골이 내란 사태 등으로 깊어지다 보니 막말이 일상화된 부분이 있다"면서 "아이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국회 회의 과정에서 조금 더 정제된 언어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러다 막말 금지 국회선진화법이 나올 판"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