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최대 조직, 美 불매운동 등 전국 시위 예고與, 트럼프 향해 "깡패" … 美 대사관 찾아 항의野 "與, 반미 부추겨 … 경제·안보 둘 다 위협"
-
- ▲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등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의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미동맹 훼손, 불평등 투자 강요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자 여권에서 반미(反美)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는 미국산 제품과 주식 불매운동 등 전국 단위의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정부·여당이 '외교 리스크'를 자초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회의는 지난 23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한미동맹 훼손 불평등 투자 강요 규탄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3500억 달러(한화 약 490조 원) 규모의 투자에 대해 "굴욕적 요구"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혁신회의는 "이름만 투자일 뿐 실상은 '묻지마 배상금'이다. 동맹국을 전범국처럼 대하는 굴욕적 요구"라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약 1000만 원의 빚을 떠안게 하는 이 요구는 국가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폭압적 처사"라고 지적했다.이어 "미국에 단호히 경고한다"며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미국 여행 보이콧, 미국 생산 제품과 주식 불매 등 전 사회적인 거부 운동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혁신회의 전국 회원 수는 약 4만 명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해 총선에서 혁신회의 소속 31명이 국회에 입성할 정도로 여권 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조직이다.앞서 한미 양국은 7월 말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고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미국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하기를 요구하면서 후속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 정부는 미국 요구대로 하면 외환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정부가 협상에 난항을 겪자 여당은 미국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5선 중진인 김태년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깡패'와 '날강도'에 비유했다. 앞서 미국이 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의 추가 개방을 요구한다는 소문이 돌자 민주당 의원들은 주한미국대사관 앞을 찾아가 "미국은 깡패"라고 외쳤다.여기에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 노동자 구금 사태가 여권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일부 의원은 지난 22일 미국대사관을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날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으로 출국한 날이었다.이 대통령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자주 국방' 메시지는 주한 미군 철수를 종용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은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건 굴종적 사고"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미 관세협상이 파탄 직전으로 가는 상황에서 이재명과 민주당 정권이 반미 감정을 선동해 모든 책임을 미루려고 하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이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기 위해 이런 정치적 수사를 선택했다면 더욱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
-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대학생들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려진 현수막을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에서 나오는 '미국 비판'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반미 감정'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러 반미단체와 연대한 전력이 있어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실제로 노동계와 시민사회 곳곳에서 반미 시위가 꿈틀거리고 있다. 미군 철수 운동 등 반미 활동을 해온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은 지난 22일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상품 불매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들은 제사상을 차려 그 위에 미국 제품을 올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친여 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거리로 나와 '트럼프 규탄' 목소리를 내고 있다.야권에서는 반미 정서가 확산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권을 겨냥해 "어설픈 반미선동·반트럼프 선동으로 지지율 관리에만 신경 쓰는 건 반드시 삼가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요한 관세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들의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될 리 없다"며 "이 대통령의 위험한 안보 의식 역시 한미 동맹에 위협적이다. 결국 안보와 경제 둘 다 위협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