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20형' 예고 … MIRV로 美 MD 위협트럼프, 관세·방위비 이어 이민 단속 … 동맹 부담 가중6000억弗 투자, 외환보유액 고려 현실성 의문조지아 배터리 공장 韓 근로자 대거 구금 파장주한미군 유연성, 대만에도 상응 부담 요구해야
-
-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가속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동맹 압박, 일본 총리 교체까지 겹치며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지난 3일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는 북한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이후 66년 만에 북·중·러 정상들이 공식 석상에 나란히 서 '반서방 연대'를 과시한 장면이다.이러한 현실에서 한미일 3국이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계승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가 이 대통령 외교 성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북한 김정은은 최근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활용한 대출력 고체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참관하며 핵전략 무력의 '중대한 변화'를 선언했다. 북한은 엔진의 최대 추진력은 1971kN(킬로뉴턴)이고 이번 엔진 지상분출 시험이 9번째이자 마지막 지상 시험이라고 공언하며, 미국 본토를 동시 다발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MIRV(다탄두 재진입체) 확보를 위한 신형 ICBM인 '화성-20형' 시험 발사를 사실상 예고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시험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을 위협하는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소형화·다탄두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한미연합사령부(지상군구성군사령부) 작전참모부와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 핵WMD대응센터 등에서 근무한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연구위원(육사 46기)은 "대용량 고체엔진의 성능 고도화는 ICBM은 물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소형화를 가능하게 해 전술적 운용이 한층 용이해진다"며 "특히 공간 제약이 큰 잠수함과 일정 사거리가 요구되는 SLBM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정 연구위원은 또 "탄두 기술 발전으로 다탄두와 기만체 탑재가 가능하고 고성능 재진입체 제작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돌파도 용이하다"며 "다탄두와 소형화는 TEL과 잠수함의 수량을 줄여 투발수단 제작비와 운용·유지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전략핵 폐기만을 미국과의 협상 대상으로 삼고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은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구상은 미북 수교 이후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익명을 요구한 전직 안보 관료는 "만약 북한이 전략핵만 폐기하고 전술핵을 유지한다면 이는 미국의 전략핵 전력 운용을 제한해 한반도 안보 공백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미북 수교가 성사되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은 약화되고 한미동맹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3각 공조 강화가 중요해졌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고율 관세 부과, 해외 주둔 미군 방위비·국방비 증액, 이민 단속 강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며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한국은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도입 조치에 대응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 1000억 달러 구매, 1500억 달러 민간 투자 등 총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안(펀드·에너지 구매·민간투자 합산)을 약속했다.그러나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문서화에 이르지 못했다. 이어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미국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비자 규정을 위반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비롯한 약 475명을 집단 구금함에 따라 정상 간 공조는 물론,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한미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6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한국의 외환보유액(2025년 8월 말 기준 4162억9000만 달러)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트럼프 임기가 남은 향후 3년 반 동안 트럼프발(發)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한 채 '미니 위기 관리'(Mini-crisis management)만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이성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을 '부유한 동맹국'으로 규정하고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등을 자신의 정치적 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국은 유연한 자세를 갖추면서 실익도 따져야 한다. 대만 유사시 한국이 물자나 병력을 지원한다면 대만도 한반도 유사시 지원할 것을 미국과 대만에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한미일 공조가 정상 간 합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일본 국내 정치 변수도 간과할 수 없다. 한일 과거사에 비교적 전향적이었던 '비둘기파' 이시바 총리 퇴진 이후 자민당 내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등 '강경파'가 차기 주자로 부상하면서 한국 외교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누가 총리에 오르더라도 대미·대일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며, 한·미·일 3각 공조 노선 또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소신을 가진 정치인으로 알려진 다카이치가 집권할 경우, 참배 문제로 외교 마찰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최 연구위원은 또 "이재명 정부는 현재까지 불편한 외교 사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다"며 "이는 일본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나라와의 갈등 현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일본 국내 정치 변수로 외교적 갈등이 불거질 경우, 정부가 어떤 태도로 대응하느냐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