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천안전, 최악의 오프사이드 오심축구협회 심판위원회 오심 인정심판 자질 문제가 아니라 기계, 장비, 기술적 오류라는 변명
  • ▲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이번 오심 사태에 대한 자료를 내면서 납득이 갈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이번 오심 사태에 대한 자료를 내면서 납득이 갈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K리그 역사상 '최악의 오심'이 등장했다.

    심판도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오심은 심판이라면 해서는 안 될 실수다. 실수라는 단어조차 어울리지 않는다. 심판의 기본, 심판의 기초, 심판의 근본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축구 심판이라면, 그것도 '프로 심판'이라면, 그렇게 경악스러운 판정을 내릴 수 없다. 그들은 심판의 자격이 없다.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K리그에는 수많은 오심이 등장했다. 판정은 항상 어렵다. 대부분은 즉시 판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달라지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더 정밀한 분석과 더 격렬한 논의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이 판정을 내린 심판을 제외하고 '의견 일치'였다. 보는 사람 모두가 같은 의견을 냈다. 정밀한 분석과 논의 따위는 필요 없는, 축구 규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판정이었다. 이 오심이 역사상 '최악의 오심'인 이유다. 

    지난 10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FC의 K리그2(2부리그) 24라운드. 문제의 장면은 전반 19분 나왔다. 

    전남 민준영이 아크 왼쪽에서 강력한 논스톱 왼발 슈팅을 때렸고, 공은 천안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원더골'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문제가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라운드 안, 바로 눈앞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주심도, 부심도 그 어떤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때 비디오판독(VAR)이 개입했다. 이 아름다움을 5분 만에 악몽으로 바꿨다. 주심과 VAR 판독실은 약 5분간 의견을 나눴고, 결국 '골 취소' 판정을 내렸다. 

    VAR 판독실은 민준영의 득점이 나오기 바로 전 상황이 오프사이드라고 판단했다. 김용환이 아크 오른쪽에 있던 정강민에게 패스를 할 때, 정강민이 천안 최종 수비수보다 앞섰다고 봤고, 최종적으로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것이다. 

    패스를 받은 정강민이 다시 김용환에게 패스했고, 김용환이 반대편 민준영에게 패스를 넣었고, 민준영의 골로 연결됐다. 정강민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결국 민준영의 득점은 취소됐다.  

    전남은 억울하게 1골을 잃었다. 경기는 3-4로 졌다. 전남은 승점도 잃었다. 심판들은 분명 경기 결과에, 경기 흐름에, 전남의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VAR 심판들이 지배한 경기였다. 

    정강민이 패스를 받을 때, 일반적인 시력과 일반적인 거리감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온사이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장이 아니다. 광양전용구장의 평행으로 맞춰진 잔디의 경계선만 봐도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 간단하고도 단순한 장면을 한국 프로 심판들이 보지 못한 것이다. 충격적이다.  

    어느 정도 애매한 상황이라야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이라도 할 것 아닌가.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상황이다. 너무나 황당한 판정이기에, 심판의 '다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질됐다. 많은 K리그 팬들이 심판 오심 '의도'를 의심했다. 

    심판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이걸 보고 아무 의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억울할 필요 없다. 그들의 자질과 불신이 만든 현상이다.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누구를 탓하랴. 

    오심의 후폭풍이 엄청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지난 13일 프로평가패널회의를 통해 이 장면을 다시 확인했다. 모두의 눈이 맞았다. VAR 심판들의 눈이 틀렸다. 축구협회는 공식적으로 오심을 인정했다. 당연한 결과다.  

    회의가 끝난 후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남-천안전은 오심이다. 축구협회 홍보실에 자료를 만들어 줬다. 모든 관계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자료를 정리했다. 심판들이 판정에 대해 '장난을 쳤다' 같은 상황은 일절 없었다. 홍보실 자료를 받으면 충분히 납득이 갈 것이다."

    문 위원장은 심판이 '장난'을 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장난'이라는 단어는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핵심 단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심판의 장난질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그만큼 심각한 오심이었다는 것을 심판위원장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그는 '납득'이 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말 그럴까. 

    다음 날인 14일, 축구협회 홍보실은 심판위원회가 제출한 자료를 공개했다.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불신과 의심만 더욱 커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치졸한 변명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힘을 보여줬다. 

    어떤 사진 자료나, 분석 자료, 영상 자료는 없었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어떻게 그었는지, 주심과 VAR 판독실 사이 불통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기술적 문제로 발생한 당시의 상황 설명과 대처 등의 내용은 없었다. 텍스트로 된 변명이 전부였다. 내용은 이렇다. 축구협회 보도자료 내용의 토시 하나 바꾸지 않았다. 

    -주/부심 현장 판정에서는 온사이드로 판단. 최종적으로 골을 확인하는 VAR 판독절차 과정에서 오프사이드로 판독 → 골 취소

    -심판들은 매 경기 시작 전, 경기장 내 계측(라인)의 정확도를 조정하는 VAR 컬리브레이션 확인작업 진행. 해당 경기장의 경우, 사전 테스트와 달리 경기중 VAR 온/오프사이드 라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판독 화면에 오프사이드로 보여지는) 기술적인 문제 발생.

    -판독에 5분여 소요된 사유도 오프사이드 카메라의 기술적인 문제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경과한 것임.

    -광양축구전용구장의 오프사이드 그래픽 구현 가능한 5대의 카메라 중 해당 장면에서는 한 대의 카메라만이 오프사이드 판독이 가능한 앵글이었음. 이 카메라를 통해 구현된 당시의 상황이 경기 전 VAR 컬리브레이션을 진행할 때와는 달리 오류가 발생했고, VAR 실에서는 화면에 보여지는 온/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린 후 주심에게 전달 → 주심이 이를 받아들여 골 취소를 하게 됨.  

    어려운 말로 써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간단하게 말해 '기계' 탓이라는 거다. '장비' 탓이라는 거다. VAR 카메라와 VAR 판독 화면의 문제라는 것이다. 즉 '심판' 탓이 아니라는 의미다. 

  • ▲ 전남-천안전에서 K리그 역대 최악의 오프사이드 오심이 나왔다.ⓒ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 전남-천안전에서 K리그 역대 최악의 오프사이드 오심이 나왔다.ⓒ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납득이 가는가. 특히 골을 잃고 승점을 잃은 전남 구단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전남 팬들에게 납득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 변명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참담하게 참는 것이다. 다른 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바뀌는 것도 없다. 아무리 항의하고 분노해도 잃어버린 골과 승점은 되찾지 못한다. 속은 곪아간다.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기계 탓이라는 변명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비열하다. 그들은 기계 뒤에 숨었다. 비겁하다. 그들은 심판의 자질 부족을 장비 뒤로 숨겨 버렸다. 추악하다. 그들은 기술의 오류를 최전방에 내세우며 제 식구를 수비했다. 

    기본이 안 된 심판의 민낯을 감추기 위해, 심판의 무능을 덮기 위해, 비난의 중심에 선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인간이 기계에 책임을 떠넘겼다. 역사상 최악의 오심에 이은 역사상 '최악의 책임 회피'가 아닐 수 없다. 

    애초에 이 장면이 기계, 장비, 기술의 힘을 빌릴만한 장면인가. 인간의 순수한 눈으로도 100%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장면이다. 기계가 아무리 결함이 있어도, 장비가 말을 안 들어도, 기술적 문제가 있어도,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정상 인간의 눈을 가졌다면, 기계가 잘못됐다고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인간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동물이다. 기계를 맹신해서 그럴까. 아니다. 심판의 자격이 없어서 그렇다.

    이 장면을 오프사이드로 보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심판의 수치이자 K리그의 수치다. K리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불신의 리그로 만들었다. K리그 구단에게는 상처를 줬고, K리그 팬들에게는 수치심을 줬다. 그리고 그나마 믿음을 줬던 VAR을 완전히 박살 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는 기계 탓을 할 게 아니라, 제 식구를 감쌀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심판의 자격 미달을 인정하고, 해당 심판들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또 해야 할 일이 있다. 오심을 내린 심판뿐 아니라 이 사태를 키운 '윗선'도 책임져야 한다. 꼬리 자르기로 끝낼 일이 아니다. 높은 자리를 준 건 권력을 휘두르라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라는 것이다.  

    맞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어떤 식으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이 사태를 피해 갈 수 없다. 

    '논란'의 심판위원장이다. 최근 한 유튜브에 출연해 논란의 발언을 했다. K리그2가 어린 심판 양성의 장이라는 말을 포함해 오심을 한 심판을 두둔하는 발언 등을 내뱉어 K리그 팬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몽규 회장 4기 집행부에 합류할 때부터 논란이 일어났다. 그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심판위원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고, 이번이 두 번째다. 

    두 번째 임기 시작 직전, 심판계에는 문 위원장이 첫 번째 심판위원장 임기 시절 저지른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투서가 돌았다. 투서는 A4 용지 4장 분량으로, 총 12가지의 비리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중 한 가지는 사실로 밝혀졌다. 2022년 한 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문 위원장이 여자 심판 3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문 위원장은 이 내용을 시인했다. 경악스러운 건, 문 위원장을 포함한 여자 심판 3명이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회 중 술을 먹은 심판은 당연히 징계다. 하지만 이런 정상적인 일이 문 위원장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때도 문 위원장은 책임지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지금까지도. 

    이런 문 위원장이 전체 심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공정의 상징이 돼야 하는 심판계를 이끌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현재 한국 심판계에서는 문 위원장에 반기를 든 심판들이 꽤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열과 갈등, 심판계 내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 위원장의 논란과 일련의 심판 오심 사태. 그리고 무너진 심판에 대한 신뢰. 어떻게든 매듭을 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영부영 넘어간다면 더욱 큰 후폭풍이 들이닥칠 것이 자명하다. 한국 심판이 흔들리면 한국 축구는 절대로 중심을 잡을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책임지지 않는 축구협회 심판위원회 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