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요구 안 받고 표결 … 국힘 "공산당이냐"與 법사위원장 "국회법 준수 … 문제 없다 판단"본회의 수순 … 野 필리버스터에도 통과될 듯
  •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 거수 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 거수 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이견을 보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이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에도 쟁점 법안들의 법사위 처리를 강행했다. 한미 상호 관세로 기업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기업의 책임을 하도급 노동자까지 확대하는 노란봉투법과 경영권 탈취 우려가 제기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의 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법사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방송 3법, 농업 2법 등 쟁점 법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소속 이춘석 법사위원장이 이들을 기권 처리하면서 모두 재석 의원 16명 중 10명 찬성, 6명 기권으로 의결됐다.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이 토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쟁점 법안에 대한 표결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공산당이냐"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토론 보장을 안 하셨다고 말씀하셨지만 1년 넘게 국회에서 논의가 됐다"며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처리했다"고 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 기회를 얻어 "국회 절차를 무시하고 이춘석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운영할 거면 우리를 부르지 말라, 혼자 다 하라"고 항의했다. 

    박 의원은 "이춘석 위원장은 졸속으로 토론을 생략하고 마음 먹고 왔기 때문에 오후 2시에 예정된 회의를 오전으로 옮겼다"며 "토론을 1명이 했는데 토론 절차를 생략할 거면 국회는 왜 존재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른 진행이라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서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절차적으로 국회법을 준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된다"며 "법으로 정한 절차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에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반면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현재는 임금 협상 결렬 등에만 가능한 노동자 파업이 구조조정, 공장 해외 이전 등을 이유로도 가능하게 된다.

    이에 외국계 기업 단체도 법안 통과에 우려를 표하며 반대 입장을 냈다. 800여 개 회원사를 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지난달 30일 노란봉투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재검토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도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정원을 확대하고 추천 주체를 학계·임직원 등으로 다양화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전체 이사회의 40%를 국회 추천 몫으로 규정해 '언론 장악' 우려가 제기된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편 심고 의결 구조를 마음대로 하려는 그런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심지어 이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노조랑 합의하도록 돼 있다. 그럼 사장 추천 자체를 노조가 주도하게 되는 구조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사 자율적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이것을 법제화하게 되면 민영 방송사의 경영권까지 간섭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 받았다"고 힘을 보탰다.
  •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춘석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춘석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사위는 상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박준태 의원은 "개정된 안이 시장에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국민의 삶에 어떻게 효과를 미치는지 분석이 있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른 문제점, 미비점을 보완하는 형태의 입법이 돼야 한다"며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상법까지 더해지면 기업을 제도적으로 옥죄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민주당은 이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을 추가한 2차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소액 주주의 권익을 강화해 재계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 주주가 5주를 보유한 회사에서 이사 2명을 뽑는다면 이 주주는 총 10표를 이사 후보 1명에게 모두 줄 수 있게 된다. 

    소액 주주 권익 강화로 대주주의 힘이 약해지는 만큼 경영권 유지 부담도 커질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4일 300개 상장 기업 대상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 방안 조사'를 벌인 결과 74.0%에 달하는 기업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 개정하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박형수 의원은 "이러한 제도로 인한 영향이 서서히 축적이 돼서 경제가 망가지는 것"이라며 "노조법 개정 등 조금씩 우리 투자 환경을 나쁘게 만들고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것이 누적돼서 결국은 대한민국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여야 합의로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농법 2법 중 양곡관리법은 국내 수요를 초과해 쌀값이 일정 기준을 넘기거나 그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 생산분을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은 주요 농수산물의 시세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농수산가격안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들을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석 수를 앞세워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시킬 수 있어 쟁점 법안의 국회 통과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 후 표결을 통해 토론을 종결시킬 수 있다. 민주당(167석) 의석 수에 진보당(4석), 조국혁신당(12석) 등 범여권 의석 수까지 더하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요건(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명 이상의 찬성)에 충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