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K리그2 20라운드에서 충남아산에 2-1 승리부상자 속출, 2경기 연속 무승 위기설후반 막판 무고사의 결승골로 승리, 무너지지 않는 1위의 경쟁력 드러내
  • ▲ 인천이 충남아산과 K리그2 20라운드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인천이 충남아산과 K리그2 20라운드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등의 삶. 행복한 삶이다. 또한 고통의 삶이기도 하다.

    1등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1등을 지켜내는 일이 더 어렵다고 한다. 1등을 추격하는 도전자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만 정상을 지킬 수 있다. 부담감과 압박감은 기본, 조금만 흔들려도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1등에서 밀려나면 역적이 될 것만 같은. 

    1등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서 1등은 위대하다. 그래서 1등의 가치는 인정을 받는다. 그래서 1등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오직 1명이다. 

    지금 K리그2(2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삶이 그렇다. 1등이라서 행복하고, 또 1등이라서 고통스럽다. 

    인천은 지난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꼴찌로 추락하며 충격적인 강등을 당했다. 인천이 2부리그로 내려가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인천은 충격에 빠졌지만 이대로 상실감에 빠져있을 수 없었다. 빨리 팀을 재정비해 다시 1부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 일에 몰두했다. 

    그래서 선택한 핵심 카드가 윤정환 감독이었다. 과거 일본 J리그 사간 도스, 세레소 오사카 등 지휘봉을 잡았고, K리그1 울산 현대와 강원FC도 지휘했다. 특히 지난 시즌 강원을 이끌고 리그 '준우승'이라는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윤 감독은 인천의 도약이라는 책임감을 안고 인천 땅을 밟았다. 

    윤 감독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와 같았다. 인천은 시즌 초반부터 K리그2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리그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K리그1 강호로 이름을 날린 팀들도 K리그2에서 힘을 내지 못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은 달랐다. 인천의 독보적 기세는 자연스럽게 인천이 K리그1으로 승격하리라는 희망을 줬다. 

    인천의 1위는 이제 익숙한 상황이 됐다. 다른 변수를 생각하지 않게 됐다. 이제 희망은 확신이 됐다. 인천은 이제 리그 1위가 아니면 안 되는 팀이 됐다. 1부리그 승격에 실패하면 안 되는 팀이 됐다. 당연한 1등이다. 1등이라서 행복하고, 1등이라서 고통스러운 인천이 완성됐다. 

    인천은 리그에서 '공공의 적'이다. 모든 팀들이 인천을 잡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시즌이 중반으로 흐르자 압도적인 인천에게도 조금의 틈이 생겼다. 시즌 내내 최강의 모습을 유지하는 팀은 세상에 없다. 어떤 팀도 하락세를 겪는다. 인천이 보인 이 틈을 상대 팀들은 그냥 두지 않았다. 

    인천은 15경기 연속 무패 행진(12승 3무)을 달리다 2경기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8라운드 김포FC전에서 1-1로 비겼고, 19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1-2로 패배했다. 인천이 올 시즌 처음으로 2경기 연속 무승 행진을 달린 것이다. 

    고작 2경기. 다른 팀이 2경기 무승을 거뒀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1위 인천에게는 용납되지 못하는 일이었다. 인천은 그만큼 당연한 1등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인천 '위기설'이 고개를 들었다. 단 2경기 이기지 못했을 뿐인데 인천을 향한 잣대는 엄격했다. 1등의 삶에서는 익숙한 일이다. 2위 수원 삼성이 승점 4점 차로 추격하자 1위 자리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날카로운 목소리도 나왔다. 1등의 삶에서는 받아들여야 하는 목소리다. 1등 내부와, 1등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분명 다르다.  

    더불어 문지환, 이주용, 박경섭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인천의 위기설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또 인천은 처음 경험한다. 1등의 삶을. 그들은 리그에서 1등을 해본 적 없다. 1등을 지켜내는 일도 해본 적 없다. 윤 감독도 그렇다. 지금 상황이 더욱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은 13일 홈구장인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K리그2 20라운드 충남아산과 일전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인천의 위기설이 리그를 덮을 것이 자명했다. 부상 여파로 19라운드와 비교해 선발 4명이 바뀌었다. 

    경기 전 만난 윤 감독은 초월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명단이 파격적인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 그럴 수 있다. 모든 선수에게 리스크가 있고, 지금 부상자가 많다. 이럴 때도 있다. 부상자가 나오니 팀이 침체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경기를 해야 한다. 이 한 경기에 초점을 맞추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1위 부담감은 있다. 어느 감독이든 이런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더 위축되면 안 된다. 없는 자원이라도 해야 할 건 해야만 한다."

  • ▲ 후반 교체 투입된 인천의 간판 스트라이커 무고사가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터뜨렸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후반 교체 투입된 인천의 간판 스트라이커 무고사가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터뜨렸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가 시작됐고, 위기의 인천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달렸다. 인천의 이빨은 강하다. 그리고 잇몸도 강했다. 올 시즌 출전 기회가 적었던 임형진, 이상기 등이 제역할을 해줬고, 올 시즌 첫 선발로 나선 베테랑 신진호도 팀을 반전시키기 위해 거침없이 질주했다. 

    경기는 치열했다. 1위 인천을 잡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충남아산의 전략도 인상 깊었다. 전반 27분 인천 바로우의 선제골이 터졌고, 전반 30분 충남아산 김종석의 동점골이 나왔다. 이후 경기는 더욱 치열하게 진행됐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떤 팀도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고,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난세의 영웅'은 항상 위기 때 등장하는 법이다. 인천의 영웅은 역시나 무고사였다. 그는 최근 경기력 난조로 이날 경기에서 선발 제외됐다. 무고사는 후반 14분 신진호를 대신에 그라운드에 출격했다. 1-1 무승부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가 올라온 후반 막판, 무고사가 포효했다. 

    무고사는 문전으로 쇄도하면서 파울을 당했고,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는 직접 나섰다.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고, 공은 충남아산 골대 왼쪽 구석을 시원하게 갈랐다. 무고사는 포효하며 인천 팬들과 결승골의 기쁨을 나눴다. 

    인천이 2-1로 승리했고, 승점 48점을 쌓았다. 2위 수원 삼성(승점 41점)과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렸다. 인천의 위기설은 사라졌다. 그렇게 3경기 만에 끝났다. 

    위기설은 잠시 사라졌지만 언제 또 고개를 들지 모를 일이다. 부상자들의 장기 이탈이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더욱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인천은 이 상황을 극복해 내야만 진정한 1위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진정한 1위는 위기 때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그 팀의 진정한 경쟁력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지금까지 1위를 지켜온 방법으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 선수를 믿고, 감독을 믿고, 팬들을 믿고 가는 것이다. 윤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루틴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절부절 못하는 쪽은 오히려 2위 수원 삼성일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경기 후 윤 감독이 내뱉은 첫 마디. 승리의 기쁨, 반전의 성공, 벌어진 2위와 격차 등의 감정이 아니었다. '1등의 삶'을 정의하는 한마디였다. 

    "참 팀을 이끌어가는 게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