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출하는 미국산 제품은 무관세환적한 3국 제품엔 40% 관세…中 '우회 수출' 겨냥영국 이어 아시아 국가와 첫 타결…韓 협상 기준될 듯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50523 AP/뉴시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50523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책정한 '상호관세'의 유예기간 만료(미국 시간 8일)를 앞두고 미국이 베트남과 관세율 인하와 시장 개방을 맞바꾸는 무역합의를 도출했다.

    상호관세 발표 후 미국이 무역합의를 도달한 첫 번째 인도·태평양 국가로, 상호관세율은 46%에서 20%로 인하됐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대화 후 베트남과 막 무역합의를 했음을 발표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럼 서기장과 직접 협상한 건 정말로 즐거운 경험이었으며 이는 우리 두 나라가 협력하는 위대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 들어 4월까지 교역량 기준으로 중국, 아일랜드, 멕시코, 스위스에 이어 5번째로 많은 무역적자를 미국에 안긴 나라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강제 노동을 문제 삼으며 관세와 제재를 가한 뒤 의류와 신발업체들이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규모가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 내용과 관련, 미국 영토로 들어오는 모든 베트남산 상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환적(transshipping·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상품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베트남에 대해 46%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했으나, 양국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를 20%로 대폭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의) 대가로 베트남은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무역을 위한 그들 시장에 미국이 완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 말해, 베트남은 미국에 그들의 시장을 개방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베트남에 무관세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또는 대형 엔진 차량이 베트남으로 수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환적 상품'에 대한 40% 관세는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베트남에서 환적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원산지 세탁'을 해 왔다. 이러한 루트를 차단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과 베트남의 무역합의 공동성명 초안에 양국이 상대국에게 우호적인 원산지 규정을 마련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이는 베트남 입장에서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제품의 환적 거점 역할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베트남은 지식재산권 침해와 같은 '비관세 장벽' 문제도 다루기로 했으며 가금류, 돼지고기, 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과 불특정 공산품에 대해 우선적 시장접근권을 미국에 제공키로 했다고 폴리티코는 소개했다.

    이와 함께 양국 공동성명 초안에는 베트남이 미국 기업 보잉의 항공기 50대를 80억달러(약 11조원)에 도입하기로 한 것과 미국 농산물 29억달러(약 3조9000억원) 상당을 구입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확인하는 내용도 들어갔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 ▲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오찬하고 있다. 250526 AP/뉴시스. ⓒ뉴시스
    ▲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오찬하고 있다. 250526 AP/뉴시스. ⓒ뉴시스
    베트남플러스에 따르면 양측은 통화에서 협상대표단이 "상호적이고 공정하며 균형 잡힌 무역협정 틀에 관한 공동성명에 합의했다"고 환영했다.

    이날 양국 정상간 통화에서 럼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베트남을 시장경제로 조속히 인정하고, 특정 첨단기술제품의 베트남 수출제한을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럼 서기장은 향후 양국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주요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를 위해 모든 직급에서 대표단 교류·접촉을 확대하고, 과학·첨단기술 등 핵심적인 혁신영역을 비롯한 경제, 무역, 투자 분야에서 협력을 촉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화협의에서 럼 서기장은 가까운 시일 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 베트남 방문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럼 서기장의 초청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 조만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VNA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 상호관세 유예 이후 무역상대국들과 진행 중인 협상에서 아시아지역 국가와 합의를 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과도 무역 관련 합의에 서명했지만, 그것은 중국의 대미(對美) 희토류 수출통제 등 최근 미·중간 불거진 갈등현안을 봉합하는 내용인 만큼 포괄적인 무역합의라고 보긴 어렵다.

    폴리티코는 미국과 베트남과의 합의가 현재 미국과 협상 중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상당한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즉, 미-베트남 합의보다 불리한 내용의 합의를 아시아 다른 나라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시점을 시한으로 삼아 각 국과 관세율, 무역균형,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둘러싼 무역협상을 진행해왔다. 베트남에 앞서서는 영국과 지난달 최종 합의를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4월9일 발효했다가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중국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 유예기간은 8일 끝난다.

    미국은 특정 국가와의 교역에서 미국이 보고 있는 무역적자 규모와 해당 국가로부터의 수입액 등을 감안해 각국에 상호관세율을 책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