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병원 "5년 연장 구두로 약속 받았다" 퇴거 거부'마포복지타운' 조성 사업 기약 없이 지연 병원 측 행정심판서 졌는데도 행정소송 추가 제기마포구 "해당 건물, 주변 시세의 절반 임대료""병원 측 무단 점유 변상금 내도 큭 이익 볼 수 있어"주민들 "사익이 공익에 앞서면 안 돼" 비판 확산
  • ▲ 마포장애인복지타운 조성 계획 이미지 ⓒ마포구
    ▲ 마포장애인복지타운 조성 계획 이미지 ⓒ마포구
    서울 마포구의 장애인복지타운 조성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조성 예정 부지에 입주한 민간 요양병원이 계약이 만료됐는데도 1년 넘게 건물을 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간 병원 측은 건물 추가 사용을 주장하며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버티기에 나선 상태로 마포 복지타운 사업이 큰 지장을 겪고 있다.

    ◆민간 병원 '버티기'에 마포 복지타운 사업 첫 삽도 못 떠

    병원이 사용하는 건물은 마포구 성산동 옛 마포구의회 청사로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3059㎡ 규모다. 2019년부터 민간 병원이 임차해 사용해왔고 계약은 지난해 3월 종료됐다. 하지만 병원은 현재까지 건물을 비우지 않고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마포구는 이 건물에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을 비롯해 직업재활시설,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등을 통합한 복지타운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병원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지난해 착공을 목표로 했지만 병원의 무단 점유에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 ▲ 해당 요양병원은 무단 점유 상태로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마포구
    ▲ 해당 요양병원은 무단 점유 상태로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마포구
    ◆병원 측 "연장 약속 받았다" 주장…행정심판도 졌지만 "근거 없다" 訴 제기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병원 측은 "처음 계약 당시 5년을 사용한 뒤 5년 추가 연장을 구두로 약속 받았다"며 계약 갱신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 측은 또 "건물 리모델링과 내부 인테리어 등에 20억 원의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간 만큼 연장이 보장된 것으로 믿고 병원 설계와 운영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마포구가 연장을 거부하자 병원 측은 "구청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뒤집어 재량권을 남용해 병원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시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7월 병원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위원회 등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5년 연장 구두 약속에 대해 명확한 증빙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이 약속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병원이 강조한 초기 투자비용 손해 주장과 관련해서도 병원이 첫 1년 간의 운영 수익으로 이미 투자 비용을 회수한 것으로 판단해 보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아울러 "공공건물 사용허가는 행정청의 재량사항이고 연장은 의무가 아니다"라며 "연장 거부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은 이 같은 행정심판 결과에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병원이 퇴거를 거부하고 소송까지 이어가는 배경에는 건물을 계속 점유하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이 지불하는 임대료는 연 4억 원, 월 4000만 원 수준이다. 뉴데일리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3곳에 확인한 결과 해당 지역에서 비슷한 면적의 건물을 임차하는 데 드는 비용은 월 1억 원, 연 12억 원 수준이다.

    병원의 무단 점유로 부과될 법적 변상금 20%를 추가한다 해도 월 임대료가 4800만 원 수준으로 여전히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제도 허점을 이용해 공공건물로 사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 마포구 주민은 "(병원이)사리사욕을 거두고 건물에서 퇴거해 지역민들을 위한 복지 시설이 하루빨리 조성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병원은 최근 환자와 주민을 상대로 '퇴거 반대' 탄원서 서명을 진행했다.
    ▲ 병원은 최근 환자와 주민을 상대로 '퇴거 반대' 탄원서 서명을 진행했다.
    ◆사업 중단으로 갈등 격화…"공익이 사익에 밀려선 안 돼"

    하지만 병원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장애인복지타운 건립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마포구는 이미 공간 설계를 마쳤지만 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추진이 멈췄다. 한 마포구의회 의원에 따르면 관련 예산도 집행되지 못하고 불용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병원이 버티는 한 복지시설 개관은 기약 없이 밀릴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병원은 최근 입원 환자와 주민들을 상대로 탄원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 유일의 요양병원을 쫓아내려 한다'는 내용을 내세우며 퇴거 반대 서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장애인복지타운 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업 추진을 기다려 온 장애인 가족단체들과 병원 이용객 간에 갈등 조짐까지 보인다"며 "병원이 점유를 지속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가족 단체들은 "사익을 앞세운 민간 병원으로 인해 공공시설이 제때 조성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공공사업 지연의 책임이 더 이상 개인의 이익 논리에 묻히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포구민도 "민간 병원이 본인들의 이익을 앞세워 공공시설 조성을 막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처사"라며 "신속히 문제가 해결돼 지역민들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