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10%로 관세 인하, 철강·알루미늄 0%…"환상적인 날" 자평디지털세는 유지…제약은 협상 계속 "美, 추가 관세 '우대' 동의"
  •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250227 AP/뉴시스. ⓒ뉴시스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250227 AP/뉴시스. ⓒ뉴시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각) 미국과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이를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합의"라고 자평했다.

    로이터·AFP통신,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잉글랜드 중부의 한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영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를 27.5%에서 10%로 인하하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철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이 합의한 관세 인하는 가능한 한 조속히 발효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는 전세계에 '영국은 비즈니스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미국과 이 같은 합의를 이룬 첫 국가로, 이는 글로벌 불안정성의 시대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엑스(X, 옛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오늘 나는 영국 기업들을 활성화하고 수천개의 일자리를 지켜주는 미국과의 협정을 체결했다"며 "나는 영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철강산업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이번 협정은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영국과의 무역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무역협정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은 미국 소고기와 농산물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10%의 기본관세는 계속 유지된다.

    영국은 대신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10만대에 대해 25%가 아닌 10% 관세만 적용받기로 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철폐하기로 했다.
  •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워싱턴 D.C.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둘러보고 있다. 250227 AP/뉴시스. ⓒ뉴시스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워싱턴 D.C.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둘러보고 있다. 250227 AP/뉴시스. ⓒ뉴시스
    지난해 영국은 지난해 10만여대, 75억파운드(약 13조원) 상당을 수출했다. 대미(對美) 수출물량 거의 전체에 관세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영국 정부는 재규어 랜드로버만 한 해에 수억파운드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 직후 미국 수출이 많은 고급차 애스턴 마틴 주가는 전장보다 10% 급등했다. 에이드리언 마델 재규어랜드로버(JLR) CEO는 BBC에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빠른 속도로 합의에 이른 양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철강의 경우 2023년 기준 영국은 미국에 16만5000t, 약 4억파운드(약 7448억원) 상당을 수출했다.

    영국 정부는 디지털서비스 세금은 미국과 이번 무역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영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면서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디지털 서비스세 감면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서비스세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규제라며 문제 삼아 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그 대신 양국은 미국에 수출하려는 영국 기업의 서류작업을 간소화할 수 있는 디지털 무역 합의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제약부문에 대한 작업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면서 "영국이 추가 관세에 대해 '우대'를 받을 것이라는 데 미국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제약은 그동안에도 양국 무역협상에서 마지막으로 이견이 남은 부문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제약부문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고 5일에는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발표를 예고했다.

    영국에는 아스트라제네카, GSK 등 대형 제약사가 있으며 지난해 대미 수출은 66억파운드(약 12조원) 규모다.

    양국은 또 쇠고기에 상호 시장 접근을 보장하기로 했다. 영국 농가의 대미 무관세 수출 쿼터는 1만3000t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합의로 식품안전기준에 변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영국이 미국산 염소 세척 닭고기나 호르몬 치료 쇠고기 같은 미국의 식품생산기준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미국산 에탄올에 대한 19%의 영국 관세는 이번 합의에 따라 철폐된다.

    영국 전국농민노조(NFU)의 톰 브래드쇼 위원장은 "영국 쇠고기가 대미 수출 접근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바이오에탄올이 이번 합의에 포함된 점은 농민들에게 우려할 점으로, 그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