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절차 부정, 여론조사 강행에 가처분 신청김문수 "당헌 따라 선출된 정당한 후보"
  •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서성진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서성진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단일화 강행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서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정당 민주주의 파열음으로 들끓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 선출된 후보가 지도부로부터 사실상 후보 자격 박탈 압박을 받는 가운데 김 후보는 8일 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을 신청하며 맞불을 놨다.

    전날 당협위원장들이 별도로 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다. 김 후보는 "정당한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 후보가 지도부에 의해 끌어 내려지는 초유의 사태"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국민의힘 당헌 제74조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른바 '당무 우선권' 조항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 후보가 선거 기간 동안 사실상 당의 최고 책임자라는 의미다.

    하지만 김 후보는 해당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당무 우선권을 협소하게 해석하며 김 후보의 사무총장 교체 요청은 물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도부는 김 후보의 동의 없이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로드맵 절차를 예고하며 후보 지위를 임의로 회수하듯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 김 후보 측의 주장이다.

    '당무 우선권'은 과거 두 차례 실제 발동된 전례가 있다.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선 사흘 전 친박(친박근혜)계와 복당파 복당을 승인하며 당무 우선권을 발동했다. 2022년 윤석열 후보도 이준석 당시 대표의 반대에도 사무총장을 권영세로 교체하며 해당 권한을 행사했다.

    반면 이번에는 김문수 후보의 대통령 후보 지위를 당 지도부가 사실상 인정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제출한 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소집하려면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 전당대회 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 책임 당원 4분의 1 이상 요구 중 하나라도 충족해야 하며 개최일 5일 전까지 이를 공고해야 한다. 그러나 11일로 예정된 제6차 전당대회는 대의원을 선임하지 않아 절차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김문수 후보를 위한 선거대책위원회도 발족하지 않고 선거운동 준비조차 하지 않는 것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이번 전당대회 소집도 김 후보의 후보 자격 박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후보의 동의 없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방송 토론 및 이틀간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김 후보는 이에 맞서 한 후보에게 추가 회동을 제안하며 단일화 의지를 표명 했지만 지도부는 8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실제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9시 속개된 의원총회에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정당의 대선 후보를 상대로 한 전례 없는 단식농성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 지도부가 추진 중인 단일화가 단순한 협의가 아닌 김 후보에게 대통령 후보 지위를 포기하고 무소속 한 후보에게 양보하라는 사실상의 강요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차명진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이제부터 국민의힘의 실질적이고 합법적 최고 지도부는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덕수는 당선증서에 잉크도 다 마르기 전에 김 후보에게 여론조사 단일화를 압박하며 사실상 후보 자리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고 일갈했다.

    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윤상현 의원은 SNS를 통해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요구, 지도부의 충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강제적 단일화는 절차적 정당성과 당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당은 끊임없는 법정 공방에 빠지고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이는 이기는 단일화가 아니라 지는 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감동도 시너지도 없는 단일화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칙 없는 승리가 아니라 원칙 있는 패배를 각오해야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도 지도부를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현재 당헌·당규에 따르면 후보자는 교체할 수 없다"며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후보를 교체한다면 이는 공당으로서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도 "차라리 처음부터 가위바위보로 후보를 정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며 "이미 한 후보가 내정된 상태였다면 우리는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정당민주주의는 헌법상 가장 핵심적인 민주주의"라며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결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