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차별 관세 폭탄…中은 '전략무기' 희토류로 반격中, 글로벌 희토류 생산량 69%…美 수입 70%는 중국산그린란드 '야욕', 우크라 '광물협정'도 '전략 광물 확보' 속셈트럼프-시진핑 대화 움직임 속에도 '강대강' 대치 장기화 전망
  • ▲ 중국 간쑤성 롄윈강 항구에서 운반되는 수출용 희토류.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중국 간쑤성 롄윈강 항구에서 운반되는 수출용 희토류.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전세계를 대상으로 무차별 '관세 폭탄'을 던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 핵심 의제 중 하나인 '전략적 광물 확보'를 서서히 드러내는 가운데 중국이 대미(對美)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서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관세로 치고받던 '무역전쟁'에서 '희토류'가 무기가 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희토류가 전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두 국가 간에 화두로 등장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제에 미국 무기 공급망의 75% 이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 보고서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방조달정보회사인 고비니 연구원들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무기부품 가운데 8만종이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텅스텐 △텔루륨 중 최소 1개 이상 광물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들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은 사실상 중국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7월 갈륨과 게르마늄, 2024년 2월 텅스텐·텔루륨·비스무트·몰리브덴·인듐, 2024년 8월 안티모니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기반으로 "미국 전체 무기체계의 78% 가까이가 중국의 핵심광물 통제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며 "정치적 수사와는 달리, 미국은 무기체계 유지에 있어 근본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광물은 모든 군사장비의 제조에 필수적이다. 미국 해병대 무기의 61.7%, 해군 무기의 91.6%가 이들 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미국 무기에서 이들 5개 광물의 사용은 연평균 23.2%씩 증가했다.

    보고서는 1900가지 무기 시스템의 생산공정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공급망 대부분에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르마늄의 경우 82.4%, 텔루륨의 경우 91.2%가 중국에서 공급된다.

    실제 지난해 중국이 안티모니라는 핵심광물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안티모니의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희토류 '테르븀' 가격이 이달 들어 25% 상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정제된 안티모니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중요한 국방 공급망이 정치·경제적 압력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아울러 생산비용 증가와 생산 차질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무기 시스템뿐만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중국은 희토류 채굴의 약 60%, 가공 분야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 인수,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중재도 광물개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서명한 '공해 광물개발' 행정명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린란드의 경우 현지 환경론자들의 반대와 정치적 압력으로 광산개발이 거의 동결된 상태다.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 역시 수십년간 투자 부족으로 실제 얼마나 많은 광물자원을 개발할 수 있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공해 개발은 환경단체의 반발뿐만 아니라 국제 수역에서 누가 광물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에서도 국제사회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 ▲ 중국 장시성 간현의 한 희토류 광산에서 채굴이 진행되고 있다. 101230 AP/뉴시스. ⓒ뉴시스
    ▲ 중국 장시성 간현의 한 희토류 광산에서 채굴이 진행되고 있다. 101230 AP/뉴시스. ⓒ뉴시스
    문제는 중국이 해당 카드를 '관세 전쟁'의 카드로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전략'으로 시작한 관세 전쟁에서 서로 치고받다가 미국은 중국에 145%를, 중국은 미국에 125%로 관세율을 고정했다.

    다만 중국은 핵심 희토류 7종과 자선의 대미 수출중단 카드를 더했다. 수출금지가 아니라 특별 '수출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였지만, 중국은 발표 이후 허가를 내주는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않아 사실상 수출이 중단된 상태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희토류는 영구자석이나 합금 용도 등에 쓰여 전기자동차, 드론, 로봇, 미사일, 우주선 등 각종 첨단기술분야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애플 아이폰 0.24g △테슬라 전기차 한 대 520g △미국 F-35 전투기 한 대 408㎏ △핵잠수함 4.2t의 희토류가 사용된다. 희토류 없이는 핵잠수함은커녕 핸드폰조차도 만들 수 없는 셈이다.

    다만 희토류는 전세계 곳곳에서 발견돼 이름만큼 희소한 물질은 아니다. 심지어 흙도 아니고 금속이다. 희토류의 핵심은 채굴된 원석에서 희토류를 분리·정제하는 일이다.

    희토류의 경우 암석에 뭉쳐있어 분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여러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복잡하고 설비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방사성 원소가 포함된 경우가 있어서 이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환경규제가 느슨한 데다 저렴한 전기와 노동력으로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희토류가 중국으로 보내졌다. 이에 따라 중국이 현재 전세계 정제(가공) 희토류의 90%가량을 생산 가능한 독점 공급자를 맡게 된 것이다.

    반대로 미국은 이러한 처리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2023년 뒤늦게 희토류 정제시설 구축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설을 건설하려면 최대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고 건설과 가동에만 최소 2년 이상이 걸리는 등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토지매입, 환경승인 및 정부 허가를 받는 데만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레이스 바스카란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이게 전략적 취약점이란 걸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희토류 중간처리 과정을 구축하는 데는 자본이 너무 많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무차별 '관세 폭탄'으로 중국을 자극한 미국에 대해 중국은 희토류를 전략무기로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양측은 서로의 힘을 알기 때문에 '대화'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다.

    중국은 미국이 여러 경로로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면서도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미국 측의 성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미국은 중국이 회담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6월 만남이 무산되더라도 11월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늦어도 연내엔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전망이다.

    한편 세계 경제 규모 1, 2위인 양측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누가 이길지에 대한 관측이 분분하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등 수입품이 대체할 수 있지만, 미국은 필수이거나 가격 차로 소비자 타격이 크다는 점이 지적된다. WSJ은 '상호관세로 중국이 웃고 있다'는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국 경제도 관세전쟁 타격으로 내수 침체 장기화로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산당 체제인 중국의 경우 각종 부양책으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에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임기가 마지막 4년인 만큼 조기 레임덕 얘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국 국채 매각 평가도 엇갈린다. 최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내다 파는 것으로 의심되는 영향에 따라 국채금리가 상승한 바 있다. 이는 미국 경제에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국채를 매도하면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쓸 카드는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