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수위 높인 트럼프에 백악관 참모진 '고군분투'강경파 배제하고 따로 설득하는 '블로킹'관세정책 따른 경고 메시지 전달 자리 적극 마련"후퇴 아닌 천재적 협상"…트럼프式 언어로 달래기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두 번째 임기 100일을 넘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례 없는 과감함과 돌발 행보로 백악관과 글로벌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의 즉흥적 정책 구상을 제어하고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복합적 관리 전략에 나섰다. 강경론 차단, 산업계 동원, 자존심을 세워주는 설득 작업까지, '트럼프 관리 3단계' 비공식 작전이 은밀히 가동 중이다.

    5일 백악관이 개설한 웹사이트 '백악관 와이어'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 그의 정책에 우호적인 기사와 기고문 링크가 다수 게재돼 있다. 이 사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기 위한 일종의 '온라인 띄우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참모들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즉흥적 아이디어 중 위험하거나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무력화하고,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백악관 보좌관, 내각 관료 등 고위 관계자들이 트럼프발(發) 정책의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팀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높은 수준의 관세를 제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 이동이 즉각 관측되고,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톤 다운'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을 강경론자를 막는(blocking) 전략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무역 전쟁 완화론자인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 마련을 지속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담당 고문을 배제하고 만남을 가지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때로 나바로 고문의 위치를 파악해, 그가 없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회의를 열기도 한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또 다른 전략인 '겁주기'는 산업계를 동원해 경고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 대형 소매업계 CEO들과 일정에 없던 '깜짝'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CEO들은 새 관세 정책이 미국 소비자 물가와 국내 경기에 미칠 악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 회동은 백악관에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화상으로 송출되고 있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화상으로 송출되고 있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마지막으로 '띄우기'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고려한 맞춤 전략이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트럼프의 성격을 고려해 관세 정책의 후퇴가 '굴복'이 아님을 설득하는 방식이다.

    박희권 한국외국어대 LD학부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를 승자와 패자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는 직관적이고 본능적 성격의 소유자"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참모진들은 관세 정책의 주 타깃인 중국에 대한 관세 조정에 있어서 "우리는 중국을 고립시키려 노력 중", "천재적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해 트럼프의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측근, 트럼프가 존경한다고 밝힌 CEO들을 그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방법도 병행 중이다. 폭스뉴스와 폭스 비즈니스 뉴스에 최근 관세 관련 뉴스 보도량이 늘어난 것은 이 전략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에 집중해 정보 전달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트럼프 띄우기는 그를 옹호하는 기사를 갈무리한 웹사이트 백악관 와이어 개설로 이어졌다. 백악관 와이어는 정부 정책을 우호적으로 다룬 언론 기사를 집중 소개한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플랫폼을 직접 만든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유하기 쉽고 읽기 좋은 '진짜 뉴스'를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 사이트가 친(親)트럼프 인플루언서들의 '중앙 허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통적 외교 규범이나 관행에 구속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각국 정상과 무역 협상단뿐 아니라 백악관 참모진들에게도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뉴트 깅그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트럼프에 대해 "소통 능력과 이슈 선점 능력이 탁월하며,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끄는 데 능하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입성 이후에도 중요한 정책 관련 발표를 자신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계정으로 공개하는 등 비전통적 수단으로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식이다.

    연임 가능성을 고려해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았던 집권 1기와 달리 집권 2기 들어 본격 파격 행보를 펼치는 트럼프다. 그를 지척에서 보좌하는 참모들의 트럼프 길들이기 전략은 한미 무역 협상을 비롯해 각국의 트럼프 상대 전략 마련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