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ACLE 8강에서 알 힐랄에 0-7 대패이정효 광주 감독은 한 수 위 전력 알 힐랄을 상대로 공격 축구 시도감독 전술의 실패, 이를 교훈 삼아 이정효 감독과 광주는 성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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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가 ACLE 8강에서 알 힐랄에 0-7 참패를 당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적을 기대했지만, 광주FC는 '참패'를 당했다.광주는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펼쳐진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과 경기에서 0-7 대패를 당했다.광주는 1골도 넣지 못한 채 알 힐랄 7명의 다른 선수들에게 1골씩을 허용했다. 전반 6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전반 25분 마르쿠스 레오나르두, 전반 33분 살렘 알 도사리의 골로 전반을 0-3으로 마쳤다.후반에 더욱 거센 폭격을 맞았다. 후반 10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미트로비치, 후반 34분 마우콩, 후반 39분 나세르 다우사리, 후반 43분 압둘라 함단의 골까지 4골을 더 허용했다. 0-7 굴욕적 대패. 다른 팀이 이런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광주는 달랐다.'제다 쇼크' 속에서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시·도민 구단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ACLE 8강 신화를 이룬 이정효 감독과 선수단을 향한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 힐랄이라는 객관적 전력이 높은 상대로도 이 감독이 '공격 축구'를 멈추지 않았다며,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물론 이 감독과 광주의 도전은 박수받을 만하다. 광주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K리그 기업 구단들이 모두 탈락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시·도민 구단 최초의 8강 신화였다. 아시아 무대에서 광주는 K리그의 자존심이었다.한 영화의 유명한 대사처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가진 것 없어도 물러서지 않고, 처절하게 싸우면서 쌓아 올린 경쟁력을 앞세워 도전하는 그들의 행보는 지지받아야 마땅하다. 위대한 도전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추락하고 있는 한국 축구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이 감독과 광주는 한국 축구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그러나, 알 힐랄전 참패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들의 도전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앞으로 더욱 큰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0-7 참배는 '졌잘싸'가 아니다. '졌잘싸'가 될 수 없다. '졌잘싸'는 말 그대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의미다. 패배 속에서도 경쟁력을 볼 수 있고, 감동을 안겼으며, 다음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 '졌잘싸'의 진짜 의미다.광주는 졌다. 졌지만 잘 싸우지도 못했다. 시·도민 구단의 한계를 드러냈고, 시간이 갈수록 아시아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K리그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줬다.냉정하게 바라보자. 시·도민 구단이 아무리 열악해도, 아직까지 아시아의 강호로 평가받는 K리그1 클럽이, 제다로 출국하기 전 K리그1에서 2위에 올랐던 팀이,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에게 7골을 내주고 1골도 넣지 못했다는 것은 '굴욕'이다. 알 힐랄이 강팀이기는 하지만 0-7이 당연할 만큼 압도적인 팀은 아니다.아무리 K리그가 과거 최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있다고 해도, 언제부터 K리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벌벌 떨었는가. 언제부터 K리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당한 참패를 고개 끄덕이며 받아들였는가. 유럽의 명가, 세계 최강의 팀과 붙어도 이런 스코어가 나기 힘들다. 리그 수준 차, 클럽의 수준 차가 아닌 더욱 결정적인 대패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졌잘싸'라는 합리화보다 냉철한 반성, 정확한 패배 분석, 재발 방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 '졌잘싸'로 끝난다면 이 감독과 광주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이 감독과 광주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대패를 곱씹어야 한다. 그래야 더 발전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는 이런 실패를 하지 않는다.이 참패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K리그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어려운 숙제가 됐다. 돈에서 차이가 나고, 실력에서 차이가 나니 '어쩔 수 없지'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K리그는 아시아에서 더욱 변방으로 미끄러질 것이다.광주는 시작부터 잘못됐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알 힐랄이 광주와 비교해 월등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축구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추산한 알 힐랄 선수단 가치는 1억 8000만 유로(2941억원)다. 광주(139억원)의 20배가 넘는다. 유럽에서 뛰었던 스타들이 즐비하다.분명 알 힐랄은 '강팀'이고, 광주는 '약팀'이다.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수비 전술'이다. 그런데 이 감독은 자신의 철학이 담긴 '공격 전술'을 들고 나섰다. 결과는 참패였다.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맞불'을 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 '정석'을 이 감독이 보여준 셈이다.이 감독은 알 힐랄과 경기가 열리기 전 "우리가 알 힐랄을 바르거나, 아니면 알 힐랄에게 우리가 발리거나"라고 내뱉었다. 공격적으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한 것이다. 0-7 참패의 시작이었다. 결론적으로 알 힐랄 전력을 제대로 분석하고,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 감독의 전술적 패착이다.세계 어떤 감독이든 공격 축구를 하고 싶어 한다. 많은 골을 넣는 걸 싫어하는 감독이 있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다. 세상에는 강팀보다 약팀이 '훨씬 더' 많다. 때문에 강팀을 잡기 위한 수비 전술을,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더라도 사용한다.세계 최강의 팀도 상대에 따라 수비 전술을 활용한다. '공격을 잘하는 팀은 환호를 받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컵을 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공격 축구만 추구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알 힐랄 개인 기량이 압도적이니 어차피 이길 수 없다고? 그렇다면 축구는 뻔한 스포츠가 된다. 개인 기량이 압도적으로 월등한 팀을 잡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전술 역량에 달렸다. 팀 스포츠의 정체성이다. 개인 기량의 격차를 '팀'으로 커버하는 것이다.이런 방식으로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수많은 팀들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챙긴다. 축구가 감독의 스포츠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
- ▲ 이정효 감독은 공격 축구를 고집했고, 한 수 위 전력인 알 힐랄과 맞불을 놨다.ⓒAFC 제공
이 감독의 방향성은 달랐다. 자신의 철학을 고집했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았다. 아시아 무대에서, 특히나 전력이 한 수 위인 알 힐랄, 그것도 사실상 홈팀에게는 이 감독의 철학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상'을 좇았다. '현실'을 외면했다.알 힐랄전은 친선 경기가 아니다. 광주의 아름다운 도전을 빛나게 해주는 특별 무대도 아니다. 알 힐랄은 조연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시아 최고 대회 8강전이었다. 당연히 결과를 내야 하는 것, 승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하는 무대다.승패를 떠나 공격 축구를 시도했다고? 그래서 '졌잘싸'라고? 승패를 떠난 공격 축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공격 축구는 골을 넣어 승리하기 위한 전술이다. 또 1골도 넣지 못한 공격 축구다. 공격 축구를 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 참패를 당하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 것을 공격 축구 전술이라고 할 수 없다.때문에 초점은 공격이 아니라 승리에 맞춰야 했다. 상대가 강해서 어차피 지는 경기는 없다. 승리할 확률이 낮다고 해도, 그 확률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상대 맞춤형 전략을 짜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선택지는 또 한 번 강조하지만, 냉정하게 수비 축구밖에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이 감독이 선택한 공격 축구는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었다. 승리 확률을 0%로 만들었다.0-7 패배라는 그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무모함의 크기를 말해주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돌아왔다. 기적도 '기본'이 받쳐줘야 일어나는 것이다. 강팀을 잡는 약팀의 기본을 외면한 광주에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수비 축구를 하다 답답하게 지는 것보다, 맞불을 놔서 화끈하게 지는 게 낫다고? 친선 경기라면, 평가전이라면, 비중이 낮은 대회라면, 다음 기회가 있는 리그 경기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알 힐랄전은 단판 경기였다. 아시아 최고 대회의 토너먼트 단판 승부였다. 패배가 확정적인데도, 승리 확률 0%를 알면서도 이런 방식을 추구했다면, 감독의 전술적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단판 경기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그리고 화끈한 패배는 0-7의 스코어에서 할 말은 아니다.0-3으로 전반을 마쳤다. 공격 축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반에 이미 증명이 됐다. 그런데 후반 광주는 이왕 진 게임 수비문을 더 활짝 열고 공격을 했다. 후반에 4골을 더 먹었다. 알 힐랄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다. 후반에라도 수비에 비중을 둔 후 실점하지 않은 상황에서 1골이라도 추격했다면, 분명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이 감독 커리어에서 가장 뼈아픈 실패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역량을 높이며 차근차근 여기까지 올라온 이 감독이다. 경험이 부족했다. 전술의 유연성도 떨어졌다. 토너먼트 접근 방식도 어설펐다. 이번에 정말 비싼 시험을 치렀다. 이 참패의 기억은 이 감독 커리어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다."경기를 치르며 느낀 점은 기본에 조금 더 충실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발전시키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였다. 이번 경기로 인해 나도 오기가 생겼고, 언젠가는 다시 한번 강팀을 꺾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오늘 경기가 큰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지컬,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떤 부분을 돌아봐야 할지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는 정해진 것 같아서 선수들 지도와 관련해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경기였다. 감독인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내가 잘 지도한다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경기 후 이 감독이 꺼낸 말이다. 이 감독은 참패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그리고 다음 길을 향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패배는 이 감독 커리어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 자명하다.여전히 한국 축구는 이 감독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 한 번 실패로 무너질 이 감독이 아니다. 이 감독은 아직 젊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이 감독은 이 대패의 기억을 잊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건, 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건, 이 감독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누가 도와줄 수 없다.진부한 이야기지만 성공은 실패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큰 성공은 큰 실패로부터 나온다. 큰 실패를 경험한 이 감독은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정효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