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은 '미스터 투 레이트'"…금리인하 재촉연준 '신중론' 고수…관세정책發 물가상승 우려트럼프 발언 후 '셀 아메리카' 가속…국채 10년물 금리 8bp↑시장 불안에 안전자산 수요 폭주 … 금값, 사상 첫 3500달러 돌파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뉴시스
    글로벌 자산시장이 ‘트럼프 리스크’에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달러와 미 국채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반면, 금과 일본 엔화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대표적 안전자산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기준금리를 즉각 인하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뉴욕증시가 하락하고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루스소셜에 "물가가 예상대로 잘 잡히고 있어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연준 의장이자 '대실패자(a major loser)'인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가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난하며 금리인하를 거세게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7일에도 연준에 금리인하를 촉구하면서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거듭된 트럼프의 발언은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시도로 해석되며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자본시장에 또다시 '셀 아메리카'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가·달러·채권은 급락하고, 금값과 비트코인은 급등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다우 지수는 2.4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36%, 나스닥 지수는 2.55% 각각 급락했다. 모든 지수가 2% 이상 급락한 것이다.

    빅테크 기업을 위주로 주요 기업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51% 떨어진 96.9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8일 이후 13일만에 종가 기준 100달러선이 다시 무너진 것이다.

    테슬라는 5.75% 하락한 227.50달러를 나타냈다. 애플은 1.94% 내린 193.16달러로 장을 마쳤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29%, 아마존은 3.06% 각각 하락했다.

    달러도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27분 기준 98.29로 전 거래일 대비 1.1% 하락했다.

    미국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4.4%를 넘어서며 4.409%를 기록했다.

    이처럼 달러 약세와 미 금융시장 전반의 혼란 속에서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500달러선을 돌파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500.1달러까지 치솟았으며, 6월물 금 선물 가격도 장중 온스당 3509.9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33%에 달한다. 이날 국내 금값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g당 15만9390원까지 치솟아 16만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달러 가치 하락, 금 ETF 유입,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등이 맞물리며 금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내년 중반까지 온스당 4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과 함께 또다른 대표적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 역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대비 엔·달러 환율은 이날 139.90엔으로 하락하며 약 8개월 만에 '달러당 140엔' 심리적 지지선을 무너뜨렸다. 이는 올해 들어 약 10% 하락한 수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이 오는 24일 환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용인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또한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