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민펀드 등 국가 주도 성장 전략 역설국가가 계획해 기업 참여 유도하는 방식 구상李도 유종일 견해와 판박이 … 대선 공약으로숨죽인 재계, 우려↑… "벌써 압박 느낀다"'친중 교과서' 전환 시대의 논리 인생책 꼽아"좌파 이념 경도, 겉만 성장 속은 기업 잡기"
  • ▲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성장과통합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성장과통합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경제 공약을 총괄자로 불리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의 '국가 주도 성장' 전략이 재계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 교수는 성장 우선을 주장하며 혁신을 밑바탕으로 거론하고 있는데,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 후보의 대선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이 16일 출범했다. 이 후보의 정책 조언자인 유 교수와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상임 공동대표를 맡았다. 

    유 교수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과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인 이언주 최고위원 등과 이 후보 정책 공약 개발에 컨트롤 타워로 꼽힌다. 그가 이끄는 '성장과 통합'의 규모는 매머드급이다. 성장 전략과 경제 국방·외교 분과위원장이 40여 명에 달하고, 500여 명의 학자와 전직 관료들이 참여한다. 

    이 후보와 유 교수의 인연은 깊다. 유 교수는 이 후보의 '경제 선생님'으로 꼽힌다. 2014년 이 후보와 인연을 맺은 유 교수는 이듬해 성남시가 추진한 '주빌리은행장'을 맡았다. 주빌리은행은 비영리단체다. 장기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인 성남시민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역할을 했다.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도 공동은행장을 맡았다. 

    이 후보의 핵심 정책 총괄자인 유 교수는 3·4·5 전략을 제안하고 나섰다. 2030년까지 잠재 성장률 3%, 세계 4대 수출 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이다. 분배를 앞세우던 좌파 진영에서 성장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성장 철학에는 '기업들의 희생'이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 교수가 성장의 전제로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가'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기술·조직·시장 혁신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 요소라고 본다. 이를 위해 '기업가적 국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산업 전략과 계획을 짜고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이에 공감해 참여하게 한다는 청사진이다.

    핵심 예시 산업으로 인공지능(AI) 분야가 꼽힌다. 대기업과 금융권,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펀드를 통해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초반 투자를 진행하고 이후 기업과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후보도 유 교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첫 대선 공약으로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내놨다. 

    이재명 캠프는 재원 마련 방안으로 "국민과 기업, 정부, 연기금 등이 참여하는 국민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유 교수의 구상과 판박이다. 지난달 이 후보가 내세운 K엔디비아 육성을 위한 국민·국부펀드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 ▲ 2015년 8월 27일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와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가 서울시청에서 주빌리은행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 2015년 8월 27일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와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가 서울시청에서 주빌리은행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접근 자체가 정부가 기업을 겁박하는 형태로 흐를 것을 염려한다. 현직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가 주도산업 투자 공약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이재명의 대장동식 국가 주도 산업투자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정작 반도체법 주 52시간 특례법안에는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율배반적인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AI 전용 칩 개발에 투자하겠다면서 정작 일을 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통령 예비후보는 "개발하고 싶어도 못 하게 해 놓고 어떻게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냐"면서 "AI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이재명 후보 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유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도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 협회 등 경제단체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사에 대한 소송이 폭증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회사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재계의 우려는 크다. 경제인 단체 간부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말이 국민펀드지 어차피 기업들과 금융권 돈을 갹출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대통령의 말에 기업들의 희생이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혁신이라는 좋은 표현을 쓰지만 결국 현재 기업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교수의 과거 이력도 소환되고 있다. 그는 과거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렸다. 좌파 이념에 심취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구속된 전력도 있다. 좌파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전환 시대의 논리'를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기도 했다. 운동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반미와 친중의 교과서로 불린다.

    전환 시대의 논리는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을 중국 정신문화의 개조를 시도한 혁명으로 표현한다. 문화혁명 기간에는 사망자가 170만 명, 추정 사망자가 2000만 명에 달했다. 홍위병의 공개 비판을 서구식 민주주의와 일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 반대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한 토론회에서는 "모든 국민이 다 잘사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실현에 있어 한미 FTA는 커다란 장애물"이라며 발효 직전 한미 FTA 폐기를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겉으로는 성장을 주장하는데 내용은 사실상 성장이 불가능한 기업 때려잡기식 정책"이라며 "좌파 이념에 경도된 586 운동권 출신 경제 전문가를 데려다가 성장을 말하려다 보니 말로는 성장, 속은 좌파식 기업 핍박밖에 없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