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헌재 선고 미뤄지며 내부 혼선 커져최상목 탄핵 두고 당 지도부서도 의견 갈려매일 이어지는 장외투쟁 피로도·회의론 증가 감잎차 마시며 단식 … 다이어트 단식 비판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국을 풀어갈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장외투쟁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단식투쟁 과정에서는 '감잎차 단식' 등의 구설도 발생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1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여부 등에 대해서 논의했지만 사실 쉽게 결정하기는 힘든 문제"라며 "장외투쟁과 단식으로 당력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탄핵 카드 이외에 어떤 충격 요법이 있을지 고민해 보고 있지만 묘수는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민주당 천막 농성장에서 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뒤 국회로 돌아와 또다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할 최상위 공직자가 아예 대놓고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까지 났는데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으니 몸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최 권한대행 탄핵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성급하다는 견해가 부딪쳤다. 결국 의원총회를 개최해 전체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방향으로 의견이 흘렀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조급한 마음이 거친 언어로 표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조차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친명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처음에는 워딩이 잘못 나온 줄 알았다"며 "그 정도로 대표께서 절박하시고 최상목 대행이 지금 중대하게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고 싶어 하신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명했다.
  • ▲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단식 투쟁을 진행하는 모습. ⓒ김준혁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단식 투쟁을 진행하는 모습. ⓒ김준혁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 내에서는 장외투쟁을 주말에 집중하고 평일에는 국회에서 민생행보를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헌재의 선고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부터 이어진 장외투쟁을 통해 민주당은 매일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저녁에는 경복궁 인근에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단식 투쟁도 이어갔다. 민형배, 박수현, 김준혁, 위성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8일간 단식을 이어가다 전날 병원으로 이동해 단식을 풀었다. 이들을 대신해 민주당 이재강·양문석·임미애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단식투쟁에 나섰다.

    의지를 보여주고자 시작한 단식 과정에서 잡음도 일었다. 이들이 경복궁 화장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경복궁 관리 직원과 가벼운 실랑이가 발생했다.

    단식 과정에서 '감잎차'를 마신 것도 의아함을 자아냈다. 비타민C가 풍부한 감잎차는 다이어트용이나 건강을 위한 단식을 할 때 권장된다. 

    반면 의견 관철을 위한 투쟁적 성격을 띠는 정치인의 단식은 물과 소금만 먹으며 버티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2일 단식 농성을 했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이다.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그는 단식 닷새째인 6일 병원으로 후송됐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책 민생 행보와 장외 투쟁을 적절히 버무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매일 장외투쟁을 하면 오히려 여론에 피로도를 높이고 같은 말만 반복하게 돼 패턴이 단조로워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단식을 하고 할 때가 아니라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 안정적으로 정국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부각해야 한다"며 "장외투쟁은 주말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매일 이런 식으로 밖으로 나가버리면 여론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