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앞다퉈 헌재 결과 승복 메시지이재명은 공식 입장 없이 간접적인 언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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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세(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연일 '승복' 메시지를 내며 당 공식 입장이라고 쐐기를 박고 있다. 탄핵 찬·반 시위가 격렬 양상을 보이자 탄핵 선고 이후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헌재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폭주를 돌아보지 않고 대통령을 파면하라며 국민을 선동하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데 온 힘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권 위원장은 "탄핵이 기각되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도 하는데 민주당은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작금의 국가적 혼란 멈추려면 정치권이 탄핵 심판 선고에 제대로 승복해야 한다"며 "우리 당은 탄핵 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8전 8패의 탄핵 선고 결과조차 승복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해 과연 승복할지 의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법부 겁박을 그만두고 본인에 대한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뜻부터 온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국민의힘은 전날에도 민주당을 향해 헌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라고 촉구했다. 여당은 당 지도부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승복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민주당도 이에 맞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민주당이 헌재 결과 승복 의사를 아예 밝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공화국의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을 승복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며 간접적으로 승복 의사를 내비쳤다.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승복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대표도 공개적으로 말했다"고 했다.그러나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이 대표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다.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정확히 어떤 정도로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파악하기로는 공식적인 선언은 없었던 것 같다"며 "국론 분열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어서 여야가 함께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있었다"고 전했다.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민주당보다 앞장서 승복 메시지를 잇달아 내고 있는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고 있다.우선 광장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중심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주말마다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찬반 시위가 열리며 양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집회에는 군중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수위 높은 발언이 난무하기도 한다.김민웅 시민단체 촛불행동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수갑에 채워지고 포승줄에 묶여 질질 끌려 나와야 한다"고 했고, 한 탄핵 찬성 유튜버는 "기각되면 총 드는 수밖에 없다. 암살하겠다" 등 발언을 했다. 탄핵 반대 집회도 예외는 없었다. 전광훈 목사는 국민저항권을 언급하며 헌재를 겨냥해 "한칼에 날려 버려야 된다"고 했다.이에 헌재 결정 이후 국민 분열, 폭력 사태 등 우려가 증폭됐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 결과를 승복하겠다'는 응답은 54%, '내 생각과 다를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5%로 집계됐다.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후유증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정치권은 광장에 동요하기보다는 냉정하게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힘써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신 수석대변인은 "승복은 이 상황이 끝났을 때 심각한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고 집권·여당으로서는 국정 안정은 가장 우선되는 가치"라며 국민의힘의 승복 메시지는 국정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승복 입장을 강조하는 것은 헌재 결정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헌재 결정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며 "기각이나 각하 둘 중 하나 아니겠나"라고 했다.김 원내수석대변인은 "우리의 희망 사항이다. 헌재 재판관들의 생각이 어떤 생각인지 우리가 읽을 수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절차적인 여러 가지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미온적인 이 대표와의 대비를 통해 선명성을 부각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먼저 나서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메시지를 낼 경우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21.1%,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