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체포안 가결 때 비명·檢 짬짜미 의혹 제기"증거 없지만 확신 … 나한테 대표 사퇴 종용"비명계 "李,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전병헌 "비현실적 망상에 상식 파괴하는 발언"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2023년 10월 23일)

    2년 전 장기간 단식 투쟁으로 병상에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무 복귀 첫 일성으로 밝힌 '통합' 메시지다. 당시 민주당 내 '반란표'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친명(친이재명)계가 가결파 징계를 촉구하자 이 대표가 포용력을 과시한 것이다.

    그랬던 그가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내며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과 검찰 사이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를 연이어 만나면서 통합 행보를 보인 이 대표가 비명계에 대한 과거의 앙금을 드러내며 다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매불쇼'에서 2023년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당내 일부가 검찰과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지만 타이밍에 연관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해) 6월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분이 저한테 '사법 처리 될 거니까 당대표 그만둬라, 그만두지 않으면 일이 생길 것 같으니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사퇴하라고 했다'"며 "언제까지 하라고 시점도 정해줬다. 근데 그게 나중에 보니 영장청구 시점과 거의 딱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땐 추측만 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확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2023년 9월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한 결과 총 295표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표결을 하루 앞두고 이 대표는 병상에서 부결을 호소했으나 민주당 내에서 최대 39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이후 민주당은 내전 상태에 들어갔다. 친명계는 가결파 의원에 대한 보복성 징계 추진을 엄포했고,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은 비명계를 겨냥한 가결파 색출에 나섰다.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면서 당내 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면 비명계는 지난해 총선 당시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을 빚은 민주당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는 "이재명의 막장 사천"이라며 탈당을 감행했다. 인제 와서 이 대표는 당시 공천에 대해 "(체포동의안에) 가결했던 것으로 의심을 받은 사람들이 당원 여론조사, 지역구 여론조사, 의원들 간 상호 평가에서 엄청나게 감점을 받아서 (의원) 평가가 낮아진 측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가 당원들에 의해 정리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번 폭로에 비명계는 반발했다. 비명계 원외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 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최근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명계 대권주자를 만나 보인 통합 행보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비명계 한 전직 의원은 "통합 운운하더니 며칠 만에 이런 소리를 하느냐"며 "결국 선거를 위한 쇼였다"고 일갈했다.

    민주당 출신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비현실적 망상까지 내뱉는 이 대표,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되자 "이미 다 지난 일이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당에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서 혼란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 반발에는 "당에 아직도 비명계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본인이 2년 전 일을 재소환해 의혹까지 제기해 놓고 "이미 다 지난 일"이라며 '유체이탈' 화법을 쓴 것이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놓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인가"며 "어제 매불쇼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했다.

    2년 전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최고위원이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대표의 폭로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며 "악수 중의 악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