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영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0차 위원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다음은 인사말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박선영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취임 석 달이 다 되어서야 언론인 여러분을 뵙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전임 위원장의 임기 만료 후에 이 자리로 오면서 탄핵정국이 시작되자, 각 언론사도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인사이동이 생기는 등 언론인 여러분을 뵐 기회를 좀처럼 잡기 어려웠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송구합니다.
    오늘이 경칩입니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 어제도 진눈깨비가 전국을 뒤덮을 정도로 겨울의 끝자락이 올해는 유독 길기는 합니다만, 어디선가 개구리는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진실화해위원회도 올해는 아주 특별합니다. 2기 진화위가 출범한 지 5년이고, 조사를 개시한 지 4년 차입니다.
    진화위법이 개정되면 진화위의 존속기간은 늘어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올 연말로 우리 위원회는 종료됩니다. 주변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다음 주 수요일 3월 11일이면 우리 위원회 전체회의가 100차를 맞습니다. 2021년 3월 25일 첫 위원회를 개최한 지 꼭 4년만입니다.
    위원장으로도 이달에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100차 회의를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현장을 다니며 신청인과 피해자, 참고인들의 진술을 듣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조사관들은 땀과 눈물을 흘렸고, 국과장님들, 위원님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해야 하는 직원 등 모든 구성원들은 하루하루 노심초사하기도 했습니다.
    위원장도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을 언론인 여러분들이 곁에서 지켜봐 주시며 응원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때로는 따끔한 질책과 비판도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2기 진화위는 1기에 비해 사건이 2배나 많아 2만 1천여 건에 달합니다. 
    1기와 2기는 10년의 간극이 있어서 조사 여건은 더 열악해졌고, 코비드-19까지 겹쳐서 현장 조사는커녕 사무실 출근도 어려웠습니다.
    전체 위원회 100차를 앞둔 현재 신청사건 21,000여 건 가운데 16,000건을 처리해 약 78%를 완료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1만여 건(9,828건)이 진실규명되었습니다.
    불능, 각하, 취하, 이송된 사건은 6,357건으로 모두 16,185건이 종결되었습니다.
    관련 법이나 조례도 제정되는 등 후속 조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국사건관련 임용제외 교원의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에 관한 특별법’이 대표적이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들도 많습니다.
    집단수용시설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침해와 6.25 전쟁 전후에 발생한 각종 학살사건, 해외입양사건 등에 대한 조사결과는 대한민국이 인권국가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고 있습니다.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도 우리 위원회가 새롭게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실규명과 권고이행으로 과거사를 정리하며 화해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4천여 건은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우리 조사관들이 밤낮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올해 5월까지 아무리 애를 써도 3천 건 이상이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그것도 위원님들이 다 계실 경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올 4월이면 이옥남 상임위원과 이상훈 상임위원을 비롯해서 오동석, 이상희, 차기환 위원님은 임기가 만료되어 5월 전체위원회 개최도 불확실합니다. 5월이면 김웅기 위원님의 임기도 만료됩니다. 그리되면 장영수, 허상수 두 위원님과 저만 남게 됩니다.
    위원님들의 확충 또는 임기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 전에 더 시급한 것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법을 개정해 진화위의 존속기간을 2년 정도 연장해야 합니다. 평균연령 70이 넘는 피해당사자 또는 유족분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위원회 문을 두드렸으나 우리 위원회의 존속기간이 다 되어 3천 분 이상이 또다시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부디 이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릴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개정되도록 언론인 여러분께서도 적극 도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동시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배·보상이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개선도 시급합니다. 

    끝으로 1기와 2기 위원회가 규명해 낸 진실을 후대가 기억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과물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기념하며, 현양하는 후속작업을 담당할 진실화해재단도 반드시 설립해야 합니다. 
    역사의 발걸음은 한 시도 쉴 수 없는 숙명적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피비린내 나는,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재연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