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 북콘서트 등 본격 재개 행보친한계선 "韓 외에 이재명 대적 상대 없다" '배신자' '당내 취약 기반' 등 리스크 산재
  •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탄핵 관련 발언하는 중 의원들이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탄핵 관련 발언하는 중 의원들이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서전을 출간하며 정계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가운데, 이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선 유력한 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각각 '오세훈 리스크'와 '확장성 한계'로 제외하면 사실상 한 전 대표 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 전 대표도 '갖은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검사 출신, 계엄‧탄핵 정국 책임론, 배신자 낙인, 취약한 당내 기반 등이 대표적 사례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다음 달 2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제2연평해전을 다룬 공연을 관람하면서 본격적인 공개 활동에 나선다. 다음 달 5일엔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에서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갖는다. 

    또한 한 전 대표는 이날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에 하나 올해 대선이 열리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개헌을 이끌고 3년 뒤인 2028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출마를 공식화한 셈이다. 

    그러자 친한계 측에선 즉각 여론 형성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설 인사는 한 전 대표뿐이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오‧홍 시장은 '명태균 리스크'가 현재 진행 중이고, 김 장관은 강성 지지층 외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을 피해 갈 후보는 한 전 대표뿐이라고 주장한다.

    조경태 의원은 지난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만약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을 앞장서서 막지 않았다면 국민의힘 국회의원 단 한 사람도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과연 국민의힘이 존재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박정훈 의원도 전날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전 대표가 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막아낸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오‧홍 시장에 크게 뒤처지지 않고 각축을 벌이는 양상도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보면 한 전 대표의 고정 지지층이 공고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만약 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 이보다 더 큰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만약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국민의힘은 중도확장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고 그때 한 전 대표가 부각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막상 당내에선 회의적인 기류가 흐른다. 한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고립과 계엄‧탄핵 정국에 대한 책임론을 딛고 일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배신자 이미지'는 한 전 대표의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한 전 대표는 "내가 내란을 했냐" "사실상 내란을 자백한 취지"라는 등의 발언을 해 일각에서는 그를 향해 '제2의 유승민'이라며 비판을 쏟아낼 정도로 민심을 크게 잃은 상태다. 국민의힘 소속 한 초선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당원들의 민심을 다시 얻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 전 대표의 비호감도는 72%로, 홍 시장(51%), 오 시장(51%), 김 장관(31%)보다 높았다.

    이렇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대권 도전을 본격화하면 '우파 분열'이 초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나서면 일부 중도층의 반향을 이끌 수 있을지 모르나 정작 지금 결집해 있는 지지층이 분열될 위험이 있다"며 "한 전 대표론 당 화합을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8년 전 박근혜 정권 탄핵 정국에서 홍준표‧안철수‧유승민으로 사분오열된 모습이 다시 연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한 전 대표는 원내 기반도 매우 약한 상황이다. 당대표 시절 화합을 위한 스킨십은 최소화한 반면, 독단적인 당 운영으로 중진 의원들의 반감을 샀다는 후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공개석상에서 의원들을 향해 소리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노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 의원은 "한 전 대표와 의원들이 어울려 밥 한번 먹은 적이 없다"며 "그런 스킨십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정치권에는 '친한계 와해설'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친한계로 분류됐던 장동혁 의원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등 한 전 대표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김상욱 의원도 '마이웨이 행보'로 친한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꼬리표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국민이 또다시 검사 출신을 뽑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18.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