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출 권한 남용"…머스크, 대내외적인 반발 직면 테슬라 1월 유럽 판매량 45% 급감…주가도 '급락''우주‧자율주행' 등 머스크 사업, 정부 정책지원 필수비즈니스‧권력 동시 추구하다 글로벌 '밉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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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 선거운동에 나선 일론 머스크.ⓒ연합뉴스 제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세’로 떠오르며 정치권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의 부상(浮上)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미 연방 정부 내부에서까지 반대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테슬라의 운명까지 뒤흔들고 있다.도대체 그는 어떻게 트럼프의 최측근이 되었고, 그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칠까.◇ ‘新실세’ 머스크 … 트럼프 "그와 의견 다르면 나가라"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이후 백악관에서 첫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이은 첫 공개 발언 기회는 정보효율부(DOGE) 수장을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에게 돌아갔다.그는 이번 국무회의 공개 발언에서 "정부의 많은 시스템이 극도로 노후화돼 있으며 서로 연결되지 않고 많은 오류가 있다"며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많은 비판을 받고 심지어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파산할 것"이라고 했다.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 구성원들을 향해 머스크에 대해 만족하느냐고 물었으며, 머스크와 의견이 다를 경우 회의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농담까지 했다. -
- ▲ 전기톱을 치켜든 일론 머스크.ⓒ연합뉴스 제공.
◇ '비선출 권력' 반감 확산 … 테슬라 '오너리스크' 직면트럼프 행정부 2기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이자 '최고 실세', '사실상 미국의 민간 대통령'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입증해주는 듯한 장면이지만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지출감축을 강행하는 등 비선출 권력인 머스크의 광범위한 권한 행사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미 연방 정부의 인력 감축 작업을 주도하는 DOGE 직원들이 머스크에 반대하며 집단 사임하는가 하면, 캐나다 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원도 벌어졌다.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등장한 이후 유럽 정치에까지 개입해 온 머스크는 본인의 전기차 사업에도 타격을 받는 등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머스크는 지난달 독일대안당(AfD) 선거 유세에 영상연설을 통해 "독일인들이 과거의 죄책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며 "죄책감을 넘어서서 독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 좋다"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내놨다.유럽 보수정당에 대한 머스크의 노골적인 지지발언이 이어지자 급기야 유럽 시장에서 1월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45% 급감했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마저 현지시간 25일 기준 전일 대비 8.4% 급락해 회사의 시가총액은 3개월여만에 1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머스크의 순자산 220억달러도 하루 아침에 날아갔다.상상 속 미래를 현실에 구현하던 '혁신의 아이콘'이 왜 자기 무덤을 파는지 투자자들은 볼 멘 소리에 한창이다.◇ 머스크, 바이든과의 악연으로 '캘리포니아 엑소더스'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로 불리는 최측근이지만 과거 머스크는 민주당 지지자였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다수의 테크업계 CEO들처럼 머스크 역시 민주당에 친화적인 편이었고 후원도 꾸준히 해왔다.그의 옛 남자는 바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다. 바이든 행정부 지지 성명도 낼 정도로 정권 친화적이었던 머스크에게 배신감을 안기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그는 민주당에서 등을 돌리게 된다.바이든 전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 추진에 진심이던 인물이다. 대표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이끄는 머스크와 '친환경'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다.그런데 2021년 8월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전기차 기업 대표들을 모아 격려하는 자리를 열었을 때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다른 회사 경영인은 참석했으나 유독 머스크만 초대받지 못했다.이유는 '노조'였다. 워커 홀릭이자 효율 지상주의자인 머스크는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테슬라에는 노조가 없다. 친노조 성향의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 점을 의식해 머스크를 초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을 계기로 둘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트위터에 바이든이 "GM, 포드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적으면서 전기차 세계 1위 기업 테슬라의 이름을 쏙 빼자 머스크는 "바이든은 사람 모양의 눅눅한 양말 꼭두각시"라며 비난전에 나섰다.둘의 악연은 단순히 기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자율주행기술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 시스템은 엄격한 규제 탓에 결국 상용화되지 못했다.스페이스X도 미 항공우주국(NASA) 및 미국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있어서 정치적 입김이 중요하고, xAI의 AI 기술,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역시 규제 걸림돌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그러던 2020년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 보건당국이 코로나 팬데믹 방역 조치로 테슬라 공장 폐쇄 명령을 내리자 머스크는 회사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해 버린다. 이어 그는 X의 본사, 스페이스X 본사를 비롯해 자신의 집까지 모두 텍사스로 옮기기에 나선다. 텍사스는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
- ▲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연합뉴스 제공.
◇ 테크‧미디어‧정치 권력까지 노리는 머스크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민주당이라면 지긋지긋해진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와 결별하면서 보수주의자로 거듭난다.다음에는 퍼주고서 뒤통수 맞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을 머스크의 눈에 띈 새 인물은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다. 머스크의 측근들에 의하면 그는 한때 트럼프를 '성격 파탄자'라고 헐뜯은 적도 있다고 한다.알면 알수록 자신과 닮은 구석이 보이는 이 남자에게 머스크는 관심을 느끼게 된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반규제, 감세, 효율주의라는 측면에서 머스크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고용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자유로운 해고를 옹호하는 면도 비슷하다.머스크는 평소 ‘정부 간섭 최소화’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적인 경제관을 보여 왔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당시 캘리포니아의 봉쇄 조치에 반발하며 "자유를 달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반규제, 감세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에 머스크와는 개인적 신념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성격도 닮은 꼴이다. 두 사람 모두 확신을 가지면 지르는 결단력 있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머스크는 스탠퍼드대학교 박사 과정 진학 이틀 만에 자퇴를 감행했는데 인터넷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곧장 창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선거 유세 중 귀에 총상을 입고도 피를 흘리며 "파이트(Fight)"라고 외쳤다. 그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은 미국 대선판을 흔들었고, 머스크도 이때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가 발생하고 약 한 시간 후, 머스크가 자신의 X(엑스, 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혔다.사실 머스크에게 먼저 구애한 건 트럼프 쪽이다. 든든한 사업가 후원자를 거느린 다른 대선 후보들과 달리 믿을 구석이 없었던데다 X라는 거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거느린 머스크의 영향력은 트럼프가 가지지 못한 강점이기 때문이다.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머스크는 자신의 플랫폼인 X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정치적 이슈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플랫폼을 키우려는 전략적 움직임일 수도 있다. 정치적 논쟁이 벌어질수록 X 플랫폼의 유저 활동이 증가하고, 결국 X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전통적인 실리콘밸리 리더들과 충돌해온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정치권력과 손을 잡고 빌 게이츠와 같은 기존의 테크 리더들과 다른 권력 기반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결과적으로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는 △사업적 이해관계 △개인적 신념 △미디어 전략 △권력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하지만 최근 테슬라의 판매량 급감과 주가 하락을 보면, 그가 정치적 행보를 통해 꼭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