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추경안에 '전국민 25만원 지원' 13조 배정이재명 "추경 위해 포기하겠다"더니 입장 선회與 "이재명 개인 돈이면 이렇게 막 쓰겠나"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가경정예산안'에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 예산이 포함되면서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조기 대선이 가까워지자 '우클릭' 행보를 보였던 이 대표가 현금 뿌리기로 '매표 행위'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은 속도가 관건이다.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도대체 추경을 안 하고 국민 경제를 나쁘게 만들고 민생 회복을 지연시키고 악화시켜 누구에게 이익이 있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제안한 추경안에서 민생회복소비쿠폰 사업에 13조1000억 원을 배정했다. 이 사업은 소비쿠폰 형태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하고 기초수급자·차상위·한부모 가족에 1인당 추가 1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의 간판 정책인 지역화폐 예산에도 2조 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애초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역점사업인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하며 "추경에 꼭 필요한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3일 만에 추경 규모를 5조 원 늘리면서까지 공약 수호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당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에 대해 위헌적 소지가 크다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지만 13조 원의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문제였다.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는 곧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이었다. 현금성 지원이 되레 물가 상승을 부추겨 민생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입장이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9월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면 13조 원이 드는데 13조 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당내 친명(친이재명)계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지사를 향해 "민주당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당 안팎에서 '우클릭' 행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다시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고집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주로 우파 진영의 담론이던 국방·안보 관련 이슈와 성장론을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정체성 희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 대표에게 "우리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민주적인 토론과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진성준 정책위의장처럼 일부 의원이 주 52시간제 탄력 적용을 반대하니까 이 대표가 당내 여론을 의식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주장을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은 민주당의 추경안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세금으로 표를 사겠다는 심산"(박수민 원내대변인), "이 대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을 현혹하는 매표 행위"(송언석 의원), "우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도 좌회전도 아닌 이젠 유턴하는 것"(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역상품권 남발은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하고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된다"며 "만약 이 막대한 예산이 이재명 대표의 개인 돈이라면 이렇게 막 썼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과일값, 빵값이 아까워서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람 아닌가. 이 빚을 자신이 갚는다고 한다면 절대 이렇게 무리한 추경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노무현계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추경안에는 서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은 아니다"며 민주당이 제안한 추경안에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추경 편성 권한은 정부에 있기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내수진작을 위해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제안했다"며 "수용 여부는 결국 정부에 달려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은 앞서 말했듯 민생 회복을 위한 직접 지원이 추경을 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라면 얼마든지 이를 내려놓을 수 있다"며 "이제 그만 고집을 꺾고 추경 편성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